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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차민경 ]



"사람은 소신 있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게 제 소신이고, 저희 아버지 가르침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지금 한 번, 지금만 한 번, 마지막으로 한번, 또 또 한 번, 그 한 번들로 사람은 변해가는 거야."


- 이태원 클라쓰 중에서




최근 이태원 클라쓰라는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인상 깊었던 구절들이다. 어렸을 적에는 청렴결백하게 사는 것을 당연하게 배우고 또 모든 사람이 정직하고 소신 있게 살아가는 줄 알았지만, 나이가 들고 사회에 나와보니 세상에 얼마나 잘못된 행동을 하고 양심의 가책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느끼게 되었다. 작게는 일상생활 속 크고 작은 거짓말부터 크게는 범법행위까지, 사회는 내가 어렸을 때 배웠던 세상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고 나 또한 조금씩 그 사회의 틀에 맞게 변해가는 것 같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이 구절은 항상 자기 전에 수백번도 뇌리에 맴도는 구절이다. 지금까지의 삶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앞으로도 그러지 않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런 듯하다. 과연 부끄러운 삶과 부끄럽지 않은 삶은 어떤 삶들일까? 정직한 삶을 결정하는 특별한 기준이라도 있는 것일까?


세상은 우리에게 참 많은 가치를 가르친다. 어떤 가치를 받아들이고 살아갈지는 순전히 개개인 본인의 몫이지만 가끔 종종 그 가치는 제 주인을 집어삼키기도 한다. 


세상은 10년 전이든, 100년 전이든, 1000년 전이든, 쉴 새 없이 소란스럽고 혼란스럽다. 무엇 하나 뚜렷하게 구별할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이 없으며 그 명백하지 않은 사실을 우리는 사실로 믿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엇이 절대적인 선과 악, 옳고 그름인지도 똑바로 구별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혹은 주변 환경에 따라 중요시되는 가치와 그 가치를 판단하는 규범마저 달라진다. 이렇게 무엇 하나 뚜렷하지 않은 세상 속에서 도대체 인간은 어떻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 것일까.




우리 개개인에게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주관적이지만 상대적인 기준을 줬다. 그리고 이 기준은 통상 양심이라고 불린다.


필자의 경우 원래도 무엇 하나 진실하지 않게 대하는 걸 어려워하는 성향이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 행동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제기하는 편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래도 되지 않을까 저렇게 생각하면 그리 큰 문제도 아니지 않을까 하고. 그럴 땐 조용한 시간대에 아주 작게 들려오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그리고 이 소리는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대한 소리가 아닌,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낄 수 있다. 행동을 하기 전 아주 잠깐 내 사고와 몸이 브레이크가 걸린 듯 흠칫 멈춘다던가, 혹은 행동 후에 아 아닌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 때가 있다. 그건 나의 마음의 소리이다. 그리고 그 소리를 무시하는 순간이 나 자신을 부끄럽고 초라하게 만드는 순간이다. 이건 무엇 하나 뚜렷하게 알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너무 멀리 가지 않도록 쳐져 있는 울타리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흔히 불리는 '양심에 찔리는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믿는 바가 옳다고 생각하고 뜻을 굽히지 않는 경향은 심리학 용어인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와 관련이 있다. 확증 편향이란 우리의 뇌에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판단할 때 기존의 신념과 대립하는 정보를 무시하고 일치하거나 뒷받침하는 정보를 선택하는 경향이다. 


확증 편향은 주로 뇌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어떻게 보면 고마운 기능이지만, 기존의 신념이 옳은지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검토해야 잘못된 행동을 초래하지 않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는 것 같다.


누구나 성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을 품고 산다. 자기 능력에 대한 증명,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얻기 위해, 사랑하며 사는 삶이 어떤 삶인지 보여주기 위해 등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들이 제 가치를 하기 위해선 이 모든 것을 정직하게, 부끄럼 없이 얻어내고 지켜야 한다. 당신이 사랑하는 모든 가치가, 당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들이, 당신의 마음의 소리를 어기지 않았으면 한다. 성공도, 돈도, 명예도, 행복도, 사랑도, 그 무엇하나 우상이 되어 삼켜지지 않길 노력하며, 윤동주 시인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삶을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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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넷플릭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네이버 지식백과 - 확증 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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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5-17 23: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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