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동민
[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SNL코리아 화면캡처)
패션 카테고리에서 화제가 된 밈(Meme)이 있었다. 코미디 쇼 SNL코리아에서 나온 “무신사 냄새”라는 대사이다. 그 파급력은 어마어마했다. 각종 패션 커뮤니티에서는 “제 옷 무신사 냄새나나요?”, “무신사 냄새나는지 평가해주세요” 등의 글들이 수없이 올라왔고 해당 대사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무신사 냄새’의 뜻은 해당 플랫폼의 인기랭킹 순위의 옷들을 그대로 산 듯한, 대중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와 아이템으로 착용한 모습을 뜻하며 개성보다는 평범함에 초점을 맞춘 패션에 대한 조롱 섞인 어조를 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남을 평가하고 비난, 지적하는 문화들이 사람들의 개성을 억압시키며 옷차림을 획일화시키고 있다.
획일화를 강조하는 한국패션
한국 사회는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해 구성원 개개인의 개성보다는 동일성이 강조되는 풍조가 만연하다. 당장 우리 주변에서도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른 사람을 보면 “너무 튄다”, “쟤 나댄다”, “관심종자” 등의 표현이 남발되는 것을 봤을 것이다. 이에 한국 특유의 ‘눈치 문화’까지 더해져 타인을 지나치게 의식하고 나보다는 타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사회 풍조와 인지적 현상들은 패션 분야에서도 두드러지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남들에게 받는 부정적 평가와 지적질이 싫어 튀지 않고 남들과 똑같은, 적어도 실패는 아닌 무난하면서 평범한 ‘보통’의 옷차림을 추구하게 돼 앞서 말한 밈이 탄생하게 되었다.
더해 찰스 쿨리는 “인간은 공감 능력을 갖춰 타인의 시선을 마치 자신을 이해하는 일종의 거울로써 활용한다”고 말하며 ‘거울자아이론’을 주장했다. 거울자아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모습이 타인에게 어떻게 비추어질지와 자신에 대한 타인이 내릴 평가에 대해 상상하며 그 평가로부터 자아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 특유의 사회 현상과 상응해 사람들이 타인의 시선과 눈치를 보며 좀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옷을 입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가 유독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이러한 맥락에 있다. 유행에 따르지 않는 것은 집단이나 무리, 사회 구성원에서 동떨어지는 것이므로, 이는 ‘다름’을 뜻한다. 다름은 우리 사회에서 ‘틀림’과 부정적 평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단과 주류에 편승하게 되는 것이다.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입자
세계적인 여성복 디자이너 베라왕은 이렇게 말했다.
“그냥 들어가서 옷들을 한번 입어보세요.
한 번도 입을 거라고 상상도 못했던 것들도요. 스스로에게 그런 자유를 선물하세요.”
평소에 입고 싶었지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입지 못했던 옷들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에는 정답이 없고 내가 입고 싶은 대로 입는 것, 그 자체가 패션이고 나 자신만의 멋이지 않겠는가. 개성을 나타내고 싶은 사람들은 개성을 나타내고 평범함과 무난함을 추구한다면 남들과 비슷하게 입으면 된다. 진짜 멋이 없는 사람은 이러한 남의 옷차림에 대해 존중 없이 비아냥대고 멋대로 재단하려 하며 옷을 입은 사람의 가치는 경시한 채, 옷만으로 패션을 완성 시키려는 사람들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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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박혜인, 허유선, 전재훈. (2022). 거울자아이론을 바탕으로 살펴본 패션 인플루언서의 포스팅 활동. 한국패션디자인학회지. 제22권 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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