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영
[The Psychology Times=이하영]
두 가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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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정 씨가 동거남의 원룸에 들어가 현재까지 행방이 불명한 사건인 ‘대구 봉덕동 실종사건’.
담당 형사는 경찰 조사에 대한 피로감과 ‘누군가는 신고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인근 주민 중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1964년 미국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에서는 한 여성이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2주 후 밝혀진 사실은, 38명의 목격자는 30여 분 동안 피해자가 비명을 지르는 동안 구조는커녕 소리 한 번 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 두 가지 사건을 보며, ‘아니 왜 사람이 죽어가는데 신고를 안 해?’라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반대로 우리가 사건의 목격자가 되었다고 생각해 보자. 과연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을 버릴 수 있었을까? 과연 먼저 용기를 내 범죄 현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까.
방관자 효과?
먼저 나서길 주저하고, ‘나 하나쯤이야’를 생각하는 인간의 이러한 행동은 범죄심리학 중 하나인 ‘방관자 효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 효과는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돕지 않게 되는 현상을 뜻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방관자’라는 용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현장을 그저 바라보고 지켜보는 이들의 심리를 나타낸다. 봉덕동 실종 사건에서 피해자가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음에도, 뉴욕 퀸스 지역 주택가 살인사건에서 역시 칼에 찔리는 30분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방관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 것은 비단 도덕적 문제뿐 아닌, 심리적 효과인 ‘다원적 무지 이론’과도 관련성이 깊다.
‘다원적 무지’란 집단 구성원들의 대부분이 마음속으로는 어떤 규범을 부정하면서, 다른 대부분의 사람은 그 규범을 수용하고 있다고 잘못 생각하는 현상이다. 마음속으로는 위험한 상황이고 피해자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른 대부분의 사람이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을 때는 자신도 그들과 동일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학교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수업과 관련된 질문을 학생들에게 던지더라도, 대부분 먼저 손을 들고 말하는 사람이 없는 현상 역시 이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 교실에 앉아있는 대부분의 학생은 서로서로 동일시 하며, 굳이 손을 들지 않는 것이다.
괜히 나섰다가 불똥이 튈까 두려워하는 사람의 심리를 보호하고, 범죄를 막고자 만들어진 ‘선한 사마리아인법’은 이러한 방관자 효과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또한 2008년 대한민국의 경우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응급 환자에게 응급처치를 하다 ‘과실’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민, 형사상 책임을 감면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마음의 변화로 시작하는 사회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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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법률 재, 개정의 움직임 아래, 인간의 심리적 변화도 필요한 시점이다. 세상은 더 이상 ‘나 하나쯤이야’가 통하지 않는다. 생각보다 ‘나 하나’의 힘과 영향력은 크며, 사회를 바꾸고 한 사람의 인생을 뒤집어 놓을 만큼 강력하다. 누군가는 그 한 명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며, 실제로 많은 사건이 단 한 명의 용기로 피해자를 보호하기도 한다. 즉 우리는, 많은 사람에게 휩싸여 무지를 쌓아가는 태도는 버리고, 손길을 먼저 내밀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더 이상 방관자가 없는 사회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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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강준만. (2014). 감정독재. 인물과사상사.
한국심리학회. (2014). 심리학용어사전. 한국심리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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