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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양현서 ]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인즉슨 우리의 인생이 탄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선택으로 이뤄져 있단 뜻이다. 실제로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아침에 일어나 무엇으로 끼니를 해결할지 고민하고, 해야 할 일들의 순서를 택하는 등 하루하루가 선택에서 시작하고 선택으로 마무리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든 결정이 만족스러울 수는 없다. 때로는 장시간에 걸쳐 숙고한 끝에 내린 선택지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혹은 한 번의 선택으로 시간을 다시 되돌리고픈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감정을 우리는 ‘후회’라 일컫는다. 그렇다면 후회란 정확히 어떤 심리상태이며 삶에 있어 어떻게 영향을 미칠까? 

 



사후가정사고란?




후회의 심리를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사후가정사고’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사후가정사고(Counterfactual thinking)란 여러 선택지 중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길을 돌이켜보는 것을 말한다. 더 구체적으로는 머릿속에서 특정한 시간대로 돌아가 새롭게 이야기를 그려보는 것이다. 이미 A라는 결정을 내린 시점에서 ‘만약 그때 내가 B라는 결정을 내렸다면 어땠을까’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사후가정사고다.


이런 사후가정사고는 해당 사고가 지시하는 방향에 따라 두 가지 종류로 분류된다. 첫 번째는 ‘하향적인 사후가정사고’로, 안심하고 안도하는 감정이 여기서 유발된다. 해당 사고방식의 특징은 다양한 선택으로 인한 결과를 상상할 때 부정적인 결과와 현재의 결과를 비교한다. 그렇기에 현재의 결과는 그래도 괜찮은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보다 더 나쁠 수도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우리는 대부분 ‘그래도 그렇게까지 되지 않은 게 어디야’라며 안도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면 ‘상향적 사후가정사고’에서 비롯된 정서는 부정적인 방향이다. 이런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정서가 바로 후회다. 상향적 사후가정사고를 할 때, 사람들은 더 좋을 수도 있었던 상황을 상상하며 ‘그때 이런 선택을 했다면 지금 더 좋았을 텐데’라며 후회하게 된다. 후회란 단순히 나쁜 감정이 아닌 인지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존재다. 해당 감정을 느끼는 과정에 있어 우리는 자연스레 추론의 과정 역시 거치게 된다. 머릿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상황들을 시뮬레이션으로 파악하게 되는데, 이 단계에서 특정한 상황들이 선행사건으로 전환된다. 여기서 선행사건이 곧 우리가 후회하는 바의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선택과 후회로 지쳤다면



삶 속에는 늘 제약이 존재한다. 이 제약으로 인해 모든 선택지를 풍족하게 누리는 대신 우리가 매번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시간이 반복된다. 선택과 결정을 내리는 순간은 찰나지만, 그 뒤에는 무거운 책임감이 따른다. 선택을 내린 그 순간부터 이에 따라 앞으로 펼쳐질 미래가 결정되며, 이미 해버린 결정은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결정의 순간이란 하나의 길을 제외하고 다른 모든 길을 포기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포기해 버린 길로 인해 만들어졌을 미래로 다시 돌아가는 방법은 오로지 후회할 때뿐이다.


그런데도 우린 매번 선택하기를 멈출 수 없다. 선택은 어찌 보면 인생을 지속하고 이끌어가는 원동력의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할 고민은 ‘어떻게 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건강한 방향으로 후회할 수 있나’일 것이다. 


후회할 만한 상황에 마주한다면, 먼저 이로 인해 파생될 감정을 담아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후회에는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정서가 수반될 수 있다. 이를 내면에 가둬두고 곪도록 내버려 두는 것은 건강한 대처법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후회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거나, 이를 글로 표현하는 등 외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잘못된 선택을 내린 것에 비판하는 태도를 삼가는 것이 좋다. 언제나 최선의 선택을 할 수는 없다. 우리는 때로 바보 같은 결정을 내리기도 하며, 충분한 준비 없이 다소 즉흥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모든 선택에는 각각의 의미가 있기에 냉소적인 비판은 모든 상황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자신의 위치에서만 상황을 바라보는 것에 익숙해지면, 후회가 불러오는 감정에 압도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한발 물러나 객관적으로 감정을 인식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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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남궁재은, 허태균. (2009). 한국 대학생들은 무엇을 후회하는가?:후회와 지각된 기회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국사회및성격심리학회
다니엘 핑크. (2022). 다니엘 핑크 후회의 재발견.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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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07 00: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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