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채빈
[The Psychology Times=정채빈 ]
한 쌍의 연인이 있습니다. 데이트를 하는 중 A 자신도 모르게 B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그럴 때 B가 취할 수 있는 행동 중 하나는 상대가 알아챌 때까지 혼자 뾰로통하게 있는 것입니다. B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이자 A가 묻습니다. “무슨 일 있어?”. 그러자 B는 “너는 왜 그걸 몰라?”라고 말합니다. A는 ‘말을 해줘야 알지’ 라고 생각합니다. B는 자기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는 A에게 서운한 마음이 들 것이고 A는 답답할 것입니다.
C는 중요한 면접을 보러 왔습니다. 좋은 회사에서 최종면접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입니다. 차분해 보이는 지원자들 사이에서 C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본인 순서를 기다립니다. ‘왜 나만 떨고 있는 것 같아 보이지?’, ‘너무 떨어서 면접관들이 싫어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C의 마음과는 달리 면접관들은 그가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아채지 못하는 눈치였습니다. 왜냐하면 겉으로 본 C는 자신이 상상하는 모습만큼 긴장한 것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사실 대다수의 지원자들도 긴장한 상태였지만 C는 이를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이 두 예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B와 C는 모두 자신의 속마음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상대가 자신의 속마음이나 감정들을 알아채거나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B는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A가 자신의 기분을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C는 상대가 자신의 불안감을 눈치채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그들의 생각과 행동들은 투명성 착각 때문에 나타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투명성 착각(illusion of transparency)이란 1998년 Savitsky 와Gilovich에 의해 주장된 인지 편향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생각, 기분, 감정 등 자신의 내면을 실제보다 더 분명히 이해하고 있다고 믿는 현상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상대방이 우리 내면과 의도 등을 꽤 투명하게 이해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한 예로 여러 연구들은 협상 자리에서 사람들은 상대방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외에도 투명성의 환상은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부터 심문과 같은 중요한 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인지 편향은 본인이 다른 이들 눈에 어떻게 보이는지 상상하며 생깁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진 정보를 (감정, 속마음 등) 기준으로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이해하려 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인지 편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센스가 좋거나 눈치가 빠른 이들은 상대방의 니즈를 알아채고 그들이 요구하기 전에 이를 충족시켜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이가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고 빠르게 알아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에게 원하거나 바라는 게 있다면 그들이 눈치를 챌 때까지 기다리지 마세요. 그들은 당신이 기대하거나 예상하는 것만큼 당신을 꿰뚫어 볼 수 없답니다. 마치 C가 다른 참가자들이 얼마나 긴장했는지 알아채지 못한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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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The illusion of transparency and the alleviation of speech anxiety (Savitsky & Gilovich, 2003)
The illusion of transparency in performance appraisals: When and why accuracy motivation explains unintentional feedback inflation (Schaerer et al.,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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