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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이해연 ]


푸바오가 열풍이다. 둥글둥글한 몸체는 미소를 유발하고 통통 튀는 움직임은 시선을 끈다. 많은 사람이 푸바오의 ‘귀여움’에 매료당하고 있다. 유튜브와 각종 sns에서는 푸바오를 향한 찬사와 애정 어린 댓글이 넘쳐난다. 그렇다. 귀여움은 우리를 무장해제시킨다. 오죽하면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라는 우스갯소리가 있겠는가. 그렇다면 정말 귀여움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째서 이 ‘귀여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되는 것일까.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943년 독일의 동물학자 콘라트 로렌츠 박사는 ‘귀여움 이론’을 창시했다. 그는 ‘아기 스키마’(Baby Schema)라는 개념으로 ‘귀여움’에 대해 설명한다. 사람들이 귀엽다고 생각하는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동글동글하고 통통하며 작은 몸을 가지고 있다. 또 머리가 크며 아기자기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다. 마치 ‘아기’와 같은 생김새는 사람들로부터 귀여움을 느끼게 하는 요소인 셈이다. 인간은 아기와 같은 전형적인 신체적 특징을 지닌 존재를 보며 좋은 기분을 느끼고 심지어는 본능적으로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을 느낀다. 즉 ‘귀엽다’라는 감정은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대상에게 느끼는 일종의 본능이라는 게 바로 ‘아기 스키마’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은 영장류·포유류·조류 등에게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보다 더욱 구체적으로, 도파민은 행복감과 기쁨, 즐거움 따위를 비롯한 긍정적인 감정 반응을 촉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귀여운 존재를 볼 때 우리의 뇌에 분비되는 호르몬이 다름 아닌 바로 이 도파민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사랑 호르몬으로 불리는 ‘옥시토신’ 역시 분비된다. 옥시토신은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고 감정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호르몬으로 ‘사랑에 빠졌다’라는 느낌을 주는 호르몬이기도 하다. 즉 우리의 뇌는 귀여운 존재를 보면 사랑에 빠지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귀여움을 느끼는 대상을 보면 보호하고 싶고 사랑하고 싶은 감정이 생기고, 이는 곧 생명과 생존의 보장으로 이어지는 동시에 인간의 종족 보존 욕구와도 긴밀하게 연결된다.

 


우리가 푸바오에게 매료당하는 이유를 이제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판다의 생김새는 아기의 생김새와 닮아있다. 눈 주변의 검은 털은 마치 아기의 큰 눈처럼 보이고 통통하고 짧은 팔과 다리는 아기의 사랑스러운 몸과 같이 보인다. 한편 귀여운 존재는 대체로 위협적이지 않다는 점 또한 우리의 호감을 사는 이유가 된다. 인간은 삶을 영위하며 위협적인 존재를 만나기 마련이다. 그 과정에서 대응할 수 없는 무기력감을 느끼고 때때로는 위협적인 존재에게 통제받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귀여운 존재는 다르다. 인간에게 해를 가하거나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 귀여운 존재와 함께 있을 때 우리는 생존을 위해 애쓸 필요도, 그로 인해 긴장할 필요도 없다.

 


 


귀여움은 확실히 우리에게 이롭다. 사랑할 힘을 주며 긴장을 완화시켜준다. 그러나 과연 귀여움이 세상을 구할까. 정말 이롭기만 한 것일까. 심리학 전중환 교수는 “귀여움이 주는 즐거움은 맛있는 음식이나 마약이 주는 쾌감과 맞먹는다”라고 말한다. 귀여움은 인간의 판단력을 무장해제시킬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기에 대중문화가 이를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교수의 설명이다. 로봇이 사람 모양으로 생산되는 것, 애플의 시리가 종종 아기와 같은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 것 따위가 바로 그에 대한 예시이다. 소비심리학계는 사람들이 일반 숟가락보다 귀여운 숟가락을 사용할 경우 같은 아이스크림이라도 더 많이 먹고, 일반 쿠키보다 동물 모양 쿠키를 선호한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귀여움이 가진 힘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한 기사에 따르면 아동 행동 연구자들은 부모나 교사가 또래보다 귀여워 보이는 아이를 더 사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또 심리학자 로널드 마젤라와 앨런 파인골드가 1994년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똑같은 죄를 지었어도 피고인의 얼굴이 동안일수록 유죄 선고를 받을 확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귀여움이 가진 힘은 너무도 강력해서 때로는 이성적인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귀여움이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은 마음껏 누리되 이성적이지 않은, 그야말로 귀여움에 매료된 판단과 선택이 누군가의 삶에 상처를 남기지 않을 수 있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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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 기사를 누가 읽음ㅋㅋㅋㅋ 안녕하세요 ‘누’입니다.

너도나도 쓰기 시작한 이것!?

당신은 MZ입니까?




 


참고 자료

1. 조선비즈[Website],2014, 『귀여움, 인간을 지배하는 힘』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27/2014102701278.html

 

2. 코메디닷컴[Website],2021,『작고 귀여운 것만 보면 왜 기분이 좋아질까?』

https://kormedi.com/1349466/%EC%9E%91%EA%B3%A0-%EA%B7%80%EC%97%AC%EC%9A%B4-%EA%B2%83%EB%A7%8C-%EB%B3%B4%EB%A9%B4-%EC%99%9C-%EA%B8%B0%EB%B6%84%EC%9D%B4-%EC%A2%8B%EC%95%84%EC%A7%88%EA%B9%8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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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03 18:3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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