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이승엽

7명의 이승엽 -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자기 참조 효과

이은세

기사등록 2023-06-23 23:30:48

[The Psychology Times=이은세 ]

넌 나고, 난 너야

몇 년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 현 두산 베어스의 이승엽 감독과 같은 이름을 가진 동명이인 7인을 출연자로 모셔 ‘동명이인 이승엽의 은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동명이인 7인은 각각 ‘은퇴식을 보며 나의 인생을 한번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은퇴를 하는 것처럼 유독 아쉬움이 컸다.’ 등의 의견을 나눴습니다. 유명한 야구선수는 많지만 유독 그들이 ‘이승엽’의 은퇴를 특별하게 느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오늘 소개할 ‘자기 참조 효과’ 때문입니다.

위의 예시뿐만 아니라 사석에서 나와 고향, 출신 학교, MBTI 등이 같은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는 쉽게 친밀감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보다 그들을 더 잘 기억하게 됩니다. 그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비밀번호를 자신의 생일로 설정하면 쉽게 까먹지 않는 이유와 나와 연관 지어 암기했을 때 정보가 더 잘 외워지는 이유 또한 자기 참조 효과의 영향입니다.

자기 참조 효과가 뭐길래?

계속해서 언급했던 자기 참조 효과(Self-reference effect)란 자기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그렇지 않은 정보보다 빠르고 강하게 처리되는 효과를 말합니다. 이름, 생일, 전화번호 등과 같이 개인적으로 중요한 정보와 연관된 자극이 다른 자극보다 비교적 더 강력하고 오랫동안 기억되는 것도 자기 참조 효과의 영향입니다. 자기 참조라는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이 비교의 대상이 되면 그 자체로 더 강력한 자극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처음 소개한 7인의 ‘이승엽’ 사례에서처럼 동명이인의 상황과 감정에 더 크게 공감하고 자기 일인 것처럼 이입하는 것도 자신의 이름에 대한 참조 효과가 발현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효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우리가 자기중심적 표상을 형성하기 때문입니다. 표상은 쉽게 말해 ‘세상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우리는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신과 관련된 자극을 더 쉽게 처리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자기중심적 표상이라는 표현이 다소 부정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는 아주 적응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나와 타인을 구별하고 나의 기준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자아상을 확립하는 것은 발달상으로도 아주 중요한 과업입니다.

암기왕을 만드는 자기 참조 효과

앞서 말했듯 자기 참조 효과는 기억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학습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창 시절 영어 단어나 역사 지식을 외울 때 단어의 발음이 내 이름과 비슷하거나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날짜가 생일과 비슷해서 잘 외워지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해보셨을 것입니다. 혹은 아주 작은 접점을 가지고 억지로라도 나와 연관 지어서 암기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암기 과목의 학습에서 자기 참조 효과를 활용해 정보를 나와 관련된 것으로 표상하게 되면 보다 효과적으로 정보를 암기할 수 있습니다.

자기 참조의 무궁무진한 가능성

이해를 돕기 위해 예시로 들었던 동명이인에 대한 감정이입, 나와 연관된 특징을 가진 사람에 대한 친밀감과 기억력 증가, 암기 과목 학습에서의 활용 외에도 자기 참조 효과가 일상생활에서 드러나는 사례는 무궁무진하게 많습니다. 그만큼 일상에서 자기 참조 효과를 활용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언제라도 새로운 정보를 기억해야 하는 순간이 오면 우리 자신과 연관 지어 생각해보세요, 무작정 암기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기억해 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