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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해름 ]



6월 추천도서,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뜨거운 초여름이 시작되고 한 해의 절반이 지나가는 시점이 왔습니다. 초여름의 시작은 참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데요, 지나온 반년을 곱씹어보게도 하고 다가올 반년을 궁리하게도 합니다. 선선했던 바람이 뜨겁게 우리 몸을 달구는 온도로 변하면서 우리도 뜨거워지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치는 무더위에도 여름을 사랑하고 여름 밤을 노래하는 이유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계절에는 볼 수 없는 붉게 물든 하늘을 여름에는 볼 수 있기 때문인 것도, 사람들이 여름 밤에 눈을 감는 이유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때로는 뜨거운 하늘에 물줄기가 우수수 쏟아지면서 쌉쌀한 마음을 선물해주기도 합니다. 책 ‘사양’은 이런 여름의 색을 아주 잘 가지고 있어요. 붉고도 파란 여름 날의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해준다 할까요? 

 

그래서 이번 달에는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양』은 다자이 오사무의 걸작 중 하나입니다. 『사양』은 뜨거웠던 시대가 가고 몰락한 처지, 몰락한 마음을 속절없이 드러내면서도 사랑과 희망의 잔여물을 버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여름이라는 계절과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이 소설이 더 놀라운 이유는, 다자이 오사무의 다음 작과 달리 사랑의 혁명을 꺼낸다는 점입니다.



사양은 거절이 아닙니다


‘사양’은 지는 해를 뜻하는 말로 소설에서는 패전시대 이후 몰락한 일본 귀족층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었습니다. 사람들이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을 사랑했던 이유는 저물어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투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은 이제 더 이상 귀족이라는 타이틀만으로는 살아갈 수 없게 된 현실에 각자 다른 방식으로 맞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병이 든 어머니와 전쟁터에 끌려간 약물 중독자 남동생, 그리고 주인공 가즈코는 같은 현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헤쳐 나갑니다. 

 

“나는 확신하고 싶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주인공 가즈코의 외침입니다. 이 이야기는 가즈코 독백 방식으로 이어져갑니다. 가즈코의 독백 속에서 남동생, 어머니, 그리고 불량스러운 작가 우애하라, 네 인물의 사로 다른 선택이 비춰집니다. 작가 다자이 오사무는 약물 중독자인 남동생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말하고, 병이 든 어머니는 작가 다자이 오사무의 미래를 말하고자 했습니다. 주인공이 사랑하는 방탕자 우애하라는 다자이 우애하라가 생각하는 현재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패전과 몰락을 아주 잘 보여주죠. 하지만 유일하게 주인공 가즈코는 사랑과 혁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작가가 가즈코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요? 자신에게 결여되어 있다고 보았던 희망입니다. 지는 해를 뜻하는 이 작품이 떠오르는 해를 연상시키기에 박탈감에 절어 있던 사람들을 깨운 것이죠. 

 

 

주인공 가즈코 남동생 나오지의 유서


"사람에게는, 자유롭게 살 권리가 있는 동시에, 언제든 마음대로 죽을 권리도 있지만, 하지만,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그 죽을 권리를 뒤로 미뤄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어. 내 죽음은 동시에, '엄마'까지 죽이는 셈이 되니까. 한 번 더, 안녕히.누나.나는, 귀족입니다."

 

 

 

살 권리와 죽을 권리.

나오지는 자신의 죽음을 택함으로써 ‘엄마'를 죽이는 살인을, 즉 가족을 죽일 권리는 없다고 말합니다. 결국 엄마의 죽음 이후에 그는 속마음을 유서에 뱉어 내고 자살하게 됩니다. 귀족으로 남기를 택한 거죠. 그의 유서에는 귀족으로 태어나 민중 속에 스며들지 못하고 받아주지 않는 민중의 테두리에서 홀로 고군분투했던 날들이 담겨있습니다. 이런 모습은 과거에도, 현대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의 심리이기에, 읽는 내내 나오지에게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마무리하며,

이처럼 다자이 오사무의 『사양』 은 주인공 뿐 만 아니라 등장인물들을 통해 초여름의 뜨거움과 쌉쌀함을 모두 느낄 수 있기에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사양』 을 통해 초여름을 마음껏 느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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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사양(1966.5.19, 다자이 오사무, 유숙자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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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17 10:2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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