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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자은 ]


 

“나는 키가 큰 사람이 이상형이야. 키가 크면 멋있잖아. 왜 멋있냐고? 음.. 키가 작은 것보다 든든하잖아. 글쎄, 그러게. 왜 키가 크면 든든하다고 느끼는 걸까? 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해. 근데 참 이상해. 현대 사회는 야생동물이 만연해서 목숨이 위태로운 생존 사회가 아닌데 왜 체격 차이에 매력을 느끼는 거지? 인간이 진화의 산물이라면, 내가 매력을 느끼는 관점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닌가?”

 

길을 가는 여성들에게 이상형을 물어보면 은근히 공통되는 특징들이 있다. 키가 클 것, 어깨가 넓을 것, 허벅지가 굵을 것, 몸집이 클 것. 대체로 자신보다 큰 체격을 가진 사람들을 선호한다. 왜 공통된 특징이 나타나는 것일까? 왜 자신이 보호받고 챙김받고 싶어 하는 것일까? 우리는 이러한 것을 자연스러운 성별의 유전적 영향으로 이해한다. 이것을 혹자는 징그럽다 표하기도 한다. 본인은 고등 인지 학습이 가능한, 이성을 가진 인간인데 꼭 동물들의 교미와도 같은 행동을 향해 달려가는 호르몬의 농단에 좌지우지되고 싶지 않다는 무언의 외침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신체적 특징에 따른 호감은 당연하다.

 



체내 성호르몬 차이와 손가락 길이 패턴


우선 신체적 특징의 차이를 가져오는 성호르몬에 대해 알아보자. 성호르몬은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만들어진다. 태아의 테스토스테론은 아이의 초기 뇌 발달과 손가락 길이 패턴뿐 아니라 출생 후 아이의 행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가락 길이 패턴이란 두 번째 손가락의 길이(second digit, 2D)와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fourth digit, 4D)의 비율(second-to-fourth digit ratio, 2D:4D)을 뜻하는 것으로 태아가 엄마 뱃속에서 노출되는 에스트로젠과 테스토스테론의 상대적 수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에스트로젠이 많이 분비될 경우 생물학적으로 여성성을, 테스토스테론이 많이 분비될 경우 남성성을 띠게 되므로 이를 각각 여성호르몬, 남성 호르몬으로 부른다. 이때 태아가 에스트로젠보다 테스토스테론에 더 많이 노출되었을 경우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가 두 번째 손가락보다 더 길다. 반대로 에스트로젠에 더 많이 노출되었을 경우 두 번째 손가락의 길이가 네 번째 손가락의 길이보다 더 길다. 따라서 보통의 경우 남성들은 네 번째 손가락이 여성들은 두 번째 손가락이 더 길다. (몇 여성들은 두 손가락의 길이가 같을 때도 있다)

 



섹스가 곧 성은 아니야


그러나 당연하게도 이러한 생물학적 차이를 기반으로 여성들이 언제나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오클리는 “섹스는 남성과 여성 사이의 생물학적 차이와 출산 기능과 관계된 생식기의 차이에 대한 것”이지만 “젠더는 남성성과 여성성 안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구분에 관한 문화의 문제”라고 함으로써 섹스의 영구적인 속성과 젠더가 지닌 변화의 속성을 인정할 것을 주장했다. 성별에 따라 행동이 유리한 분야가 있음은 분명하나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각 성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더욱 넓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대한 오해


이에 따라 오늘 사회는 페미니즘으로 뜨겁다. 페미니즘을 여성 우월주의 사고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페미니즘은 지금껏 선형적이고 일방적으로 행해져 온 성적 억압, 젠더 억압, 성적 위계를 깨뜨리는 운동에 가깝다. 미국에서의 페미니즘은 1960년대 성 혁명과 제2기 여성운동과 함께 시작되었다.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과 성적 쾌락을 통한 여성 권한 부여를 논하며 시대에 만연해 있던 가부장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것을 염원으로 삼던 당시 페미니스트들은 실적 권력관계에 대한 사회의 위계성에 불편을 드러낸 것이다.

 

이러한 위계에 대한 불편은 현대 사회에서도 계속되어야 한다. 처음부터 당연하단 없다.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성호르몬일지라도 자신의 앞길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며 그 길을 부당하게 침범받을 이유는 없다. 모두가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이지만 모두가 평등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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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장봉우.(2012).운동 강도가 테스토스테론 분비에 미치는 영향의 메타분석.한국체육교육학회 학술발표대회,(),157-160.

심경옥 and 전우영. (2015). 테스토스테론과 중독. 한국심리학회지: 인지 및 생물, 27(3), 38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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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7-07 18: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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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과학 전공 대학생, 그러나 심리학과 법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 삶의 모토를 소개합니다.
    1. 최고를 향해 최선을
    2. 정공법(正攻法) :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항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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