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수
[The Psychology Times=이연수 ]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레몬 맛 젤리와 처음 보는 모양의 코딱지 맛 젤리, 이렇게 두 가지의 젤리를 동시에 판다면 어느 젤리가 더 잘 팔릴까? 후자의 젤리는 기존에 먹던 젤리의 맛이 아니며, 그것과 별개로 애초에 코딱지는 음식의 맛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그렇기에 일차원적으로 생각해 본다면 당연히 전자의 젤리가 더 잘 팔릴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코딱지 맛 젤리가 더 많은 수요를 얻고 있다. 정확히 두 개의 젤리만 파는 실험이 진행된 것은 아니지만, JELLY BELLY 브랜드의 젤리빈 젤리 시리즈가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어느 정도는 이 가정을 뒷받침해 준다. 젤리빈은 단순히 코딱지 맛 젤리만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후추 맛, 양배추 맛과 같이 음식이지만 젤리라는 간식에 어울리지 않는 맛도 있고, 구토 맛, 귀지 맛과 같이 괴상한 맛도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수요에 의한 공급이 이뤄지고 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런 젤리를 굳이 돈 주고 소비하는 것일까?
이상한 맛이 마케팅의 결과물?!
젤리빈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버티 보트의 온갖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라는 마법 식품으로 등장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맛이 다 들어있기 때문에 대체로는 맛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덤블도어는 괴악하다고 평했으며, 해리포터도 기차 안에서 먹다가 뱉어버린다. 그래서 젤리빈은 해리포터의 굿즈 목적이 컸다.
하지만, 해리포터를 보지 않은 많은 소비자도 젤리빈을 사 먹게 됐는데 이는 펀슈머(Fun+Consumer)라는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펀슈머란, 즐거움을 의미하는 fun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물건을 소비하는 것뿐만 아니라 구매하는 과정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의미한다. 자발적으로 자신의 소비 경험을 재생산하는 것이 특징인데, 이는 상품의 종류가 많아지고 개인의 취향이 존중되면서 등장한 소비 트렌드이다. 젤리빈처럼 음식의 본질적인 가치에 반하는 상품이 계속해서 수요가 있는 이유도 이런 펀슈머들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런 상품들은 목표가 판매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드넓은 소비 시장에서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일종의 마케팅 전략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이름은 코딱지 맛, 구토 맛이어도 실제로 해당 맛의 원천을 넣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맛을 느낄 때 미각뿐만 아니라 후각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JELLY BELLY는 이 점을 활용하여 기체 크로마토그래피를 통해 만들고 싶은 맛의 냄새가 어떻게 구성된 건지 분석하고 그걸 바탕으로 맛으로 재창조한다. 제품 출시 전 연구진들은 맛을 최대한 정제하고 여러 번의 테스트를 거친 후 출시된다고 한다. 아무리 마케팅의 일종이어도 소비자들로부터 너무 큰 거부감을 일으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마케팅으로 상생하는 기업과 소비자
우리는 젤리빈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펀슈머를 겨냥하는 제품을 볼 수 있다. 버거킹에서 출시된 소고기 패티만 4장이 들어간 ‘콰트로 맥시멈 미트 포커스드 어메이징 얼티맛 그릴드 패티 오브 더 비기스트 포 슈머 미트 프릭’ 버거도 그런 예시이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긴 이름 때문에 소비자를 중심으로 주문 방법에 대한 웃긴 밈들이 퍼졌고, 매장 키오스크에서도 ‘이하생략’이라고 표시되어 화제를 만들어 냈다. 곰표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곰표는 밀가루와 설탕 등 식재료에 쓰였는데, 2019년도부터는 곰표 상표를 이용한 다양한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였다. 특히 그중에서도 곰표 밀맥주는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편의점 맥주 판매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렇게 맛뿐만 아니라 네이밍이나 브랜딩으로도 펀슈머들을 겨냥할 수 있다.
펀슈머 전략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다. 틀에 박히지 않은 상품을 출시함으로써 기존의 이미지를 탈피하는 기업과 소비라는 단순 행동에 재미를 느끼게 되는 소비자의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미라는 것에만 초점을 둬서 매번 충동 소비, 과잉 소비를 하게 된다면 그때는 더 이상 윈윈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재미를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합리적인 소비인지도 생각해 보는 소비 습관을 기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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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신수정 기자, “[르포] "비주얼은 찰떡, 먹기엔 불편"…펀슈머 겨냥 노브랜드 '페퍼로니피자치킨' 맛보니”, 아시아타임즈
김회종 기자, “재미로 사는 '펀슈머'…이제는 '크기·소리'로 승부한다”, MB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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