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우리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전자기기
식당에 가면 막 걷기 시작했을 것 같은 아이들이 밥을 먹으면서 유튜브를 시청하고 있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어쩔 때는 밥을 먹고 있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로 몰두해서 시청하기도 하죠. 조금 더 크면 더 이상 그러지 않을까요?
아니요. 초등학생이 열심히 휴대폰 게임을 하는 모습도, 중고등학생이 인스타에 올릴 사진을 찍느라 여념 없는 모습도, 어른들이 휴대폰으로 다양한 기사를 보면서 밥을 먹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휴대폰이 전자기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 몸의 일부가 된 것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넓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전자기기
하지만 이러한 기술이 발전에는 반드시 긍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인공지능 전문기업인 솔트룩스 연구진은 다섯 살 정도 지능을 가진 인공지능 ‘가람이 1,2’를 8주일간 학습시키며 대화법의 변화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키즈콘텐츠를 시청한 가람이1은 엄마가 인사를 하자 “반가워요”라고 밝게 답했지만,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영상을 무작위로 시청한 가람이2는 “뭐가 반가워요? 나한테 관심 좀 그만 줘”라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는 단적이지만, 임의의 유튜브 알고리즘 시청이 아이의 인지능력과 성격형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알지만,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유튜브만큼 편안하고 적절한 대안은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챗 GPT와같은 인공지능의 발전이 화두가 되고 있는 정보화 사회에서 유튜브를 비롯한 정보 기술과 동떨어진 채 살수는 없기에, 이러한 고민은 더 깊어져 갑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정보 매체를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수밖에 없을 텐데요. 그 방법은 과연 무엇일까요? 그것은 뉴리터러시 능력을 기르는 것입니다.
What is 'new' literacy ?
뉴리터러시란 리터러시에서 그 출발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리터러시는 간단히 말하자면 ‘읽고 쓰는 능력’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리터러시의 개념은 활자를 읽고 쓰는 것을 기본으로 발전된 분야입니다. 그 결과 이러한 전통적 리터러시는 유튜브와 같은 새로운 매체가 대두하면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그 결과 세 가지의 과제를 가지게 되었는데,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습니다. 첫째, 텍스트 중심에서 탈피가 필요한 사회적 변화. 둘째, 다양한 매체와의 관계적 맥락에서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의 필요. 셋째, 정보 생산의 주체가 다양화되면서 나타나는 부정적이고 부정확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의 구별 능력 향상 필요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고자 대두한 것이 바로 ‘뉴’리터러시 입니다. 새로움을 뜻하는 접두사가 앞에 붙어있기는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것은 아닙니다. 단순히 정보를 읽고 쓰는 전통적인 리터러시에서 나아가, 텍스트로 매개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는 개념을 의미합니다. 즉, 다양성을 존중하되 상대주의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자기성찰’과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다양한 사회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는 이제 무엇보다 이러한 뉴리터러시의 능력을 기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유튜브를 보면서 정확한 정보가 무엇인지, 그리고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보가 무엇인지를 판별하고 그것을 선택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리터러시 능력을 어떻게 기를 수 있는 것일까요?
우리아이 뉴리터러시 능력 향상시키는 법
자신이 정보 기기의 내용을 선택하고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영아기에는 부모가 키즈콘텐츠를 위주로 아이에게 매체를 제공합니다. 이때 키즈 콘텐츠 제한과 같은 기능을 사용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콘텐츠의 제공을 통제할 수 있겠죠.
하지만 이후 유아기가 되어 스스로 휴대폰과 같은 매체를 다룰 수 있게 되면,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그동안 하던 것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구가 왕성해 집니다. 이때부터는 단순히 부모의 제한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부모와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넘어서 다양한 사회관계를 형성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소속이 되면서, 여러 정보를 얻고 이를 새롭게 시도해보고자 하는 이 시기에는 ‘학습’을 시작해야 합니다.
이때 학습은 무조건적으로 ‘안돼’라고 말하는 강압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감과 설득 그리고 동의를 통한 학습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우선적으로는 아이가 ‘왜’ 그것을 하고 싶어하는지 설명을 요청해 확인하 뒤, 그 감정을 공감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가 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해서는 안되는지(또는 게임 등을 해서는 안되는지), 만약 불가피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것을 시청(시행)했을 때 어떤 위험적 요소가 있는지를 설명해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아이의 동의를 바탕으로 하지 않기로 또는 이 부분은 유의하여 현실적으로 직접 해보지 않기로 약속해야 합니다. 이 과정은 이제 부모가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 스스로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입니다.
이 과정을 거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점차 아이가 접근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주면서, 일관된 훈육방식으로 약속을 지켰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교육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는 가정의 학습보다는 공교육에서 다양한 디지털 매체를 수업시간에 활용해, 뉴리터러시를 학습하는 형태가 더욱 효과적입니다.
지금까지 뉴리터러시 학습법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앞서나가면서, 그 시대의 흐름에 잡아먹히지 않는 법, 그것이 바로 뉴리터러시입니다. 오늘부터 휴대폰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시도해보세요.
오늘 내가 해야할 것은
'너 휴대폰 그만해'가 아니라 '왜 그게 하고 싶은거야?'
'그거 해도 도움 하나도 안돼'가 아니라 '그 게임을 했을 때,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들었어. 너는 너한테 이런 문제가 생기면 어떨 것 같아?'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로, 우리아이의 능력을 키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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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내려서 아이를 낳기 싫어요, 가뭄이 들어서 우울증이 심각해 졌어요.
참고
Papen, U. The (New) Literacy Studies: The evolving concept of literacy as social practice and its relevance for work with deaf students. cult.psych. (2023).
Mckenna Kohlenberg, 'Booked but Can't Read: "Functional Literacy," National Citizenship, and the New Face of Dred Scott in the Age of Mass Incarceration' (2020) 44 NYU Rev L & Soc Change 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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