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양현서 ]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목록을 찬찬히 살펴보면 자기계발서가 유독 많다. 현대사회에서 자기계발은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매 순간 이뤄지는 일종의 의무가 됐다.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운동을 하고, 또 어떤 공부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킬 것인지에 관한 고민은 특정 시기에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자기계발은 분야와 시기를 따지지 않는다. 인생은 바쁘게 흘러가고, 상황은 순식간에 변하고, 배울 것들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성장의 욕구’를 가지고 지치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긍정심리자본이란?


긍정심리자본은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개념으로, 경영학자 Luthans에 의해 고안됐다. 이는 각자 자신의 성장을 도모하는 긍정적인 심리상태를 뜻한다. 긍정심리자본은 네 가지 하위차원으로 구성된다.


자기효능감, 희망, 낙관주의, 복원력이 이에 해당한다. 먼저 자기효능감의 경우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자신감을 가지고 임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희망은 긍정적인 동기부여 상태로, 본인이 가진 목표를 이룰 경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다음으로 낙관주의는 현재 상황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복원력은 역경과 고난 등 삶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부정적인 사건들에서 본래의 상태로 돌아오는 힘을 의미한다.


긍정심리자본은 사회적 자본, 금융자본 등 기존의 자본 개념보다 더 넓은 의미를 가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예컨대 기존의 사회적 자본이 의미하는 바가 ‘당신은 누구를 알고 있는가?’라면, 긍정심리자본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당신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변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자본은 개개인이 가진 성장의 열망을 어떻게 실현할지, 그리고 이를 실현할 잠재력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가진다. 긍정심리자본이 중요한 이유는, 이처럼 다른 자본들은 고려하지 않는 심리수용력과 잠재력을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긍정성도 때로는 독이 될 수 있다



긍정적 심리 상태는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는,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 우리를 이끄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긍정성은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다. 때로는 긍정성이 건강하지 않은 방향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예시가 ‘해로운 긍정주의’다.


해로운 긍정주의란 삶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상황과 감정들을 그저 긍정하기만 하며 넘어가는 태도를 뜻한다. 이는 주로 부정적인 경험을 회피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다. 실제로 부정적인 일들은 인생의 큰 그림을 두고 봤을 때 되려 더 좋은 다리를 놓도록 하는 일이기도 하다. 아무런 의미 없이 그저 부정적이기만 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해당 사건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극복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거치지 않은 채 무작정 상황을 낙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긍정한 채 지나가면 ‘해로운 긍정주의’가 발현하는 것이다.


해로운 긍정주의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 느껴야 할 감정의 스펙트럼을 단 하나의 감정으로 간소화시킨다는 점이다. 일상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은 저마다의 역할을 가지고 있다. 이 모든 기분을 단 하나의 감정, 즉 긍정으로 바꿔서 인식한다면 훗날 펼쳐질 일들에 대처할 힘을 기를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식으로 느끼는 긍정의 감정은 실제로는 본인을 더 우울하게 만들거나 자괴감에 갇히게끔 만들 수 있다. 긍정을 무분별하게 남용할 경우 부정적 상황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질 수 있으며, 현실을 보는 시야가 좁아지는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정이 수반된 긍정



그렇다면 남용되지 않는 긍정이란 어떤 것일까. 도대체 어떻게 해야 ‘건강하게 긍정적인’ 사람이 될 수 있는 걸까. 해로운 긍정주의에서 벗어나는 것, 그 시작은 본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해로운 긍정주의가 유행하기 시작한 데는 SNS를 통해 타인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엿볼 수 있다는 점이 한몫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우리는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길 원한다. 인성적으로도 금전적으로도, 다방면으로 성장하고 발전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그러나 실제 우리의 삶은 모든 부분이 다 완전할 수 없다. 때로는 연약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아무것도 손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무기력한 순간도 있다. 이런 모습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삶의 행복한 순간만 보듬으며 다 잘될 거라 믿기보다는, 삶의 여정에서 펼쳐질 다양한 일들을 충분히 즐기고 인정하는 태도가 수반돼야 한다. 






지난기사

디스토피아에서 마주한 타인의 존재

영원한 무인도가 아닌 산호섬에 당도하기 위해

성공 앞에서도 스스로를 의심하는 당신에게

라쇼몽 현상, 진실을 마주하는 우리의 방법

낯선 것에 익숙해지기

후회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







(참고문헌)

이혜림. (2013). 긍정심리자본이 개인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 : 긍정적 정서, 인지욕구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 경북대학교 대학원

최효선, 양수진. (2018). 고등학생의 여가활동과 삶의 만족도의 관계에서 그릿과 긍정심리자본의 매개효과. 한국심리학회 산하 한국발달심리학회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6350
  • 기사등록 2023-05-23 14:45:26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