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경
[The Psychology Times=신선경 ]
사랑의 본질
저는 ‘사랑’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합니다.
왜 그 단어를 좋아시죠? 라고 물으신다면, 딱히 이유는 없습니다.
그럼 질문을 바꿔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라고 물으신다면, 이 역시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저라면 ‘생명’이라고 답할 것 같습니다.
우리는 태어나자 마자 나를 낳은 부모님의 품 안에서, 신생아실에 맡겨져 유리판 너머 나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에서, 자라오며 만난 주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랑을 받고 또 때론 내가 사랑을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사랑의 실체를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사랑의 정도도 모두 다르죠. 그래서 사람마다 경험하는 사랑도, 생각하는 사랑의 관념도 다 다릅니다. 저에게 사랑은 ‘생명’입니다. 이 추상적이고, 도무지가 실체 없는 이 단어는 왜 인지 모르겠으나 한 번씩 내게 살아갈 힘을 주곤 하기 때문이죠.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로 인해 내가 어떠한 손해를 입더라도 웃어 넘길 수 있는 사람, 심지어는 나의 생명까지 내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이런 사람을 생각하면 매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더라구요.
성인인 저 역시 사랑은 이리 중요한 것인데, 아직 자신의 자아가 미처 형성되지 못한 아이에겐 어떨까요? 더 없이 중요할 것 같긴한데.. 정확히 어떻게 중요한지, 어떤 방식으로 사랑을 주어야 할지 쉽게 감이 오지 않습니다. 만지면 부서져 버릴 것 같아서 이기도 하지만, 내가 부족하게 사랑을 주어서 또는 삐뚤어진 사랑을 주어 아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할까 걱정되기도 하니까요. 그렇다면 오늘은 어떻게 아이에게 사랑을 전해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가짜 원숭이 실험’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짜 원숭이 실험
해리 할로우는 인간의 ‘사랑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 가짜 원숭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 실험은 두 형태의 로봇과 함께 붉은 털 원숭이 새끼들을 넣고 어떤 로봇을 더 선호하는 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때 로봇은 우유를 주지만 철사로 만들어진 것과, 우유를 주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수건으로 만들어진 것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어떤 형태의 로봇을 더 선호했을 것 같나요? 바로 후자입니다.
원숭이들은 우유를 먹을 때만 철사로 만들어진 로봇 근처로 가고, 대부분의 시간을 수건으로 만들어진 로봇과 함께했다고 합니다. 즉, 딱딱함과 차가움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따뜻함과 포근함에 기반을 둔 스킨십에 반응을 한 것이죠. 그리고 우유를 주지 않더라도 위협이나 공포를 가했을 때는 수건으로 만들어진 로봇에게 갔습니다. 만약 수건으로 만들어진 로봇을 없애고 위협을 가하면 어떻게 될까요? 원숭이들은 불안에 떨거나 이상행동을 보였다고 합니다. 이는 생애 초기에는 식욕만큼 스킨십이 생존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또한 원숭이를 철사 로봇과 수건 로봇이 있는 우리에 각각 두 집단으로 나누어 모두 우유를 제공한 경우 철사 로봇과 함께 지낸 원숭이들은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거나 설사를 하는 등 신체 이상을 자주 보였고, 장난감 등에도 탐색활동을 전혀 보이지 않는 등 신체적 발달뿐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 사회적 발달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스킨십의 중요성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사랑을 전해야할까요? 어린 아이일수록 말보다는 따스한 체온을 전해주는 것, 포근한 품을 내어주는 스킨십이 아이의 발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자주 안아주고, 업어주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 지금 당장은 내가 조금 힘들 수 있지만 그런 사소한 습관이 쌓여 조금 더 아이를 행복하게 성장시킬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늘 저녁, 집에 들어온 아이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와 머리를 쓰다듬어 줘보는 것은 어떨까요?
하지만 이 외에도 사랑을 전하는 방법은 수 없이 많고, 또 다양합니다. 스킨십은 사랑의 ‘기초’일 뿐입니다. 이제 막 사랑의 병에 한 스푼의 사랑을 담았을 뿐입니다. 앞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아이에게, 그리고 또 누구든 내가 사랑하는 이에게 더 많은 사랑을 전달하실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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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사랑의 본질을 밝혀낸 과학자, 사이언스타임즈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가짜 원숭이 실험, 인싸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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