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교
[The Psychology Times=조은교 ]
어색함을 느꼈던 그 순간의 네이버 PC 메인 화면. 필자 노트북 화면을 캡쳐한 사진이다.
지난 5월의 어느 날, 수업을 듣기 전에 여느 때처럼 노트북으로 네이버에 접속했다가 갑자기 바뀐 화면 구성에 당황했던 적이 있다. 익숙했던 메인 화면에서 무언가 많이 바뀐 듯해서, 검색창에 찾아봤더니 내 눈이 틀린 게 아니었다. 예전에도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던 것 같았고, 수업이 끝난 뒤 같이 들었던 친구들에게도 이 점을 말했더니 그들도 똑같이 어색함을 느꼈다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 뒤로 며칠 동안 같은 화면을 봤더니 어느새 적응이 됐는지 아무런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고, 오히려 내가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지난 버전 화면이 어떻게 생겼는지 지금은 기억조차 남아있지 않다. 바뀐 화면이 좀 더 시원시원하고 주요 서비스를 클릭할 수 있는 아이콘이 커져서 더 편한 느낌까지 드는 요즘이다.
왜 이렇게 주기적으로 제품과 서비스에는 변화가 생기는 것일까?
알고 보니,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어플 및 서비스에도 심리학이 들어가 있던 것이었다!
인간이 사용하는 제품과 서비스에는 우리의 경험과 반응이 반영된다. 풀어 말하자면, 우리가 특정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느끼는 장점은 최대화하면서도 단점은 최소화하고, 그러면서도 사용자들이 AI 등의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수집 및 분석한 것을 토대로 제품 및 서비스에 수정 사항을 적용함으로써, 최종적으로는 사용자가 최상의 제품 및 서비스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을 통틀어 우리는 UX/UI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UX와 UI는 사용자 경험을 최상으로 이끌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인 요소를 갖고 있지만, 세부적인 결은 살짝 다르다. 간단히 설명해보자면, UX 디자이너의 경우 해당 제품 및 서비스 디자이너 및 사용자 데이터 분석가, 마케팅 전문가와 함께 상호작용한다. 그 제품 및 서비스에 사용자가 접근했을 시 어떤 흐름이 이어지는지, 해당 프로세스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떤 기능 측면의 변화가 있어야 보다 원활한 경험이 가능한지에 대해 아이디어를 발굴해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아이디어는 UI 디자이너에게 전달되고, 이들의 손길을 거쳐 추상적인 인사이트는 하나의 가시적인 디자인으로 구현된다. 즉 UI 디자이너는 UX 아이디어를 어떤 레이아웃에, 얼마나 많은 양의 텍스트를 통해, 어떤 시각적 요소로 표현해낼지를 구상해내는 일을 한다. 이렇게 같은 목적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역할을 하고 있는 UX/UI 종사자들 덕분에 사용자들은 같은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하면서도 끊임없이 새롭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이렇게 UX/UI는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과 반응을 녹여내는, 어느 정도 심리학을 활용한 일인만큼 여기에 활용되는 디자인 법칙들도 당연히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네이버 개편을 토대로 대표적인 몇 가지 법칙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제이콥의 법칙 (Jakob’s law)
제이콥의 법칙이란, 사용자는 새로운 것에 대해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쉽게 느끼기 때문에 언제나 익숙한 것에 접근하는 것을 원하고 기대한다는 것을 말한다. 우리가 집처럼 오랜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익숙한 곳에서 있는 것을 선호하는 것처럼, 제품 및 서비스에 있어서도 이러한 점이 적용된다. 실제로 디자인에 있어서 계속 지켜지는 관습이 있어야만 사용자가 그 디자인 속에 녹아 있는 제품의 기능 또는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새로운 기능을 제공하게 되는 경우, 그 제공 환경마저 이전과 다르다면 사용자는 제품사가 유도한 방향으로 따라가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출처: 네이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이번 개편을 통해 바뀐 네이버 PC 메인 화면은 네이버 모바일 화면과 비슷한 구성을 갖추게 되었다. 우선 원래 모자를 쓰고 있던 네이버 특유 아이콘에서, 모바일에서 늘 보던 초록색 N 아이콘으로 수정된 것이 가장 눈에 띈다. 모바일로 네이버에 접속했을 때의 경험을 PC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시킨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모바일 버전에서 사용자들이 빈번히 사용한 기능을 PC 버전에도 쓸 수 있도록 추가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피츠의 법칙 (Fitts’ Law)
피츠의 법칙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하는 데 있어 인간 행동의 속도와 정확성의 관계를 설명한다. 마우스 커서로 모니터 화면을 휘젓고 있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특정 지점에서 ‘블로그’ 메뉴를 클릭하고 싶어지는 상태라고 하면, 특정 지점은 시작점이 되고 ‘블로그’ 라는 텍스트로 표현된 메뉴는 목표 지점이 된다. 시작점으로부터 목표 지점까지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닿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법칙이 바로 이 피츠의 법칙인 것이다.
출처: 네이버
이번 개편을 통해 바뀐 화면을 살펴보자. 기존에는 텍스트로 메인 메뉴들이 나열되어 있었다면, 해당 메뉴들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아이콘들을 동반한 텍스트들로 변경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각 메뉴를 클릭할 수 있는 공간을 늘림으로써 사용자로 하여금 더 쉽고 빠르게 해당 메뉴를 누를 수 있게 한다. 텍스트까지 눈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단순한 아이콘을 통해 쉽게 각 메뉴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는 세부 개편 사항이다.
위에서 언급한 주요 법칙들 말고도 다양한 디자인 법칙들을 통해 제품사들은 사용자들에게 최상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사용을 위해 수정을 거쳤다고들 하지만, 사실 기존 버전에서의 변화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크고 작은 혼란스러움을 유발한다. 뿐만 아니라 그런 사용자 경험의 변화가 모든 사람들에게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 것 또한 아니기에, 사용자 분산을 최대한 방지하기 위해 제품사들은 항상 “사용자”에게 온 시선과 집중을 쏟고 있다.
오늘 소개한 네이버를 포함하여, 우리가 사용하는 수많은 제품 및 서비스가 우리에게 최고의 개선 방안을 안겨주는 그 날까지 - 앞으로 우리가 겪어나가게 될 무수한 사용자 경험이 문득 기대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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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거수. (2010). 네이버 메인디자인 개편과 진행, 이후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디자인 아이덴티티 구축을 위한 디자인의 변화와 영향. 기초조형학연구, 11(3), 21-32.
인간 중심 디자인을 위한 5가지 심리학 이론 [웹사이트]. (2022).
URL: https://www.emotion.co.kr/magazine/33/
“왜 이렇게 바뀌었지?” 네이버 개편 뒷면에 숨겨진 UI·UX 법칙 [웹사이트].(2023).
URL:https://ditoday.com/%EC%99%9C-%EC%9D%B4%EB%A0%87%EA%B2%8C-%EB%B0%94%EB%80%8C%EC%97%88%EC%A7%80-%EB%84%A4%EC%9D%B4%EB%B2%84-%EA%B0%9C%ED%8E%B8-%EB%92%B7%EB%A9%B4%EC%97%90-%EC%88%A8%EA%B2%A8%EC%A7%84-u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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