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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유시연 ]


모두 "무식하면 용감하다"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분야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사람보다, 오히려 어설프게 알고 있는 사람이 더 자신감 넘치게 우기는 상황을 풍자한 문장이다. 대학에 와서, 2년 간의 수험 생활을 거쳐온 나 역시 이 문장에 백 번이고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한 번의 실패를 겪었던 현역 때를 생각해 보면 점수의 등락에 일희일비하고, 그리 의미 없는 시험에서도 잘 보면 괜히 우쭐대곤 했다. 하지만 재수 때는, 단 한 문제에도 몰입하고 나의 실수, 문제점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 좋은 점보다는 나의 부족한 점에 더 집중했다. 현역 때는 그런 형편없는 성적과는 괴리가 느껴질 만큼 높은 성적대의 대학에 원서를 다 넣고, 결국 모두 불합격했다. 정말, 무식하면 용감하다.


당신의 성적이 오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수 있다. 모든 좋은 공부는 겸손하고, 모든 나쁜 공부는 오만하다는 성급한 일반화를 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과연 당신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가?


하는 경향을 심리학에서는 '더닝 크루거 효과(Dunning Kruger Effect)'라 한다. 특정 분야에 대해 매우 제한적인 일부분의 지식만을 가진 사람이 실제 지식의 수준에 비해 과하게 자신감을 갖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러한 인지편향(비논리적인 추론 끝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은 미국 코넬대학교의 사회심리학 교수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의 연구를 통해 제시되었다. 체스, 운전과 같은 신체 영역부터 논리적 지식, 문법 사고와 같은 사고 영역까지 다양한 부문에 걸친 연구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지표로 평가한 점수가 낮은 피실험자일수록 자신의 등수 기대치를 실제보다 높게 예상했고, 점수가 높은 이들은 그 반대였다.


이러한 양상은 현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에서도 자주 보여진다. AI와 알고리즘 기술의 개발로 사람들은 온라인 환경에서 자신이 자주 찾고, 보고싶은 정보들을 추천받는다. 더욱 '내가 보고 싶은 정보'에 대한 노출은 잦아지고, 이는 편협했던 나의 생각에 더욱 무게를 싣음으로써 오히려 상대방의 의견에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 나의 작은 사고, 낮은 인지 수준을 훨씬 과장하여 평가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경향 역시 더닝 크루거 효과로 설명되는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1%의 생각으로, 100%의 세상을 모두 설명하려는 좁은 시야는 나와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마주했을 때 충돌하고, 갈등하게 만든다. 


이렇게 사람들이 자신의 '무능'을 '유능'으로 착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우리가 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주 들었던 개념인 '메타인지(metacognition)'와 연결된다. '메타인지'란 자신의 인지 수준에 대해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 잘 들어맞는 사람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한, 메타인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 상태인지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는 사람일수록 더욱 효율적으로 자신의 문제점을 보완한다는 점에서, 한때 우리나라에서는 교육계에 '메타인지를 높여야 한다'는 이른바 '메타인지 열풍'이 불기도 했다. 즉,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모름을 인정할 줄 아는 태도가 필요하다. 


무능을 유능으로 포장한다고 해서 우리에게 이로울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자신의 허접한 포장이 벗겨질 때 돌아오는 타인의 불신과 실망의 시선은 자신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 것이다. '더닝 크루거 효과'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오히려 타인의 의견을 더욱 귀담아 듣는 '경청'의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 나에게 쓴소리를 할 때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자신을 균형있게 성장하는 사람으로 키워나가기 위한 수용적인 태도. 그것이 우리가 조금 더 조화롭게 살 수 있는, 더 넓은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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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 Dunning, D. (2011). The Dunning–Kruger effect: On being ignorant of one's own ignorance. In Advances in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Vol. 44, pp. 247-296). Academic Press.

-  Cherry, K. (2019). The Dunning-Kruger effect. Verywell Mind,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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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02 17:2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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