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The Psychology Times=정연수 ]
표현 예술 치료의 한 분야, 미술치료
미술치료는 심층심리학과 미술이 결합한 치료 기법으로 스트레스와 불안 등 여러가지 심리적 장애와 갈등을 완화해준다. 또한 요즘 주목받고 있는 표현 예술 치료의 한 분야로 용어 그대로 미술과 심리가 결합한 치료 형태이다.
투사된 무의식적 심상을 표현하는데 이미지 언어인 미술은 매우 유용하다. 또한 창조 욕구를 해소해주는 장점이 있으며 미술의 매력적 특성인 유희성은 의식과 무의식 간의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아주는 기능이 있다. 내담자는 미술 활동 과정에서 정화와 통찰을 체험하여 자기 존중감을 촉진하기도 한다.
미술의 어떤 측면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 미술치료는 세분될 수 있지만 미술치료에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미술 활동은 자기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활동이며 어떠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우리가 작가들의 생각이나 꿈과 열정이 녹아있는 미술 작품을 통해 시대를 초월하여 교감을 가질 수 있듯이 미술은 자신과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 대화의 수단이며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개인들은 자신을 좀 더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해 개인적인 성장과 자기 조절 능력을 발달시키고 나아가 치유까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결론적으로 미술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고 언어가 표현할 수 없는 생각과 느낌을 표현하도록, 이러한 자기표현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하게 시키는데 한몫을 하게 된다.
감정적인 분출을 용이하게 해주는 미술
나의 고등학교 2학년 ‘미술 문화’ 시간은 일주일에 두 번씩 특수학급 친구의 도우미를 역할을 하는 내가 미술 선생님이 될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이었다. 특히 ‘나의 마음속 표현하기’ 시간에 다양한 표현 재료로 협동하여 자유롭게 표현하는 과정에서 미술이 마음의 상처를 드러내는 표현 방식이 될 수 있음을 배울 수 있었다. 특수학급 친구는 빨대를 자기 가슴 쪽에 겹겹이 붙였다.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 물어보니, 친구는 마음이 아팠다며 슬픔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그 후 장애 아동의 ‘미술치료와 심리 상담 또래 교사’ 봉사활동을 발견하였고, 그 친구를 떠올리며 장애인 복지관에서 토요일마다 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하였다. 처음에는 장애 아동이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주지 않아 혼란스러웠지만 신뢰감 형성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참여 동기를 강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보았고 결국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어느 날, 치료 시간에 한 장애 아동이 색연필을 사용하여 과격하게 표현하자 당황한 나는 그 친구의 행동을 통제하였고, 그 모습을 지켜보신 선생님께서는 장애 아동의 미술 치료는 자유로운 표현을 유도하여 장애 아동의 부정적인 감정을 예술 치료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순간 고2 때 같은 반 특수 학급 친구의 행동을 떠올리며 장애 아동에게 미술 치료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이며 필수적 활동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 후 나는 ‘심리 상담 이론과 미술 치료’를 읽고 특수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여 마음을 읽을 수 있도록 노력하며 장애 아동의 안정적인 정서가 개선되는 미술 치료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여러 관련 도서를 읽으며 특수 아동인 경우에는 장애의 특성에 따른 목표를 세워야 하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또한 미술치료사 선생님의 지도를 통해 점차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할 수 있었다. 이렇듯 미술은 두려움과 슬픔을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감정들이 적절한 통로를 통해서 표현된다면 마음의 무거운 짐을 덜 수 있으며 동시에 자신의 아픔이 이해 받고 수용된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미술치료가 한 개인에게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게 되었으며, 지금 나의 전공인 ‘미술치료’를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내면의 표현의 도구가 된 미술
우리는 우리의 감정과 지각을 이미지를 통해 정리하려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시각적 사고의 증거이다. 실제로 개인에게 충격적인 사건이나 경험은 사진을 찍듯이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험을 풀어내는 과정 역시 언어적인 측면보다는 감각에 의존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렇듯 이미지 즉 미술은 언어보다도 더 먼저, 더 가까이 무의식적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시각적 언어는 음성적 언어가 대화의 우선 수단인 우리 사회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친숙한 매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반대로 두려움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속성이 유리한 점은 내담자들이 무의식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정보들에 접근하기가 쉽다는 것이며 그 정보들이 언어로 표현될 때보다 더 즉각적이고 생생하게 그려진다는 점이다. 즉 말로 표현되지 못하거나 감정이나 사고가 말로 포장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일정한 법칙이 없고 검열이 적은 자유로운 매체 즉 미술을 통할 경우 진실에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언어 소통에 장애가 있거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사람들, 또는 아직 자신의 감정이나 경험을 표현할 만큼 다양한 언어 습득이 되지 않은 어린 아동의 경우 미술 표현은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대화의 수단이 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유일한 표현의 수단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속성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미술치료는 우리 삶의 질을 향상 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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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 이정옥. "한국 미술치료 연구 동향 분석." 국내박사학위논문 중부대학교, 2023
- 박나래. "뇌병변장애아동의 미술치료 경험에 관한 내러티브 탐구." 국내석사학위논문 영남대학교 환경보건대학원, 2015
- 김화림. "특수교육대상 학교 기반 미술치료 동향에 따른 적용 가능성 탐색." 국내석사학위논문 차의과학대학교 미술치료대학원, 2022
- 미술 치료 [art therapy]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 치료와 창조성 [therapy and creativity, 治療-創造性] (상담학 사전, 2016. 01. 15., 김춘경, 이수연, 이윤주, 정종진, 최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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