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교
[The Psychology Times=조은교 ]
뇌출혈, 뇌경색과 같은 뇌질환과 우울증 등의 정신 질환은 언제 어떻게든 우리에게 찾아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이명 같이 뇌의 부분적 손상으로 인해 우리의 신체 중 한 부분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이런 질환들을 치료해야 한다고 하면, 우리는 보통 수술을 동반한 치료나 약물 치료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이 치료 방법들은 한 번 진행한다고 해서 질환을 후유증 없이 완전히 없애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다른 신체 및 환경적인 조건을 이유로 진행이 불가능한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즉, 수술 또는 약물 치료 이후에도 지속적인 케어는 필수적이며, 이 방법을 아예 진행할 수 없는 케이스들도 존재한다.
이 때 우리가 고려할 수 있는 방안이 바로 비수술적 뇌 자극법이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수술 없이 두피에 국소적인 자극을 취하여 뇌에 자극이 전달되도록 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어떠한 도구로도 뇌 내부로 직접적인 침습을 하지 않기 때문에 수술보다는 손상 가능성이 적으며 비교적 안정성을 갖춘 방법이다. 대표적으로는 경두개 자기자극법(이하 tms)과 경두개 직류자극법(이하 tDCS)가 있고, 이들은 현재 다양한 범위의 질환을 치료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뇌 일부 지점에 전자기 자극을 투입해서 해당 영역의 활성도를 조절하는 이 방식들은 어떻게 보면 현대 의료 기술 치고는 굉장히 원시적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수술적 방식들은 1980년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의학 학술지와 대학 논문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될 만큼 수술 방식 못지 않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까지도 활발한 연구 및 임상 상황에서의 적용이 계속되고 있다. 그만큼 활용 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 역시 많이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tms와 tDCS에 대하여
경두개 직류 자극 사용 예시. 금강일보 [Website]. (2019). http://www.gg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84020
tms와 tDCS는 직접적인 방식으로 뇌를 건드리지 않고 비침습적으로 자극을 가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나, 그 세부적인 방식에서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다.
먼저 tms란 경두개 ‘자기’자극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 그대로 머리 가까이에 전자기 코일을 둬서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고, 이를 두개골로 통과시켜서 경두개 피질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을 말한다. 자극을 통해 뇌는 활성화되거나 반대로 억제될 수 있는데, 대뇌피질이 과하게 활성화된 경우에는 빈도가 낮은 자극을 주고 대뇌피질이 낮게 활성화된 경우에는 빈도가 높은 자극을 줘서 최적의 활성화가 일어나게끔 할 수 있다.
반면 tDCS는 경두개 ‘직류’자극법으로 tms와는 살짝 다른 방식인데, 머리에 전극을 붙이고 약한 전류 자극을 투입시키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뇌신경의 활성화 정도를 조절함으로써 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tms와 비슷하다.
비침습적 뇌 자극을 통한 뇌질환 치료
비침습적인 뇌 자극은 다양한 인지 기능에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기억상실이 있는데, 인지 기능이 심각하게 퇴화하여 일상생활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경증 알츠하이머의 경우 tms가 어느 정도 치료 역할을 할 수 있음이 밝혀졌다. 특히 충남대병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tms와 인지훈련치료를 병행했을 때 경증 알츠하이머 증상을 띠고 있던 환자의 상태가 무려 3년 동안이나 악화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었다고 한다. 알츠하이머는 아직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진행 속도를 낮추는 치료 방법이 명확하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는 질환인데, tms를 통해 장기적인 상태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이 이 연구를 통해 확실해졌다. 앞으로 확증 임상만 통과한다면, 상당한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라는 점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뇌졸중처럼 의식을 최소한으로만 갖고 있는 중증 뇌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에도 tDCS를 사용하면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 사례로는 성빈센트병원 재활의학과 임성훈 교수팀에서 AI를 활용해서 각 환자마다 요구되는 뇌 자극 위치 및 전류값을 계산하고 투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것이 있다. 이를 활용하여 연구를 진행한 결과, 기존보다 뇌 내에 전달되는 자극의 양이 20%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 연구를 통해서 가벼운 뇌손상뿐만 아니라 중증 뇌 질환 및 의식 장애 환자의 의식 회복을 위해 전기자극을 통한 개인 맞춤 뇌신경조절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이 밝혀졌다.
가시적인 질환을 넘어 마음의 질환까지
우울증 등과 같이, 증상 발현 정도나 회복 정도를 숫자만으로 기록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에 대해서도 비침습적 치료 개발은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는 치료 비용 및 방법의 부적절성을 이유로 즉각적인 치료를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작은 희소식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볼 수 있던 정도다.
대표적으로는 병원에 가지 않고도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치료를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비침습적 치료 방법의 개발이 있다. 기업 마인드스팀은 지난 2022년 국내 최초로 미세 전기자극기를 활용한 재택용 우울증 전자약을 개발하여 식약처에서 그 안정성을 입증받은 바 있다. 2020년에 진행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이 전자약을 단독적으로 사용했을 때 기존 섭취형 항우울제보다 우울 증상에 대한 개선 효과가 12.8%나 높게 나타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에는 사용에 미숙할 수 있겠지만, 병원과 제조사에서 제공하는 매뉴얼에 따라 적절히 사용하면 훨씬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처럼 비수술적, 비침습적 뇌 자극법은 수술이나 약물 치료 같이 직접적으로 몸에 자극을 주는 방법이 아니다. 이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뇌 영역을 한정하여 그 활성화 수준을 통제함으로써 질환으로부터 고통받는 환자들이 좀 더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한다. 기존 치료 방식들만큼이나 오랜 역사를 가지지는 않지만, 상대적인 리스크 수준이 낮고 치료 효과가 좋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지속적인 긍정적 연구 결과를 통해 지금보다 더 상용화된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더 수월하고 효율적인 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
현재까지 여러 한계를 마주하며 뇌 질환 및 정신 질환에 대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환자들에게, 비침습적 뇌 자극법이 하루 빨리 회복을 향한 강력한 날개가 될 수 있길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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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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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L: https://www.healthi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6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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