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너는 참 착한 사람이야’ 또는 ‘너는 참 못됐어’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선과 악에 대한 서로 다른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요? 선한 사람? 아니면 악한 사람? 생각해보신 적이 있으신 가요?
사람은 선한 존재? 아니면 악한 존재?
나라는 사람에 대해 고민해보기 전에 우리가 고민해보아야 할 것은 사람 그 자체입니다. 방긋 웃는 아기를 볼 때면 사람은 선천적으로 선한 것 같다가도, 치를 떨 정도로 끔찍한 범죄자들이 반성의 기미 없이 웃는 얼굴을 볼 때면 인간은 역시 악한 존재가 싶기도 합니다. 사람은 선할까요? 아니면 악할까요? 아니면 선과 악은 선천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닐까요?
과거에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들이 있어왔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성선설, 성악설, 성무성악설 등이 바로 그런 것이죠. 이 중에서도 과거에는 특히 선천설이 우위를 차지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접근 방법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만약 인간의 본성이 선천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범죄를 저지른 자를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할 것입니다. '교화' 그리고 '갱생' 이러한 단어들이 전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뜻이니까요. 하지만 우리는 범죄자와 한 사회 구성원으로 같이 상호작용하며 살아가고 있죠. 이는 우리 사회가 인간의 본성에 대해 후천설을 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하는데요.
왜 우리 사회는 후천적으로 선과 악이 학습될 수 있다는 기반 하에서 형벌을 만들고, 처벌을 통해 사람들을 교화하거나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일까요? 어째서 지금의 우리는 '후천설'에 근거하여 사회를 운영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인간의 본성이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는 이유
필립 짐바르도의 '감옥 실험'을 통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짐바르도 교수는 1971년 좋은 가정환경과 교육을 받고 심리적으로 안정된 일반인 24명을 대상으로 '교도소 생활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를 시행했습니다. 일반인 24명은 무작위로 교도관과 죄수의 역할을 할당받은 뒤 실제와 흡사한 교도소 환경에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때 주목할 점은 바로 '환경'입니다. 창문, 시계를 없애 장소와 시간의 확인할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소품도 실제의 그것과 동일하게 구성했습니다. 또한 역할을 맡은 본인들은 상대역이 '진짜' 죄수와 교도관인지 아니면 본인들과 같은 '일반인'인지도 알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죄수들은 동원된 진짜 경찰에게 체포되면서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들은 곧바로 그 상황에 몰입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분명 일반인과 동일했던 그들이, 실험 시작 이튿날부터 죄수들은 난폭한 행동을 하거나 교도관에게 조롱이나 욕설을 퍼부었습니다. 반면 교도관들은 죄수들의 옷을 벗기거나, 심지어는 성적학대와 신체적 처벌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참여자들 뿐 아니라 실험자들도 이 상황에 빠져들기 시작했습니다. 실험의 진행이라는 자신의 본분을 잊고 어떻게 가해자와 범죄자, 그리고 교도관들의 혼돈을 해결할 수 있을 지 어떻게 그들을 관리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카오스로 인해 2주로 계획되었던 실험은 6일 만에 급히 종결됩니다.
이는 '환경'이 인간의 본성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 사례는 단순히 인간의 본성이 후천적이라는 것의 전달에 그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교도소를, 그리고 범죄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에 대해 근본적인 시사점을 던져주죠. 물론 막상 집 우편에 성범죄자 고지정보서가 들어있으면, 두려운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본능적이죠. 다시 말해 범죄 경력을 주홍글씨로 다루어서는 안되겠지만, 그것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앞으로 어떻게 변해가야 하는 것일까요? 그리고 사회보다 먼저 '나'는 범죄자를 어떤 시선으로, 그리고 어떤 행동으로 대해야 하는 것일까요? 스스로 답을 찾아볼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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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픔에 공감 받기도, 위로 받기도 원치 않습니다. 제발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들지는 말아주세요.
폭우가 내려서 아이를 낳기 싫어요, 가뭄이 들어서 우울증이 심각해 졌어요.
참고문헌
영화
루시퍼 이펙트 필립 짐바르도 저
심리학 실험 스탠포드 감옥실험, 인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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