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우
[The Psychology Times=최지우 ]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내가 아는 거라곤 다정해야 한다는 거에요.”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를 보며 참 많이도 울었다. 어쩌면 합리와 효율이라는 가치가 가장 중시되는 것만 같은 사회에서, 사실은 다정이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 다시 깨닫게 해준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최대한 모두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다정하기 위해 노력했던 나의 진심을 누군가 알아준 기분이었다.
아내 에블린이 위기에 빠진 순간 웨이먼드는 ‘다정함’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살아남는다. 웨이먼드는 자신이 늘 세상을 밝게만 보는 게 순진해서가 아니라고 말한다. 전략적으로도 필요하기 때문이었다고, 자긴 그런 방법으로 살아남았다고 말한다. 에블린의 어떤 능력도 통하지 않던 절체절명의 순간에서 웨이먼드는 그저 상대를 이해하고 진심 어린 말을 건넴으로써 그 상황을 타개한다. 엄청난 능력과 힘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따뜻한 진심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누군가는 힘과 냉소로 세상을 살아가듯이, 다정이 웨이먼드에게는 하나의 삶의 방식이었다. 겉으로는 약해보이고 지는 것 같지만 그 마음이 내내 그를 굳게 지탱해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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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수는 없다고 속 편한 핑계를 댈 때마다 형님을 생각하게 됩니다. 저는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라는 내내 의심해왔던 말을 한 번 더 믿기로 합니다.”
너무 좋아서 저장해뒀던, 문상훈이 유재석에게 쓴 편지의 일부이다. ‘친절한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다.’ 라는 말은 참 좋아보이는 말이지만 가끔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현실에 치여 힘들 때는 부정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 우원해보이는 말을 다시금 믿고 싶게 하는 사람을 감사하게도 몇몇 만났다. 친구에게 빵을 포장해 가져다준 적이 있었는데, 빵 포장이 구겨져 미안해하는 내게 그 친구는 사실 자기는 종이가 좀 구겨진 게 더 좋다는 말을 해주었다. 문상훈이 유재석에게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처럼, 나도 그 친구의 다정을 받고 이 말을 한 번 더 믿을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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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만나는 모든 사람은 당신은 모르는 그들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니 친절해라, 항상.”
웨이먼드도 말한다. 특히 우리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 다정해야 한다고. 이것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이렇게 살아가는 이유는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다. 그저 나와 나의 마음을 위해서다.
대학 수업에서 배운 것 중 너무 인상깊어서 잊지 않고 내 인생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의 태도가 있다. 바로 누군가를 꼭 ‘용서’하거나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이해’하는 것. 그가 처한 상황과 배경과 입장을 고려해서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타인의 행동이나 가치관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계속 의문을 품고 미워하다 보면 결국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뿐이다.
몇몇 사람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깨달은 것이 있다. 정말 모든 사람이 각자의 이야기와 상처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 아무리 행복해 보이고 문제가 없어보이는 친구라도 나름의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만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는 모르는 그들만의 싸움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지금 내 앞에 있는 상대에게 더 최선을 다하게 되었고 한 번 더 이해해보고자 하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다.
다정하고 친절한 사람에게, 누군가는 세상 물정 모르는 나약하고 순진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경쟁으로 가득찬 현대 사회에서 다정이라는 가치는 뒤로 밀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 문장들을 되새기며 나는 다정의 힘을 다시 굳게 믿어보기로 했다.
쉬워보일 수 있지만 실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사회 속에서, 나의 몸뚱아리 하나 건사하기 힘든 팍팍한 세상 속에서 진심 어린 다정과 친절의 마음을 보여준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다정에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다정은 표현을 통해 비로소 상대에 가닿기 때문이다. 오글거리고 부끄럽다는 감정을 딱 한 번만 누르고 내가 느낀 진심을 그대로 전달하기 시작하면 그 다음은 매우 쉬워진다.
타인에게도, 스스로에게도 섬세한 다정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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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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