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예은
[The Psychology Times=전예은]
프로이트는 무의식에 대해 ‘의식에 영향을 미치지만 꿈이나 정신분석기법을 통하지 않고는 의식화하지 않는 의식’이라고 말한다. 무의식에 거하는 기억은 기억하고 살지는 않지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무의식은 억압된, 금지된 충동과 욕구를 담은 정신세계다. 이는 보편적으로 트라우마와 관련된 것들인데, 부정적인 감정이나 기억들을 포함한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정신적 트라우마가 모두 어린 시절 경험과 정서 문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보았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주로 무의식에 남곤 한다. 기억되진 않지만 우리 삶에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문제 중 하나는 현대인의 우울증이다. 현대 사회는 무한경쟁사회로 인간관계의 가치보다는 능력과 학력을 중시하며 인간 소외의 문제가 일어나고 있다. 여러 문학 및 상담 연구가들은 자기서사에 맞춰 시 쓰기, 변형시 쓰기, 다시쓰기, 각색하기가 갖는 심리치료의 효과를 입증했다. 심리치료기법 중 하나로 최근 연구가 늘어나고 있는 ‘문학치료’는 마지막 단계인 ‘쓰기’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진다. 자신의 감정을 시로 표현함으로써 무의식을 의식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에 나온 시들을 읽은 후 창작하는 시는 자신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감정, 즉 무의식을 언어로 표현하게 하며 의식화시킨다. 무의식의 세계였기 때문에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며 억압되어 있던 것들을 말로 내뱉으며, 카타르시스의 효과가 일어나며, 통찰 또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시 쓰기 치료에서는 ‘은유’가 중요한 개념이 된다. 시에 나타난 은유는 사람들의 심리적 방어와 긴장을 해체한다. 또한 시에서 나온 형이상학적 표현들은 은유를 통해 구체화되기 때문에 자신의 무의식을 구체화하여 의식이 되며, 시를 쓰며 의식을 통해 억압되고 있던 감정이 배설된다. 그러나 여전히 은유 또한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렇기 우리가 추상적이고 모호한 특성을 가진 은유는 우리가 자기 서사에 맞추어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게 한다. 은유가 무의식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는 것이다.
시나 소설을 이용해 자기서사를 새로 쓰는 것은 자신의 과거를 미련없이 보내줄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한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우울증 환자의 특징은 미래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을 보인다는 것인데, 문학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다. 밝은 미래를 그리고 있다는 것은 현재 또한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로, 우울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큰 심리적 변화를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문학을 통한 글쓰기는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게 한다. 의존성 성격장애와 회피성 성격장애가 흔히 관찰되는 현대사회에서는 자신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끝까지 회피하거나 남에게 의존하며 자신이 책임을 직접 지지 않는다. 심리학자 페니베이커 (Pennebaker)는 사람들의 정신문제는 스트레스를 처리하지 않고 억압한 채로 마음 속에 저장해두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억압은 언어화하지 않고 감정을 꽁꽁 숨겨두는 것인데, 이는 페니베이커가 말한 ‘마음 속에 저장해두는 것’으로 이뤄진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문학을 통한 글쓰기는 자신의 삶을 직면하는 것이다. 언어화를 통해 감정을 숨기기보다 분출하기 때문이다. 이는 읽기 차원에서의 문학에서도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만, 직접 언어로 자신이 표현하는 능동적인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치료를 일컫는 ‘Therapy’의 어원은 그리스어 ‘therapeia’다. 예술을 통해 병을 고친다는 것을 의미한다.우리는 문학을 통해 감정을 배설하며, 정화되며, 통찰하여 직면하고 끝내 변화한다. 독일 작가 괴테는 위대한 작품은 우리를 가르치는 작품이 아닌 변화시키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항상 교훈적 기능으로서의 문학에서 벗어나 이 글을 통해 문학의 치유적 기능을 통한 변화를 일으키는 효과에 대해 집중해보자. 진리 상대주의 시대, 과학기술이 인간의 가치를 알아가는 것보다 중요해진 시대, 경제적 위기, 무한 경쟁 시대로 정신장애와 정서장애가 난무하는 시대, 우리는 문학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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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한식. "문학과 카타르시스-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을 중심으로." 프랑스어문교육 18 (2004): 441-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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