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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자은 ]



“사람이 정말 죽도록 사랑할 수 있나요? 있다면 저도 그런 연애 한번 해보고 싶어요. 저는 사랑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사랑은 너무 숭고하고 고귀해서 감히 만질 용기도 안 난다는데..

 

왜 저는 그런 감정이 안 생길까요?”

 

여기 사랑에 회의적인 시선을 가진 여자가 있다. 여자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남들이 로맨스 장르에 설레고 연인과 함께 진실한 사랑의 서약을 하는 동안 여자는 혼자였다. 그 무엇도 여자를 사랑하게 할 수 없었다. 물론 가족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했으며 동경하는 야구선수도 사랑했다. 그러나 그 이상, 자신의 인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감정이 들지 않았다.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대부분을 이룬 지금, 여자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졌다.

 


사람은 호르몬의 노예


여자는 치열하게 살기 위해 사사로운 감정을 삼키고 살았다. 모든 인간관계를 이성적으로 대했으며 타당한 사유가 없으면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쏟지 않았다. 논리를 좋아하는 여자에게 사랑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보자.

 

길을 가다 이상형을 발견한 순간 첫눈에 반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대뇌 미상핵의 활동이 증가한다. 미상핵 내부에는 쾌락과 관련 있는 도파민 호르몬 수용기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수용기의 개수가 많으면 적은 자극에도 더 기뻐하고 더 행복해한다. 뇌는 중심부로 가까이 갈수록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연관되어 있으며, 바깥으로 빠질수록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된다. 사랑을 말하기는 쑥스럽다고 가장 깊숙한 부위에서 조용히 얘기하는 것 같아 참 재미있기도 하다. 도파민이 솟구치기 시작하면 뇌는 격렬한 에너지를 뿜어내고 흥분을 다른 신경들로 전달한다. 가만히 있어도 활력이 넘치고 입술이 실룩거리며 누가 보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웃음이 많아진다. 사랑에 빠진 사람은 마약에 중독된 사람과 별다른 바 없는 뇌 활동을 갖는다.

 

도파민이 분비되고 조금 이후에는 페닐에틸아민이 생성된다. 시야에는 그 사람만 보이고 모든 단점도 개성으로 수용하고 싶어지며 심지어는 개인의 인지능력이 향상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조금 지나면 옥시토신도 분비된다. 이성과 성적인 관계를 갖고자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온갖 스킨쉽을 하고 싶어 한다.

 

내 모든 감정들이 호르몬의 분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면 인간은 정말 호르몬의 노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러한 호르몬에 의한 허수아비 노릇도 30개월이 유효기간이다. 이후에는 사람 간 친밀감을 기반으로 성숙하고 안정적인 사랑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메커니즘을 실컷 들은 여자였지만 마음 한구석이 왜인지 찝찝했다. 그래도 자신은 사랑을 할 수 없을 거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의 원천인 무적의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자신이 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된다고 생각하면, 일단 희소성의 법칙부터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이란 개념을 너무 신성화한 나머지 감히 자신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사랑은 이 세상에 널리 퍼져있다. 언제부턴가 성실한 건 멍청한 거고 편법을 쓰지 않으면 미련하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거짓말하지 않으면 손해를 보고 선한 마음으로 대하면 오히려 그 진심을 왜곡한다. 그러나 양심을 버리면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과 같다. 나를 사랑하고 내 이웃을 사랑하는 힘이야말로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게 한다. 아무리 쉽게 가겠다 남들을 짓밟고 올라간다 한들 상식이 이기고 지식이 이기며 사랑이 이긴다.

 

혹자는 더 어렵게 돌아가는 것은 낭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낭비와 낭만의 낭이 모두 같은 浪을 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 글자가 ‘물결’이라는 뜻을 가질지 ‘함부로’라는 뜻을 가질지는 내가 마음먹기 달린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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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리.(2007).[생활 속 뇌건강] 몸과 마음을 움직이는 작은 힘, 호르몬 시리즈 3탄: 사랑의 탐닉 호르몬 도파민.브레인,4(),4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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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6-21 07:4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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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 전공 대학생, 그러나 심리학과 법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 삶의 모토를 소개합니다.
    1. 최고를 향해 최선을
    2. 정공법(正攻法) :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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