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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호의로 했으니 상대방도 호의로 생각할 거야! - 내 의도가 상대방에겐 그렇지 않을 때, ‘허구적 합의 효과’
  • 기사등록 2023-06-12 20: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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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남지민 ]


 

나는 널 위해 한 건데 왜 반응이 그래?”, “난 너에게 관심이 있어서 한 건데 왜 그렇게 못 느껴?”와 같은 텍스트들은 미디어 매체를 많이 접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특히 남녀 연인관계 간 다툼이 있을 시 꼭 나오는 대사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다. 당사자는 상대에게 호의의 표시를 했으나 왜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또는 나는 그저 예의로 한 행동을 누군가는 그것을 호감의 표시로 받아들이는 것일까? 

 

 

이와 같은 의문점의 근원은 ‘허구적 합의 효과’에 있다. 허구적 합의 효과란 자신의 생각이 보편타당하다고 생각하여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행동하리라'는 잘못된 믿음을 말한다. 동화 속에서 이러한 예시를 찾아보자면 <여우와 두루미>를 떠올릴 수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맛있는 만찬을 대접하려는 좋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밥을 먹는 방식을 고려하지 못해 도리어 상대에게 마음이 상한 채 떠난다. 마음을 상하게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지만 서로의 집을 간 여우와 두루미는 ‘골탕을 먹었다’라는 감정을 느낀다. 이러한 허구적 합의 효과는 ‘자기중심성’ 때문에 발현된다. 인간은 타인의 상황이나 감정을 이해할 때 자기를 기준으로 생각하는 경향성이 있음을 뢰벤슈타인과 보벤이 실행한 갈증을 떠올리게 하는 연구에서 잘 보여준다

 

 개그맨 박명수와 정준하가 MBTI 밸런스 게임하는 장면/ 박명수 유투브 계정 '할명수' 65회

허구적 합의 효과를 더욱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녹은 상황들도 생각해볼 수 있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예시가 MBTI 논쟁들이다. 물론 MBTI를 맹신하며 싸우는 일은 지양하지만 대화의 한 주제로 자주 등장한다. 개그맨 박명수의 유투브 계정 ‘할명수’에서 정준하와 나온 편에서 MBTI별 상황 문답하는 장면이 화제였다. ‘나 우울해서 화분 샀어.’라는 친구의 말에 박명수는 ‘햇빛에 잘 키워’, 정준하는 ‘왜 우울해’라는 답변을 하였다. 둘다 같은 상황을 들었지만 자신의 기준으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얘기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답변이 극명히 나뉜 만큼 답변 후 서로 ‘왜 그렇게 얘기하냐’고 토론을 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답변이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인데 자기중심성이 발현되어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해 ‘최선의 답변’이니 다른 이에게도 그럴 것이라는 착각을 하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쉬운 이해를 위해 MBTI를 활용한 예시를 보여주었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부모-자식선배-후배 등 다양한 관계에서의 입장을 통한 사례를 생각해볼 수 있다자식이 공부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좋은 마음에 부모님들은 참고서 등을 들기 힘들 정도로 구매를 한다그러한 모습을 본 자식은 ‘이건 다 보고 공부 잘 해야 한단다’‘이렇게까지 샀는데 공부 안 할 건 아니지?’란 부담과 억압으로 느끼기 쉽다또한 자식이 걱정되어 계속 확인하려는 행동도 그들에게는 집착과 통제로 느껴 도리어 일탈을 하려는 욕구를 불러올 수 있다학교 안에서 선배-후배 관계에서도 드러날 수 있다선배는 후배 챙기는 마음으로 한 말과 행동이었지만후배는 그것을 부담이나 그의 의도에 맞게 수용하지 않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반대로 후배는 선배랑 친해지고자 한 것인데그게 선배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어느 관계를 새롭게 구축하고자이미 형성된 관계를 좋은 쪽으로 뻗어가고자 할 때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감정도 고려해가며 이어나가야 한다특히 이성관계일 때 이러한 현상은 더욱 크게 나타난다상대방의 호의를 호감으로 생각하거나아님 그 반대의 상황으로 이해하려는 모습들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이는 걔는 날 좋아해서/안 좋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을 하며 연애상담을 하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저마다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허구적 합의 효과가 나타나는 상황에 닥친다면 아무리 친한 사이여도 다툼의 불씨가 생기거나 오해의 시작이 나오기 쉽다. 이를 경계하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 ‘투명성 착각’도 조심해야 한다. 투명성 착각이란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상대방이 잘 알고 있을 거라 여기는 착각을 말한다. 예컨대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나 ‘내가 말 안 해도 알아줄 수 있는 거 아니야?’와 같은 문장들이다. 가족, 친구, 연인 불문하고 인간관계 속에서 ‘너는 당연히 알고 있을 줄 알았다’는 판단은 도리어 상대방을 이해 못하는 사람으로 치부해 관계를 멀게 만들고 만다. 앞에서 언급한 심리적 효과들을 잘 인지하여 불씨 없는 인간관계를 구축해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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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류혜인심리학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스몰빅인사이트, 2021

박명수 공식 유투브 계정 '할명수' 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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