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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를 통해 알아보는 방어기제 - 소설과 다른 '건강한' 개츠비 되는 법
  • 기사등록 2023-06-19 17: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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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세영 ]



한 이솝우화가 있다. 주인공인 여우는 길을 가다 나무에 매달린 포도를 발견하고 이를 먹기 위해 여러 번 점프를 시도한다. 그러나 여우의 손은 포도에 닿기에는 턱없이 짧았고, 이후 그 자리를 떠나면서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라고 말을 덧붙인다. 과연 포도는 맛이 없었을까? 분명히 여우는 포도가 맛있어 보였기 때문에 점프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포도를 따지 못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실패를 받아들이지 않기 위해 핑계를 만들어 스스로 합리화한 것이다. 필자는 이런 모습을 소설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고, 결국 개츠비를 비극적인 죽음으로 이끈 행동의 원인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 결과, 모든 행동의 원인은 데이지와의 관계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사용된 ‘과잉 방어기제’ 때문이라는 결론을 도출됐다. 따라서 각각 다른 행동 유형을 가진 방어기제를 개츠비와 연결하여 분석하고, 소설과 다른 ‘건강한’ 개츠비가 되는 방법을 제시하려 한다. 



개츠비의 방어기제


방어기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개념으로,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속이는 행위를 말한다. 이 글을 읽는 몇몇은 ‘방어기제’라는 단어 자체를 부정적으로 느낄 수 있으나 방어기제는 이 순간에도 우리의 내면 안에 공존한다. 마치 학창 시절에 선생님께 혼나지 않기 위해 친구와 수다를 떨어 지각한 사실을 숨기고 다른 핑계를 댔던 것처럼, 방어기제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 튀어나오는 작은 거짓말과 같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조지 베일런토의 방어기제 위계를 살펴보자. 그는 방어기제를 자기애적 방어기제, 미성숙한 방어기제, 신경증적 방어기제, 성숙한 방어기제라는 네 가지의 종류로 구분하였다. 필자는 소설 속 개츠비의 행동이 이 중 자기애적 방어기제와 신경증적 방어기제에 해당이 된다고 판단하였고, 이를 행동 유형과 연관 지어 자세하게 탐구할 것이다.

 

자기애적 방어기제란 무엇일까? 이는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행위를 뜻한다. 해당 위계질서에 따르면, 자기애적 방어기제의 대표 행동은 현실을 무시한 채 본인이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움직이는 부정이고, 이러한 모습은 개츠비의 행동에서 명확하게 드러난다. 개츠비와 데이지가 함께 차를 타고 뉴욕에서 돌아오던 중, 데이지는 톰과 개츠비 사이에서 느끼는 중압감을 주체하지 못한 채 톰의 내연녀인 머틀을 차로 친다. 이후, 집으로 돌아온 개츠비는 데이지가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과 그가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톰으로부터 데이지의 안전을 걱정하며 밤새도록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친다.


닉이 톰이 내연녀를 잃은 슬픔 때문에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해도 개츠비는 전혀 수용하지 않으며, ‘데이지가 위험할 수 있고, 그때 본인이 필요하다’라는 자신만의 믿음을 고집한다. 즉, 개츠비는 머틀이 사망하며 발생한 본인에 대한 불이익과 안전에 대한 현실은 계속해서 부정하고 오직 데이지에게만 초점을 맞춰 움직인 것이다. 더 나아가, 개츠비의 믿음이 그의 착각이라는 사실은 톰과 데이지가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통해 증명된다. 이러한 개츠비의 부정은 자기 생각과 느낌만을 고집하는 자기 합리화(Rationalization)의 모습까지 이어지고, 이는 베일런토의 위계질서 중 하나인 신경증적 방어기제의 과잉 행동에 포함된다.

 


우리 안의 ‘건강한’ 개츠비


여러 불안 요소를 가진 사회 속의 우리가 개츠비처럼 되지 않으려면, 내면에 공존하는 방어기제를 인지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불안감이라는 감정은 절대 피하거나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며, 방어기제 또한 아예 사용하지 않을 수는 없다. 즉, 이 두 가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반드시 경험해야 하는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이를 불안이라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에 관련된 효과적인 방법을 제공하고자 한다.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해져야 한다. 즉, 의식적으로 행복함과 만족함을 느끼는 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매일 기분이 좋았던 경험을 하나씩 작성하여 그 안에서 느낀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는 ‘감정 일기’를 이용할 수 있다. 이 연습은 우리가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안하고 부정적인 면이 아닌,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둘 수 있도록 도와준다. 주변 사람이 인사를 받아주지 않은 상황을 예시로 설명해보겠다. 긍정적인 감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인사를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쟤가 나를 싫어하나?”라고 생각하고, 왜 본인을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깊게 파고들며 자신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감정 일기를 쓰며 긍정적인 감정에 습관처럼 익숙해진 사람은 “나를 못 봤나 보지” 또는 “바쁜 일이 있나 보다”와 같이 생각하며 그 상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는 감정 일기를 통해, 부정적으로 상황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불안감의 정도 또한 낮출 수 있다. 감정 일기는 긍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습관이 되게 하여 상황의 좋은 면을 극대화하여 바라볼 수 있게 이끈다. 이들은 올바르지 않은 방어기제 사용의 주요 원인인 불안감을 낮추어 과잉 사용을 막고, 이는 우리가 소설 속의 개츠비와 다른 건강한 개츠비가 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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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권선미, 「청년, 마음이 힘들면 감정일기 쓰세요」, 『중앙일보』, 2017.10.05.

이솝, 『이솝 우화』, 천병희, 숲, 2013.

조지 베일런트, 『성공적 삶의 심리학-정신건강이란 무엇인가』, 한성열, 나남, 2005.

주재우, 「방어기제를 통한 역사군담소설 읽기 연구」, 『문학치료연구』30(0), 2014.

캘빈S. 홀, 『프로이드 심리학』, 백상창, 문예출판사, 2000.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김영하, 문학동네,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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