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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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우리는 첫인상이 좋지 않았던 사람 또는 평소 본인에게 친절하지 않았던 사람이 베푸는 한 번의 친절에 상당한 감동을 느낀다. 물론 그 사람의 친절한 모습 그 자체에 감동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사람이 평소에도 그런 사람이었다면 받지 않았을 정도의, 큰 감동을 느끼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다. 자신에 항상 친절했던 사람과의 한 번의 부정적 상호작용이 ‘이 사람 괜찮게 보았는데 생각보다 별로인걸?’과 같은 심리상태로 이어지는 것에 비하여 본다면 세상은 착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자는 이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로 설명하기도 한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특별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으로 보상이 주어져 왔던 셈인데 이것이 갑자기 끊겼기에 이가 상대방에 대한 부정적 평가로 이어진 것이다.
앞선 경우는 어떨까? 평소 친절하지 않았던 누군가가 갑작스레 자신에게 보상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특히 본인이 상대방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을 하고 있었다면 그 감동이 배가 될 것이다. 이는 감정의 교류 및 교환의 관점에서도 생각할 수 있지만 조작적 조건화 개념의 부분 강화(간헐적 강화)로 설명할 수 있다.
간헐적인 너에게 끌리는 이유
'밀당'이라는 것이 있다. 밀고 당기기라는 용어의 줄임말인데, 말 그대로 대인관계에 있어 밀기(밀어내기, 덜 친절하게 대하기 등)와 당기기(배려하기, 호의적으로 대하기 등)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 또한 부분 강화를 활용한 대인관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분 강화는 무엇일까?
조작적 조건 형성(조건화)은 '어떤 반응에 대해 선택적으로 보상함으로써 그 반응이 일어날 확률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강화'의 방식과 '처벌'의 방식을 통해 이루어진다. 강화는 보상의 개념이며 처벌의 경우는 벌과 같은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한다.
심리학자 스키너(B. F. Skinner)는 설치되어 있는 막대를 누르면 먹이가 나오는 상자를 만들어 그 속에 쥐를 넣어 실험을 진행했다. 상자 속 쥐가 우연히 막대를 눌렀고 이어 먹이가 나오는 결과가 반복되자 쥐는 계속 상자 속 막대를 누르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 이렇듯 강화와 처벌의 방식을 통해 특정 반응을 이끌어내거나 억제하는 것을 조작적 조건화라고 한다.
특정 반응마다 강화가 주어지는 것을 계속적 강화라고 하는데, 위 실험에서 쥐가 막대를 누를 때마다 먹이를 주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와는 다르게, 반응이 일어날 때마다 강화를 제공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강화가 주어지는 것을 부분 강화라고 한다. 막대를 누를 때마다 먹이를 주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먹이를 주는 것이다. 이는 계속적 강화가 불러올 수 있는 부작용인 포만, 소거 등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더 오랫동안 특정 반응에 대한 조작적 조건 형성을 유지하게 한다.
항상 친절했던 사람, 즉 지속적으로 보상을 주었던 사람과 비교했을 때 간헐적으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에게 더 큰 감동을 얻게 되는 것 또한 상대방을 대할 때의 비슷한 행동 즉 특정 반응 대비 강화가 주어지는 빈도와 시점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대인 관계에서 밀당이 전략으로 사용되는 것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간헐적인 강화를 통해 특정 반응, 예를 들면 상대방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 및 판단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일상에서 부분 강화 효과를 잘 드러내는 또 하나의 영역이 있다. 바로 도박이다. 도박은 간헐적인 보상의 대표 명사라고 할 수 있다. '도박을 한다'라는 행위에 있어 큰 보상이 따를 수 있으나 언제, 얼마 만큼의 보상이 주어질 지 예측 할 수 없다. 부분 강화 효과에 따라, 도박의 이러한 면이 오히려 사람들이 도박에 더욱 중독되는 이유가 된다. 도박을 하는 행위에 대한 조작적 조건 형성이 유지되는 것이다.
내 인생에도 전략이 필요해
대인관계 등 일상 생활에서 조작적 조건 형성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상당히 많다.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먹는 아이를 칭찬하는 부모님, 기준 이상의 성과 달성 시 주어지는 인센티브 등 인생은 보상과 처벌을 기반으로 특정 행동 및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으로 가득 차있다.
이는 비단 타인 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스스로에게 적절한 정도의 강화와 처벌을 지속적으로 준다면 본인이 원하는 습관을 형성하거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이어트를 할 때 치팅 데이를 정해두는 것과 같이 지속하기 어려운 행위에 적절한 보상을 두어 조작적 조건화를 이용하는 것이다. 부분 강화 효과를 노려 때때마다 강화의 정도나 빈도를 달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스스로의 심리를 활용하여, 전략적으로 더욱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어 보자.
참고문헌
1) 조선 탑클래스 [담배는 왜 끊기 어려운가]. (2018.03). URL: http://topclass.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4607
2) 네이버 지식백과 [조작적 조건형성]. (2014.04).
URL: https://terms.naver.com/entry.naver?docId=2118698&cid=41991&categoryId=4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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