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지민
[The Psychology Times=남지민 ]
인간은 혼자서 살아갈 수 없다. 어릴 때부터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타인과 상호작용은 필수불가결하다. 갓난아이 시절에는 부모님, 자라면서는 또래친구와 선생님 등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범주가 넓어진다. 그러면서 타인에게 나 자신의 대단함, 멋짐을 칭찬받고 싶어하는 욕구가 생긴다. 우리는 이것을 ‘인정욕구’라고 부른다. 인정욕구는 자신의 가치를 주위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인정받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 행동하는 욕구로 생각할 수 있다. 겉으로만 보면 타인이 주는 응원으로 나 자신을 발전시키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욕구로 보인다. 하지만 그 내면을 살펴보면 방향성이 다르다. 적당한 인정욕구는 나의 역량과 내면 성장에 도움을 주지만 이에 집착하면 도리어 자신에게 압박을 준다.
학업이 중요한 학생으로서는 시험과 자격증, 직장인은 인사고과 평가 등을 통해 각자의 능력을 수치화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다. 특히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인정욕구가 더욱 크게 발현된다. 고3인 사촌동생이 모의고사 등급 대를 보고서 ‘엄마나 선생님들께 ‘잘 했다, 성적이 올랐다’고 인정받기 위해 더 할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걸 들은 필자는 ‘그런 말들이 너에게 응원으로 들렸으면 좋겠다. 부담감이 아니라’고 답했다. 선생님이나부모님은 사촌동생에게 기대감이 있으니 하는 가벼운 말일지 몰라도 사촌동생은 그 말을 듣고 인정받고자 하는 마음이 커져 큰 무게를 쌓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태에서 실패를 겪는다면 자신에게 실망을 하게 되고, 자존감이 떨어지며 심하게는 자기비하까지 갈 수 있다. 사촌동생이 필자와 비슷한 경험을하지 않으면 하는 마음에, 인정욕구를 좋은 방향으로 풀 수 있도록 응원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직장을 몇 십 년 다니신 부모님 말씀을 들어봐도 타인의 인정에 목메야 하는 상황은 끝없이 나타남을 체감할 수 있다. 수많은 인사고과 평가, 직급을 높이긴 위한 자격증 시험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평판 등 학생 때보다더 많은 것에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고 하셨다.
또한 인정욕구는 성과 측면에서만 나타나지 않고 인간관계에서도 등장한다. 성과가 인간관계에 영향을 주는 그런 것이 아니라 오로지 사람과 사람 간의 인정욕구를 말하는 것이다. 이는 연인 사이에서 자주 등장한다. 예컨데 ‘애정결핍’은 한 사람이 타인에게 사랑받기를 계속 확인받고 싶어하고 ‘나는 너를 가장 사랑해’라는 걸 지속적으로 인정받고자 하고 싶어하는 상태다. 자신의 우울함을 모두 보이면서, 심지어 ‘내가 이래도 너는 날 사랑할 거지?’라며 부정적인 방향으로 표현하면서도 타인이 나를 수용하고 '나 자체'를 인정해주기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아무리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가 ’나’라는 존재를 무조건적으로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도리어 ‘잘못된 사랑’으로 변질된다.
이러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든 이를 전부 다 사랑하고,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을 것인가. 가족, 연인, 친구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오해와 다툼이 이런 욕구로부터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회피하고 무시하면 도리어 관계의 금이 더욱 크게 갈라지고 만다. ‘나는 적당히 불완전하고, 적당히 완전하다.’ 책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타인은 나의 ‘완전한 부분’만을 보고서 호기심을 갖고 다가오고 관계를 깊게 형성하려 할 것이다. 나의 내면에 숨겨있던 ‘불완전한 점’을 보이지 않았기에. 그런데 굳이 인정욕구를 충족하고자 자신의 ‘불완전한 점’까지 의도적으로 노출할 필요가 있을까. 진정 사랑하고 아끼는 사이라면 관계가 발전되면서 ‘자연스레’ 수용하고 포용하려 할 텐데. 혼자로는 불완전한 만큼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각자 부족한 부분을 발전시키는 상황이 가장 이상적이다. 하지만 상처 없이 관계가 발전하는 모습은 지극히 ‘이상적’이라 현실에서 펼칠 수 있을지는 개인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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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허지원, 「뇌과학과 임상심리학이 부서진 마음에 전하는 말: 나도 나를 아직 모른다」, 홍익출판사, 2018
이미지 출처: I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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