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세
[The Psychology Times=이은세 ]
오늘은 다소 사적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제가 심꾸미 기자단을 시작한 뒤로 오랫동안 다루고 싶었던 저의 첫 상담 과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내용이기 때문에 기사로 작성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였지만, 상담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약소하지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사를 쓰고 싶었기에 이번 기사에서는 저의 상담 이야기와 함께 개인 상담의 과정을 소개하려 합니다.
1. 사전 단계
개인 상담의 경우 4가지의 과정을 거칩니다. 먼저 상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사전 단계입니다. 상담을 신청하면 MMPI(다면적 인성검사), 문장완성검사 등의 심리 검사를 시행합니다. 건강검진 전 문진표를 작성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으로 보기 좋게 포장하거나 문제를 과장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검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는 내담자에게 상담자가 배정되기 전 내담자에게 적합한 상담자를 배정하기 위한 ‘접수 면접’이 진행됩니다. 접수 면접 시행 여부는 기관이나 내담자에 따라 실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2. 초기 단계
상담이 시작되는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라포를 형성하는 것입니다. ‘라포’란 촉진적 신뢰 관계를 뜻하는 단어로 상담자와 내담자가 상담 과정에 있어 서로를 신뢰하고 자기 개방과 자기 이해를 촉진하게 하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심리학과 학부생인 저는 ‘라포를 형성한다.’라는 것의 개념적 의미는 알고 있었지만, 처음 보는 사람에게 짧은 기간 만에 속 깊은 이야기와 감정을 터놓을 수 있게 된다는 것에 반신반의했습니다. 하지만 상담자분은 천천히 저의 이야기를 경청해주셨고 그 덕에 저도 점차 마음을 열게 되었습니다.
라포 형성과 더불어 초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담자가 상담을 통해 다루고 싶은 주요 호소 문제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내담자가 상담을 받게 된 이유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내담자가 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게 하고 앞으로의 상담 목표를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3. 중기 단계
상담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 중 하나는 ‘상담을 통해 나의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입니다. 하지만 상담자는 우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닙니다. 메리 파이퍼의 저서 <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에서는 ‘문제는 내담자만이 해결할 수 있으며 문제의 해결하는 방법은 내담자만이 알고 있다’라고 말합니다. 결국, 상담자는 상담 과정 동안 내담자와 동행하는 길라잡이일 뿐입니다. 저 또한 상담을 시작하기에 앞서 상담을 통해 저의 주된 호소 문제였던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해소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상담 초기 단계에서 설정한 상담의 목표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의 해소가 아닌 있는 그대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받아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목표에 접근하는 중기 단계에서 상담자는 내담자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담기법들을 사용합니다. 저는 ‘눈을 감고 17살의 내가 나의 맞은편에 앉아있다고 상상해보세요. 17살의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라는 질문을 받기도 했습니다.
4. 종결 단계
상담의 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담을 잘 마무리하는 것입니다. 상담자와 내담자 관계가 일상생활에서 경험하지 못하는 특수한 관계이기 때문에 종결 단계는 매우 중요합니다. 한 시간 동안의 상담이 끝날 때면 항상 저는 못다 한 말들이 입안에 가득해 아쉬움으로 회기를 마치곤 했습니다. 매회기마다 이렇게 미처 처리하지 못한 내담자의 말이나 감정들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상담자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저는 마지막 회기가 다가올수록 ‘이제 나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진다.’라는 생각에 아쉬움과 불안감을 느꼈습니다. 실제로도 종결을 앞두고 내담자들은 새로운 문제를 호소하는 등의 종결에 대한 회피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숨기거나 과장하지 않고 상담자에게 종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합니다.
상담에 대한 효과나 후기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고 상담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상담을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상담을 통해 한층 더 내면적인 성장을 이뤄낼 수 있었으며 저의 삶을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상담이라는 낯선 길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으로 오랜 기간 상담을 망설였던 내담자로서의 저의 이야기가 현재 상담을 망설이고 있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자료 출처
- 메리 파이. (2019). 나는 심리치료사입니. 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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