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The Psychology Times=이연수 ]
한 번쯤 고양이나 강아지 혹은 햄스터 등의 애완동물을 쓰다듬어 본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잘 쓰다듬어 주다가 멈춰본 적도 있는가? 아마 당신의 손길을 느끼던 동물들은 갑자기 사라진 손길에 당황하며 계속해달라는 무언의 신호를 보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쓰다듬어지던 머리를 들이민다거나 혹은 스스로 우리의 손에 자기 신체 일부를 가져다 댔을 것이다. 보호자의 역할을 하긴 하지만 우리는 엄연히 동물과 다른 종인데, 그런데도 동물들은 왜 우리의 손길을 좋아하는 것일까?
쓰다듬음에도 과학이 있다고?
과거 신경 생물학자들은 애완동물이 쓰다듬어 주는 걸 즐기는 이유에 대해 연구하였다.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척추를 따라 작은 구멍을 내놓았다. 이후 구멍을 통해 쥐에게 여러 자극을 주며 신경세포인 뉴런이 활성화되는 그 순간을 현미경으로 감지하였다.
그 결과, 꼬집고 찌르는 자극에서 나오는 일반적인 신경 반응과 붓으로 쓰다듬어 봤을 때는 나오는 신경 반응은 확연하게 달랐다. 후자의 경우 세포가 밝아지면서 다른 반응을 보였다. 이때 반응을 보인 건 “MRGPRB4+”라는 뉴런이다. 연구진들은 이 뉴런을 활성화하는 화학물질을 합성해서 다른 쥐들에게도 투여해 봤다. 그러자 이 화학물질이 투여된 쥐가 투여받지 않은 쥐에 비해 스트레스가 적은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 실험을 통해 알 수 있는 건 동물들이 쓰다듬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좋다 싫다 같은 단순한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몸속 세포가 반응하는 과학적 사실이라는 것이다.
동물의 그루밍과 사람의 잠자는 자세
대부분 쓰다듬는 걸 즐기는 동물들은 포유류이다. 우리가 애완동물로 많이 키우는 고양이, 강아지 역시 포유류이다. 우리가 쓰다듬어 주는 손길이 이런 포유류들에게는 어렸을 때 부모에게 그루밍 받았던 걸 떠올리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쓰다듬어지게 되면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따뜻함과 신뢰감을 느끼고 불안을 줄어들게 하는 효과가 있다. 즉, 동물들에게 쓰다듬음은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주고 편안함을 선사하기 때문에 좋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감정은 비단 동물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사람도 비슷한 예시가 있다. 잘 때 천장을 보고 누운 정자세보다는 옆으로 누워서 웅크리고 자는 자세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자세는 배 속에 있는 태아와 비슷한 자세이다. 이 자세를 취하고 자면 편안하고 보호받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이 자세를 선호하게 된다.
셀프 쓰담쓰담을 해보자
사실 사람들도 동물만큼이나 쓰다듬는 걸 즐긴다. 다른 종인 동물들에게 해주는 것은 물론, ‘쓰담쓰담’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이기 때문이다. 본래 쓰담쓰담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으며, 손으로 살살 쓸어 어루만진다는 쓰다듬다를 의성어로 표현한 것이다.
사람은 동물과 달리 어린 시절 부모에게 그루밍을 받진 않지만, 대개 어린아이에겐 칭찬의 의미로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그렇기에 동물만큼 뚜렷한 신경 세포의 반응은 없을지언정, 사람 역시 쓰다듬어 주고 또 받는 걸 즐기고, 좋은 감정을 느낀다고 할 수 있다.
귀여운 동물에게 쓰담쓰담을 해주는 것도 좋지만, 그 전에 우리 스스로에게도 쓰담쓰담을 해줘보는 건 어떨까? 부끄럽고 어색할 수도 있겠지만, 잘한 일이 있을 땐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칭찬을 해보는 것이다. 큰 행동은 아니지만 이런 사소하고 단순한 행동들이 우리에게 포근함을 선사하고 기분을 전환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조금 어렵다면, 오늘 하루는 자는 자세를 바꿔보는 건 어떨까? 평소와 달리 조금 더 깊은 잠을 잘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지난기사
【참고문헌】
야마구치 소이치로, 오츠구로 켄이치, “기계적으로 활성화된 이온 채널은 생쥐의 털이 많은 피부를 쓰다듬는 것을 감지하는 MrgprB4 양성 감각 뉴런에서 기능적으로 발현됩니다”, 홋카이도 삿포로 대학 수의학 연구과 연구 논문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dal77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