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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자은 ]


“미국 드라마는 경찰이 나오면 수사를 하고 의사가 나오면 진료를 한다.

일본 드라마는 경찰이 나오면 교훈을 주고 의사가 나와도 교훈을 준다.

그렇지만 한국 드라마는 경찰이 나오면 연애를 하고 의사가 나와도 연애를 한다.”

 

대학생 A씨는 드라마를 싫어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양산형 한국 로맨스 드라마를 싫어한다. 주인공이 겪는 사건과 감정과 관계없이 결국 마지막 회에 다다르고서는 연인과 함께 하하호호 웃으며 끝나는 그런 결말. 꼭 모두가 ‘연애’를 향해 나아가는 것 같아 거부감이 들었다. 나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를 성취해 가는 것이 너무나도 기쁜데 왜 사람들은 사랑을 못 해서 안달인지, 다른 사람 눈치 신경 쓸 시간에 자기 계발하는 쪽이 더 효율적인데, A씨는 그렇게 생각했다.

 



연애하는 대학생들만의 차별점


왜 사람들은 사랑을 하려고 할까? 도대체 사랑을 하면 좋은 점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사람들이 원하고 갈망하는 것일까? 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자신 내면의 헌신과 나눔보다는 소비활동을 통한 타인으로부터의 평가로 연애의 성공도를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윤영준(2006)) 그렇다면 사람들은 잘 꾸며진 사랑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것일까? 타인에게 더 잘 보이기 위한 연애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지만 연애가 오롯이 포장된 상품이라 보기에는 비약적인 부분들이 있다. 특히 대학생들의 연애에서 비약임을 깨닫게 하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아직 사회에 발을 내밀기 전 불완전하고 역동적인 시기의 대학생들은 자신을 오롯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존재에 대해 편안함을 느낀다. 자기 계발을 암시처럼 되새기며 취업 시장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입증해야 하는 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위로받고 힘듦을 토로할 수 있을까? 내게 잔소리하고 지적하던 가족들과는 달리 따뜻한 스킨쉽으로 어루만져주고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말해주는 나의 연인이 있기에 오늘도 어린 영혼들은 삶을 살아간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의 대학생 세대가 낭만적 사랑을 추구한다고 답한 것과 관련이 깊다. 일상에서 겪게 되는 실제 사랑은 긴장, 갈등처럼 행복과 고통이 존재한다. 그러나 대학생 세대는 고통에서 잠시만이라도 벗어나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신만의 구역으로 숨기를 바란다. 자기 행동에 대해 옳고 그름은 잠시 접어둔 채 그저 무작정 ‘잘했다’는 평만 받을 수 있는 베리어로 말이다. 그것이 그들에게는 사랑하는 연인일 것이다.

 



한국 드라마 주인공만이 연애하는 이유


그렇다면 왜 굳이 한국 드라마의 주인공들만 연애를 할까? 미국도 일본도 연애를 하지 않는데 굳이 한국 주인공들만 연애하는 결말을 맞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 사회 구조와 연관 지어 보면 답은 금방 찾을 수 있다. 한국 사회는 공적 관계와 사적 관계의 구분이 없다. 공적 관계로 지내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은 한국 사회 구조 특성상 공적으로 만나도 얼마든지 사적 관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적 관계와 구분된 사적 관계를 가질 시간을 박탈당하고 있는 셈이다. 다른 개체와 상호작용을 하며 살아가는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공적 관계 안에서 정서적 니즈를 다 해결해야만 하는 셈이다. 어쩌면 이는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과도 관련이 있다. 자신의 욕구와 욕망이 올바른 방향으로 해소되지 못해 공적 관계 내에서 표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될 일이며 가해자에게는 마땅한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해라


뭇사람들은 감정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려 한다. 특정 감정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온갖 정신의학적 정보를 수집하여 지식과 논리, 이성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아폴론이 항상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아폴론이 이성의 신이기 때문이다. 사랑은 이성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연애에서 사랑 표현은 비효율에서 시작된다. 연인과 서로 끝과 끝에 살지라도 중간에서 만나면 될지라도 각자의 집까지 데리러 오는 사소한 비효율. 모순적이지만 효율보다 비효율에서 싹트는 애정은 아주 끈질기다. 사랑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들이 허용된다. 먼 거리는 물론이요, 단점도 실수도 세심한 배려와 이해도. 하늘의 별을 따다 주겠다는 지키지 못할 어처구니없는 약속들까지.

 

이해가 되지 않는대도 연애는 굳이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사랑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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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세일, 박태진.(2016).대학생의 연애와 행복.사회이론,(50),207-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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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08 12: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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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eria3113@naver.com

    생명과학 전공 대학생, 그러나 심리학과 법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 삶의 모토를 소개합니다.
    1. 최고를 향해 최선을
    2. 정공법(正攻法) :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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