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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현동민 ]


PTSD(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인간이 살면서 겪게 되는 사고, 천재지변, 상해, 죽음의 위협 등과 같은 경험을 통해 생기는 정신적 질병이며 이는 각종 불안증세나 환각, 환청, 공황장애, 우울증, 심지어는 극단적 선택까지도 연결된다. 특히 이 중에서도 단순히 폭력과 죽음의 현장을 목격하는 것을 넘어, 직접 전투에 투입되어 목표를 사살하고 어제를 함께 했던 전우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주검이 되어버리는 전장의 환경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군인은 이러한 증상이 쉽게 발병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PTSD는 다양한 외상 경험 중 특히 전쟁 경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Polusny, Kehle, Nelson, Erbes, Arbisi, & Thuras, 2011).

 

미국 랜드연구소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되었던 인원 중 장병 약 30만 명이 PTSD 증세를 보였다는 통계를 발표했으며 이러한 현상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실제로 나라를 위해 싸웠던 참전용사들이 극심한 PTSD 증세로 사회에 정상적으로 적응하지 못할뿐더러, 범죄자가 돼 버리는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30대 한인은 이러한 증세가 악화하여 자신의 어머니를 살인하는 일이 있었고 한 베트남 참전용사는 총격전을 통해 경찰을 사살하는 비극을 낳았다.

 


여전히 고통받는 호국영웅들


국내의 경우, 한국전쟁에 160만 명이 참전했고 이 중 약 5만여 명이 정신적 후유증으로 치료를 받았으며 2000~2004년 사이에는 약 2,000여 명이 넘는 참전용사들이 우울과 불안을 동반한 PTSD 증세로 치료를 받았었다. 이들은 PTSD 집단에 대한 MMPI 연구에서 불안과 우울, 부정적 사고, 자신감 결핍, 대인관계 회피 현상이 강하게 드러났다고 한다. 더해 참전용사들은 다른 PTSD 집단에 비해 더욱 고통을 호소하고 일상생활에서의 문제를 다루는데 어려워하며 사회적 고립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참전용사들이 전쟁으로 인해 그 고통을 직접적으로 경험했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KBS 다큐 공감 - 마지막 전사자 편 중, 김달육 옹 인터뷰


6.25 전쟁 참전용사들의 심리적 특성에 관한 로샤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PTSD 진단기준 중 하나인 ‘과각성’ 증상을 강하게 띄고 있는데 이는 자극에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6.25 참전용사들이 전쟁을 통해 겪은 그 참상은 실로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사방에서 총알과 포탄이 쏟아지며 사람이 초 단위로 죽어 시체가 산을 쌓는 생지옥은 이들에게 과도한 외부자극과 정서적 자극을 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적절하게 통제된 상태인 일반적 사회는 그들이 겪은 환경과 너무나도 달라 괴리감이 들고 낯설었을 것이며 사회 속에서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데 실패할 가능성이 큰 결과로 연결되는 것이다.

 

이렇게 이들은 일반인보다 감정에 쉽게 동요되어 정서처리에 곤란을 느끼고 내재한 분노와 적개심이 강한 것으로 드러남과 더불어 6.25 전쟁 당시 외상을 경험한 노인의 후유증상에 관한 예비 연구(김대현-류성곤-김호찬-한창환)에 따르면, “한국전 참전용사들의 심리적 외상이 신체 질환 발병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라는 결과가 나왔으며, 노인 우울척도와 자살 위험 척도에서도 일반 노인 비교 집단에 비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진다.

 

6.25 참전용사들은 어느덧 80대 후반 또는 90대를 넘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그 수가 5만 5천여 명밖에 생존해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그들은 제대로 된 보상은 고사하고 대다수가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머리와 마음속에 생긴 전쟁의 상흔을 가진 채, 우리 사회에서 점점 소외되며 잊혀가고 있다. 나라를 지킨 영웅들을 위해 이제는 우리가 영웅들을 기억 속 망각으로부터 지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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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대현, 류성곤, 김호찬, 연병길, 한창환 (2009). 6.25 전쟁 당시 외상을 경험한 노인의 후유증상에 관한 예비연구. 한림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김태열, 장문선 (2017). 국가유공자 선진의료 구축방안 - 국가유공자 심리적 특성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연구 -. 한국보훈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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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4 16: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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