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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창조자이자 파괴자, 당신은 나의 ‘엄마’입니다 - 1부 - 엄마와의 관계가 힘든 모든 딸들에게 : ‘나르시시즘’으로 풀어낸 비정상적·불건강한 모녀 관계 - 1 - 1. '나르시시즘', '나르시시스트'에 대하여 - 2. 당신의 '엄마'는 나르시시스트인가요?
  • 기사등록 2023-07-09 15: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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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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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는 점점 우울해졌고, 그 우울감은 결국 표면화되어 신체 질병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도, 아이는 엄마를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만 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아이에게 너무 해로웠다. 

 

   오늘도 아이는 이렇게 말하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엄마는 엄마니까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거야.”

   “그래도 어떨 때는 잘해 주시니까...”   』

 


해로운 관계를 지속하면서, 성인이 되어서도 학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자’. 

‘피해자’가 자신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스라이팅을 일삼고, 그것을 정당화하며 상황을 회피하는 ‘가해자’.

놀랍게도 이 관계는, 세상에서 누구보다 애틋하고 친밀해야 할, ‘모녀’ 관계이다.

물론, 일반적인 모녀 관계는 아니다. 이 관계 속 ‘가해자’는 ‘나르시시스트’인 엄마이고, ‘피해자’는 그녀의 딸이니까.

 

대체 이 ‘나르시시즘’이 무엇이길래, 엄마와 딸을 불행하게 만드는 걸까? 

 



 나르시시즘,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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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르키소스라는, 몹시 아름다운 청년이 있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사랑했고, 그에게 사랑을 고백했어요. 

   그러나, 콧대가 하늘을 찌르던 그는 어떤 이의 마음도 받아주지 않았죠.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다쳤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어요.

   결국, 이를 보다 못한 한 여신이 나르키소스에게 저주를 내렸습니다. 바로,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저주’였죠.

   어느 날, 우연히 연못을 지나던 나르키소스는 물에 비친 그 자신의 얼굴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곧, 당연하게도 사랑에 빠져 버렸죠.

   그는 물가를 떠날 수 없었고, 물을 마실 수도 없었습니다. 물을 뜨려고 하면 수면 위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말이에요. 

   그는 그저 가만히, 자신의 얼굴만을 바라보며 천천히, 죽어 갔습니다. 』

 

현대의 ‘자기애(narcissism, 나르시시즘)’ 개념은, 위에 서술된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서 따 왔다. 그리고 이 개념을 이용하여 『미국 정신의학 협회』에서 출판한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중 ‘DSM-5’에서는, 자기애성 성격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이렇게 정의 내리고 있다.

 

  1.    1)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되게 인지함.
  2.    2) 무한한 성공권력탁월함아름다움 혹은 이상적인 사랑에 대한 공상에 사로잡혀 있음.
  3.    3) 스스로를 특별하고 독특한 존재라 믿음.
  4.    4) 특별하거나 지위가 높은 사람 또는 유명 인사들만이 자신을 이해할 수 있으며그런 사람들과만 어울려야 한다고 생각함.
  5.    5) 과할 정도로 타인의 찬사를 요구함.

 

이러한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주변의 나르시시스트에게 피해를 입었을 때 상처받지 않을 수 있다. 사실은, 그 사람이야말로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태라는 것을 나 스스로가 정확히 인지하고 있으므로 타격받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들이 타인을 공격하는 이유는 그들 자신들이 괴롭기 때문이다. 이 점을 기억한다면, 엄마가 뱉어 내는 잔인한 말들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그 말들을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로 이 부분이, 나르시시스트 엄마를 둔 모든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치유로 가는 한 걸음을 내딛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엄마, 당신은 나를 부수고 또다시  :  ‘엄마’에게 종속된, 삶을 저당 잡힌 ‘딸’

 


모든 인간은 자기애적 특성을 저마다 갖고 있다. 그러므로 임상적으로 나르시시즘이란, 자기애에 연속된 선상의 개념으로서 여겨진다. 즉, 나르시시즘 특성의 일부만 갖고 있는 사람들도, 자기애성 성격장애의 모든 특성들을 갖춘 사람들도 전부 ‘나르시시스트’의 개념 안에 포함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일상적인 측면에서 지속적인 문제가 될 때에만 비로소, 나르시시즘은 ‘임상 문제’로서 간주된다. 

만일 당신의 ‘엄마’ 또한 나르시시스트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당신의 엄마에게서 다음의 특성들이 나타나는지, 그리고 해당하는 상황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지를 상기시켜 보라.

 

  1.    1) 기회주의자다.

    :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본인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아이를 이용하지만, 그 감정에 공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본인의 이익을 꾀하는 동시에 이러한 행동이 합리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사실을 왜곡한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자신의 성공과 이득이 그들에게 또한 최선이 될 것이라 말하고 설득하려 한다. 

     이러한 모습은 나르시시스트 엄마와 딸의 지나친 밀착 관계에서 드러나게 된다. 그들 사이에는 ‘경계’가 없다. 엄마가 느끼는 감정적 혼란, 낮은 자존감은 딸에게 심리적 부담감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러나 엄마는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엄마는 자신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딸을 이용하여 스스로의 자아를 구축하며, 칭찬을 통해 딸이 자신에게 복종하도록 만든다.

 

  1.    2) 현실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

    : ‘망상적 사고’는 나르시시스트의 잘 알려지지 않은 특성으로, 겉으로는 파괴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르시시스트 엄마가 딸을 ‘이상적인 나’라는 환상 속에 동참시키게 되는 경우 큰 문제가 발생한다. 딸은 본인의 고유한 동력을 잃고 엄마에게만 집중하게 되며, ‘부모화’되어 버린다. 엄마의 망상에 가까운 기대가 결국 깨어지면, 그 수습은 오롯이 딸의 몫이 된다. 그리고 엄마의 바람대로, 엄마를 치켜세움으로써 그들을 안심시키는 역할을 도맡는다. 엄마의 망상에서 비롯된 꿈의 성공, 실패의 여부에 관련 없이 딸의 존재는 그저 무시될 뿐이지만, 엄마는 이를 인지조차 하지 못한다. 

 

  1.    3) 타인을 조종하려 한다.

    : 일반적인 모녀 관계 속 ‘엄마’란, 딸을 휘두르기에 최적의 위치에 있기 마련이다. 엄마는 타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방식으로 딸의 동정심을 유발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엄마는 딸의 수치심, 그리고 죄책감을 이용하여 딸을 통제한다. 그리고 스스로가 필요로 하는 것을 얻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지 딸의 협조를 이끌어 낸다. 딸이 자신에게 계속해서 연민과 의무감을 갖게 만들고,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교묘히 조작하는 행위에 공을 들인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딸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는 태도를 비춘다면, 그것이 아주 약간이라고 해도 무척 혹독한 비난과 모욕을 퍼부음으로써 딸이 ‘엄마’로부터 독립할 수 없게끔 만든다.

 

  1.    4) 질투심이 많다.

    : 딸을 향한 엄마의 질투심은 몹시 위험하고 추하다. 나르시시스트인 엄마는 부, 인기, 아름다움, 지위, 성취와 같은 것들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타인의 관심과 인정을 원하는데, 이것들이 충족되지 않을 경우의 상황에서 그들은 결국 ‘집착’을 보이게 된다. 

     나르시시스트 엄마의 질투란 엄마가 양육자로서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오히려 딸의 인생을 파괴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들은 딸의 어떠한 ‘자질’들을 부러워하고, ‘모든 것은 엄마 덕분’이라고 믿게 애쓴다. 결과적으로, 딸은 ‘스스로가 이뤄 낸 성취와 성공이 본인이 가진 자질, 노력 덕분이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았던 것’이라 생각하게 되거나, 이뤄 낸 성취 자체를 ‘무가치한 것’으로 취급하게 된다.

 

  1.    5) 우월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다.

    : 주어진 상황 속에서 본인이 가장 뛰어나다고 느껴지지 않을 때, 나르시시스트는 가장 뛰어나 보이는 사람과 본인을 동일 선상에 놓기 위해 애쓴다. 나르시시스트는 그들이 우상화하는 존재에게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며,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면 타인들은 모두 무시해 버린다. 그 존재가 설령 자신의 딸이라고 할지라도 예외는 없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딸에게는 무척 큰 상처가 된다.

 

  1.    6) 허세를 부린다.

    : 나르시시스트 엄마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더라도, 성공을 과시하고 자랑하기 위해서라면 주저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딸은 엄마의 이중적인 모습을 마주하고 상황 자체를 목격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것은, 그저 엄마의 ‘환상’에 불과할 뿐이다.

 

  1.    7) 물질만능주의자다. 

    : 떨쳐버릴 수 없는 공허함을 채우고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반영하기 위해, 나르시시스트는 ‘겉으로 드러나는’ 물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완벽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에 에너지를 쏟으며, 그것으로부터 오는 만족감을 삶의 보람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물질을 통해 얻는 만족감이란 일시적이기 때문에, 이들의 이러한 행동 패턴은 무한 반복될 뿐이다.

 

  1.    8)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 

    : 공감 능력을 정확히 분별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타인의 표현을 통해 ‘공감받는다’라는 것을 인지하곤 한다. 현대 사회에서 공감이란 몹시 자연스러운, 사람 대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다. 그러므로 공감 능력 부족이 부족한 특성은, 나르시시스트가 아닌 사람은 이해하기가 무척 어렵다. 

     나르시시스트의 딸이 엄마가 공감하는 모습을 ‘봤다고 믿는 순간’들에 대해 설명할 때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보다가 슬프고 안타까운 장면에서 엄마가 눈물을 흘렸기 때문에, 그녀의 엄마에게 공감 능력이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지만, 아마도 그녀의 엄마가 눈물을 흘린 이유는 영화 속 인물의 안타까움에 공감해서가 아닌, 자신의 상황을 떠올리고 그 당시의 자기 자신을 가엾게 여겼기 때문일 확률이 더 높다. 딸은 엄마가 이기적인 사람이 아닌, 착하고 친절한 사람이라 믿고 싶어 하므로 이러한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러한 치유의 과정이 나르시시스트인 엄마를 둔 딸에게 가혹한 이유는 결국, ‘엄마는 본인이 생각했던 그러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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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글을 통해서는 '나르시시즘'과 '나르시시스트'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다뤄 보고, 그들의 주요한 특성을 모녀 관계 속 상황과 연관 지어 이것이 임상적으로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시사하고자 했다. 

 바로 다음 기사에서는, 나르시시스트인 엄마가 딸을 통제하기 위해 선택하는 무기와, 그런 상처받은 '피해자'들에게 주고 싶은 솔루션을 제공하고자 하니, 후속 기사도 반드시 읽어주시기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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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브렌다 스티븐스. (2023). 나르시시스트 관계 수업. 유노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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