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현
[The Psychology Times=김채현 ]
출처: Unsplash의 Andy Kelly
“기계에 마음이 없다고 안심하지만, 사실 인간은 기계에 마음을 줍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등과 같은 작품을 연출하였으며,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이라고 불리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한 말이다.
“인간이 기계에 마음을 준다.”라는 말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기계와 인간의 사랑을 담은 영화가 꽤 많지만, 이를 비정상적으로 보고, 오명을 씌우는 반응들이 많다. 하지만, 사랑이 꼭 성애적 감정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물이나 대상을 아끼고 소중히 여기거나 즐기는 마음” 또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마음이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이 기계에 마음을 준 경험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켜지지 않는 오래된 핸드폰을 차마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었던 경험도 있을 수 있으며, 무더운 여름날 종일 돌아가는 선풍기를 툭툭 치며 “네가 진짜 수고가 많다”라고 말을 해본 경험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실제로 2022년 경주의 한 카페에 27년간 서비스를 이어왔지만 15일을 끝으로 지원이 종료된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브라우저인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추모하는 추모비가 등장하기도 했다.
인간은 왜, 그리고 어떻게 기계에 마음을 주는 것일까?
이러한 현상은 일라이자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1966년 미국 MIT 컴퓨터공학자 요제프 바이첸바움(Joseph Weizenbaum)에 의해 상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채팅 프로그램인 일라이자(Eliza)가 만들어졌다. 그런데 비록 일라이자는 단순하게 설계된 초보 문답 기계였지만, 사용자들의 상당수가 일라이자를 진짜 의사라 믿고, 감정적 교류를 하여 실제 위안을 받았다고 한다. 따라서 이로부터 ‘일라이자 효과’라는 말이 유래하였다. 즉, ‘일라이자 효과’란 “사람들이 컴퓨터나 인공지능의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의인화하는 현상”을 뜻한다.
“인간은 공감할 수 있다고 여겨지면 무생물인 기계나 프로그램과도 소통에 나서는 존재”라고 한다. 이때 공감을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대화에 맞는 표정을 짓는 것이 있는데 최근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기계를 가만히 살펴보면 표정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음식점에서 자주 보이는 서빙 로봇에는 표정이 있으며, 사람이 웃으면 따라 웃는 등 감정 표정을 따라 하는 로봇인 에바(EVA)가 발명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표정 때문에 인간은 기계를 공감할 수 있는 존재로 여기며 소통에 나서고, 기계의 행위를 무의식적으로 의인화한다. 즉, 기계를 의인화하여 감정적인 연결을 형성하기 때문에 이들에게 마음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쩌면 기계에 마음을 주는 인간의 행위는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정상적이고, 인간다운 것은 아닐까.
그리고 앞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한 기계의 진화에서 관건은 표정을 넘어서는 ‘의인화’가 될 것이다. 아무리 겉모습이 인간과 흡사하더라도 할지라도 대화를 이어갈 때 한계를 느낀다면 인위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조금만 복잡하게 말하면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기계는 기계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대화를 멈추게 된다. 그런데 사용자가 단편적으로 말을 해도 맥락을 파악하여 상황을 유추한다면 서비스의 니즈가 확장될 것이며 유대감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최소한의 감정이입을 통한 착각이 가능한 수준으로 1차적인 의인화가 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기계에 마음을 주는 사람을 조금은 유치하게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있지만, 점차 대다수의 사람이 기계에 마음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기사
[참고문헌]
-이영완 (2021.05.31). 당신이 웃으면 나도 웃어요… 감정 표정 따라하는 로봇 개발. 조선일보.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1/05/31/PBCJMYZ6FFFOPHW6MO4BFY654E/
-이정후 (2022.06.16). “인간은 기계에 마음을 준다”…굿바이 인터넷 익스플로러, 추모비 등장. 뉴스1.
https://www.news1.kr/articles/?4713049
-조인혜 (2016.08.17). 로봇과 사랑에 빠지는 일이 일어날까. 로봇신문.
http://www.irobot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8419
-차준철 (2021.01.21). 기계가 사람으로 느껴질 때. 경향신문.
https://m.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1210300075#c2b
-EBS. (2023). EBS 중학 뉴런 국어 2 2023년. EBS.
-kt. (2018.05.16.). 인공지능의 의인화, 그 가능성과 경계에 대하여[디지에코]. kt NAVER포스트.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15655290&memberNo=30305360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oxfordok@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