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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최지우 ]


상대방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


얼마 전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프로그램에 댄서 허니제이가 나온 편을 인상깊게 보았다. 평소의 내가 하던 생각과 매우 비슷한 고민들을 털어놓았기 때문이다. 


허니제이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을 전제로 하고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가 두렵기 때문에 정말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는 일대일 만남도 꺼리게 된다고 한다.

 


오은영 박사는 “상대방이 날 싫어하지 않을까?”라는 말의 본질은 “내가 사람을 잘 믿지 못하겠어.”라는 생각이라고 말한다. 상대방이 날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나의 믿음’의 문제라는 것이다. 이는 사람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간 상태라고 볼 수 있는데, 어릴 적 부모와의 애착, 인간 관계나 연인 관계에서 받은 상처가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자신의 감정을 수용받아본 경험이 부족할 경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보다는 계속해서 타인의 감정을 살피게 된다고 한다.

 

나도 완전히 마음을 터놓은 상대가 아니라면 “이 사람이 날 별로 좋아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전제로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사람을 만날 때 항상 내가 어떤 모습이고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과도하게 신경 쓰게 된다. 언제나 “내가 이 말을 하면 날 싫어하지 않을까?”, “꾸미고 나가지 않았을 때 날 별로라고 생각하면 어쩌지?”와 같은 걱정과 불안을 가지고 사람을 만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두려워하게 되고 편하고 친한 친구들과만 관계를 이어나가려 하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마음의 이유 찾기




아직도 이런 생각들을 하며 살고 있긴 하지만, 심리상담도 받고 스스로도 생각을 많이 해보며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진 것 같다. 가장 도움이 되었던 방법은 이 마음의 근원과 이유를 찾는 것이다. 내가 왜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전전긍긍하게 되었는지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다. 


구체적인 해결 방법이 없어도, 내가 왜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된 건지만 알아도 엄청난 위로가 된다. 과거의 특정 경험으로 인한 상처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이런 마음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었던 생각들 몇 가지를 공유해보고자 한다.

 



문제의 원인이 나에게만 있는 건 아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는 사람들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원인을 항상 자신에게서 찾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면 연락을 잘 보던 상대가 갑자기 연락을 안 본다거나 친했던 사람과 멀어지는 경우에 이 일의 원인과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정말 엄청난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니라면 타인의 상황 또는 그저 흘러가는 상황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 연락이 안 될 때 ‘내가 무슨 말을 잘못했나’, ‘내가 연락을 안 봐서 그런가’라는 걱정보다는 ‘상대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타인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에 대한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려 하지 말자. 그리고 내가 완벽한 사람이 되어야만 상대가 나를 봐주고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사랑의 모양으로 사랑의 크기를 판단하지 않기


사람들이 가진 사랑의 모양은 각기 다르다. 사랑을 느끼는 방식, 표현하고 전달하는 방식은 천차만별이다. 사랑의 모양이 나와 다르다고 해서 사랑의 크기가 작은 것이라고 오해하면 안 된다.


상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크다 해도 그 사람이 연락을 자주 하지 않거나 자주 만남을 가지는 사람이 아닐 수도 있다. 내가 느끼는 마음의 척도가 연락과 만남의 빈도라고 해서 이 기준에 따라 상대의 마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대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준 만큼의 마음을 똑같이 돌려받으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 가장 힘들어지는 건 나다. 상대가 나에게 얼만큼 해줬는지보다는 내가 준 사랑과 마음에 더 집중해보는 건 어떨까. 

 



관계의 다양성 인정하기


심리상담을 하며 상담사님께 들었던 조언이다. 내가 불편하지 않은 사람들과만 만나는 것은 오히려 관계가 피상적이고 그리 깊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관계에는 다양한 측면들이 있다. 서로 친하고 믿어주고 응원하는 관계뿐 아니라 약간은 불편하거나 잘 맞지 않는 관계들도 존재하는 게 당연한데, 지금까지는 이 측면을 간과했던 것 같다. 

 



떠나는 게 아니라 그저 헤어지는 것


오은영 박사가 허니제이에게 “가깝게 지냈던 누군가가 떠나는 것이 마음에서 잘 안 받아들여지세요?”라는 물음을 던졌는데 머리를 띵 하고 맞은 기분이었다. 

 

허니제이는 ‘헤어진다’는 표현이 아닌 ‘떠난다’는 표현을 계속 사용했다. ‘떠난다’는 남겨지고 버려진 느낌을 주는 단어다. 누군가라 나를 ‘떠난다’고 생각하면 혼자 남겨지는 것 같아 두렵고 막막한 마음이 들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헤어짐’이라고 생각하면 친했던 친구와 멀어지는 것도 세상의 이치나 흘러가는 인생의 한 부분으로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나도 한때 친하게 지내던 친구, 특히나 학창시절에 단짝이었던 친구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멀어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다. 친구가 나를 버리고 떠난다는 생각을 했던 건 아니지만, 그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지지 못했다는 것에 내 책임이 있는 게 아닐까 하고 힘들어했던 것 같다. 내 성격이 좀 더 활발했다면, 내가 더 많이 연락을 했다면 예전의 우리처럼 지낼 수 있지 않았을까 같은 생각들 말이다. 


그럴 때 항상 되뇌었던 문장이 있다. 이동진 평론가의 영화 ‘토이스토리3’의 한줄평이다.



“이별의 순간이 왔다고 해서 꼭 누군가의 마음이 변질되었기 때문인 건 아니다. 어떤 이별은 그저 그들 사이에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찾아온다.”


그렇다. 싸웠다고 해서, 누군가가 잘못했다고 해서, 서로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멀어지게 되는 것만은 아니다. 딱히 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더라도 그저 시간이 흘러갔기 때문에 이별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시절인연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길고 긴 인생에서 가깝게 지내던 사람과의 이별은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한 과정이고, 누군가 날 남기고 떠나는 게 아니라 그저 서서히 멀어지는 것뿐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와의 만남과 헤어짐이 두렵다면 당신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지만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많고, 무엇이든지 진심으로 대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일 수 있다. 사람들이 당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가치가 결정되는 게 아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고, 내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얼마나 사랑해주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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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금쪽상담소] "누군가 또 제 곁을 떠나갈 것 같아요..(ㅠ_ㅠ)" 허니제이가 사람을 믿지 못하는 이유 #홀리뱅 #허니제이 |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89 회 - YouTu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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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05 02: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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