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은
[The Psychology Times=이자은 ]
심심한 마음에 꾸밈을 더하다
처음 심꾸미라는 활동을 접하게 된 것은 한 대외활동 사이트였다. 뇌과학을 전공하기를 희망하는 나는 그간 주전공(생명과학)을 열심히 공부해 왔다. 논문 발표도 해보고 실험도 진행하며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너무 생명과학에만 치중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뇌라는 인체의 기관이 하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너무 복잡한 부분임을 알고 있기에, 억지로라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었다. 측정과 통계로 설명할 수 없는 뇌 안의 화학작용을 되새겨야만 했다. 그래서 생명과학이 아닌 심리학 관련 대외활동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심리학 관련 기사를 작성하는 대외활동 심꾸미를 알게 되었다. 한 달에 두 번 정기적으로 심리학과 관련되기만 한다면 어떤 주제로 글을 작성하든 상관이 없었다.
나는 이번 심꾸미를 기회로 삼았다. 그동안의 나는 분쟁에서 도망치는 사람이었다. 여럿이 달라붙어 일이 커질 것 같다 싶으면 손해를 보더라도 내가 한발 물러나 열이 식기를 기다리는, 입을 다물어 버리는 유형이었다. 쓸데없는 일에 열을 내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뒤로 물러날 때마다 느껴지는 억울함과 분노는 항상 그대로였다. 그렇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내 의견을 글로써 정리해 보는 것에 더욱 열의를 다졌다. 그간 여러 사람 입에서 오르내리던 사회적 이슈들을 적당한 근거를 대어 내 의견을 내는 것을 반복한다면 더 이상 논쟁에서 도망치기만 하진 않을 것 같았다.
사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너 T야?”라는 말을 듣게 하는 나의 이과생 본능을 잠재우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말인즉슨 ‘그냥’이라고 치부해 버리면 될 일들을 하나하나 학자들의 이론을 들어가며 독자들을 이해시키는 것이 버거웠다는 뜻이다. 일상 속에서 이렇게까지 자세히 남들을 분석하며 살아간다면 분명 이상한 사람 취급받을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분명히 나에게 도움이 됨을 알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행동에 조목조목 이유를 찾다 보면 내가 논쟁에 휘말렸을 때도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파악하여 빠르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미래의 나에게 귀찮음을 넘기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래의 나를 위해 현재의 나는 정기적으로 글을 써왔고 이제 그 장정의 막을 내리려 한다. 정기적으로 글을 작성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어떤 날은 귀찮기도 했고 어떤 날은 바쁜 일정 속에 짬을 내어 작성하기도 했다. 그러나 심꾸미 활동을 시작하기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내 주장을 피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히 느껴진다. 나를 미워하는 세력들에게 완전히 또박또박 대항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바보같이 나만 손해를 보며 살고 있지는 않다. 나를 위한 방패 조각을 조금씩 모아가고 있다. 그간 글을 써온 것이 습관이 되어 이제는 길을 갈 때도 다양한 사람과 사물을 향해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변을 상상하며 걷고 있다. 의미 없이 멍 때리며 허비하던 심심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재미있어 졌달까? 그래서 나는 심꾸미를 ‘심심한 마음에 꾸밈을 더하는’ 활동으로 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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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전공 대학생, 그러나 심리학과 법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제 삶의 모토를 소개합니다.
1. 최고를 향해 최선을
2. 정공법(正攻法) : 기교한 꾀나 모략을 쓰지 아니하고 정정당당히 공격하는 방법.
항상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