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은
[The Psychology Times=성지은 ]
출처=pixabay
누군가를 기억할 때 단순히 이름과 나이뿐만 아니라 떠올리면 생각나는 느낌, 감정 등으로 갖가지 수식어를 덧붙인다. 그렇게 모이고 모인 수식어는 곧 그 사람을 대신할 문장이 되고, 시간이 흘러 사람이 변하면 수식어도 따라서 변하게 된다. 그런데 수없이 바뀌는 수식어 중에서도 가장 잊기 어려운 것은 처음으로 주어진 수식어일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수식어는 이기적인 이다. 어린 시절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고 나르시시즘인 성향이 강해 타인을 잘 배려하지 못했고, 부모님께서는 내가 남을 배려하지 않을 때마다 “너 그렇게 행동하면 진짜 이기적인 거야.”라며 잔소리하셨다.
그럴 만도 한 것이 타인은 나를 돋보이기 위해 있는 엑스트라라고 생각했을 만큼 나 이외에는 관심이 없었고, 욕심을 위해서 타인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것도 망설이지 않았다.
그러던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선생으로부터 한 이야기를 듣고 자신을 스스로 마주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각기 다른 모양의 항아리가 그려져 있는 그림책을 보여주시곤 말씀하셨다.
“여기 항아리가 보이니? 홀쭉한 항아리, 작은 항아리, 호리병 모양의 항아리. 이렇게 항아리의 모양이 다 다르지 않니? 사람도 이 항아리처럼 다 다르기 때문에 생각, 느낌, 감정이 같지 않단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면서 살아야 한단다.”
이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상 사람들이 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행동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내가 사람들의 기준점에 있고 가장 상식적인 생각을 하며, 어쩌면 다른 사람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의 세상을 모두 부정하는 선생님의 이야기는 내가 잘못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더는 잘못된 삶을 살고 싶지 않아졌고, 세상의 진실을 보기 위해서 모든 사람이 나였던 세상에서 벗어나 성숙하고 타인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으로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장 처음으로 바꾼 생각은 “내 생각만이 옳지 않다.”였다. “내가 모든 사람의 기준점이다.”라는 오만한 생각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의 세계와 시각을 받아들이고 각자만의 특별함을 인정해야 했다. 그래서 나는 상대방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세계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대방이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대화하면서 질문을 던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전혀 궁금하지 않았던 타인의 삶에 대해 질문해야 했으므로 조금 막막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질문을 하면 할수록 부담감은 줄어들고 오히려 예상과는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성격의 다채로움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생각할 수 없었던 것, 흥미로운 답변, 때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그들의 시각은 나와 다른 존재의 특별함을 아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해주었다.
두 번째로 노력한 것은 역지사지하기였다. 역지사지[易地思之]는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뜻의 한자 성어로 자기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각을 헤아려 보라는 뜻이다.
특히 역지사지하는 것에 더 많은 신경을 썼는데, 그 이유는 타인의 감정을 신경 쓰기보다 자신의 감정에 더 집중해서 그들의 감정이 상하는 일이 많았고, 입장 바꿔서 생각하려 노력하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을 잘 살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타인의 말을 들을 때마다 상황을 최대한 이해하기 위해서 내가 겪은 상황 중 가장 비슷한 것과 연관해서 생각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이것은 타인의 감정과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많은 도움을 얻은 방법은 심리학과 자기 계발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단순히 타인의 심리를 이해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얻기 위해 접했지만, 뜻밖에도 읽으면 읽을수록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책에는 타인의 심리를 다룬 것보다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이해하는 것을 우선으로 두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나는 타인에게 어떤 사람이었는가, 나는 누구인가 같은 자신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해 이해할수록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시각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나와 타인의 다름을 인지하고, 인생에는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진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세상 밖에 존재하는 많은 것들은 각자를 상징하는 수많은 수식어가 존재하고 이는 절대 같을 수 없으며, 존재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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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네이버 지식백과] 역지사지 [易地思之] (두산백과 두피디아,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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