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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최지우 ]




인문학, 인류와 그의 문화를 다루는 학문을 좋아한다. 내 삶과 생각들과 깊게 맞닿아있는 학문이기에 탐구하는 것의 의미를 느껴서일까? 꽤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성찰하는 일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건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대학에 가면 꼭 인문학을 공부해야지 다짐했었고 결국 역사를 전공하게 되었다. 그러다 복수전공 제도가 활발한 학교 특성 덕에 관심 있는 다른 학문의 전공 수업을 들어볼 기회가 생겼고, 원래 좋아하던 사회학, 철학, 심리학 중 하나를 고르고자 했다. 

 

우연히 일반심리학 수업을 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고 내가 추상적으로만 어렴풋이 느끼던 것들을 다른 사람들도 느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사람들이 그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하나의 이론 또는 개념으로 정리한 것들을 배우는 것이 좋았다. 내가 어째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이해’해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와닿았던 것 같다. 

 

그전까지는 어떤 행동이나 생각을 해도 그것이 도출되는 이유나 과정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심리학을 배우면서 내 행동 매커니즘과 근원에 대해 알게 되어 나를 좀 더 너그럽게 바라봐줄 수 있게 되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청소년기의 흑역사도 발달 과정을 겪으며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란 걸 알고 그때의 나를 좀 더 보듬어줄 수 있었고, 애착 이론을 배우며 지금 내가 관계를 맺으며 드는 두려운 마음도 단순히 내 문제가 아니라 어릴 적 경험 때문일 수 있겠구나 이해하고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심리학의 이런 측면들이 좋았다. 우리가 결국은 인간, 즉 한없이 약하고 부족하고 여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내는 존재임을 보여주는 것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현대 심리학의 추세는 인간의 행동과 마음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데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심리학계에서 통계 연구나 뇌, DNA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확실’하고 ‘객관적’인 결과와 수치를 도출해내는 심리학보다는 위에서 언급했던 인간의 나약함, 그리고 모든 인간들이 그 나약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따뜻하게 알려주는 심리학이 좋았다. 

 

나의 기사를 읽는 사람들도 결국 나와 같은 인간이기에, 완벽해지고 더 나아지고 싶어하는 욕망 속에서도 부족함과 상처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래서 내 상처들이나 현재 가지고 있는 마음과 생각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심꾸미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를 받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직 전공수업을 많이 들어보지는 않은 학생이기에 한국심리학신문의 다른 기자님들이나 전문가분들에 비해 유용한 심리학 이론이나 정보들을 전달하지는 못했지만, 생각과 성찰을 좋아하고 글로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2023년 2월부터 7월까지, 이 시기의 내가 가장 많이 했던 생각과 고민들을 진심을 다해 담았다. 

 


영화 '컴온컴온'




첫 번째, 두 번째 기사- 문장 수집가인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들 (1) (psytimes.co.kr) 

문장 수집가인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들 (2) (psytimes.co.kr) 

앞으로의 내 기사의 방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기사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지 많이 고민했었다. 긴 고민 끝에 나라는 사람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주제로 골랐는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유용하고 쓸모 있는 정보성 글을 전달해야 할 것 같고, 그저 한 명의 평범한 학생일 뿐인 내가 인상깊게 기억하는 문장들이 독자들에게 가닿을 수 있을까 자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심꾸미 ‘의견나누기’를 통해 공감을 많이 했고 울림이 있었다는 피드백을 받고 나만 하는 줄 알았던 고민들을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똑같이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받았고 앞으로 기사를 어떻게 쓸지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좋아하는 문장들을 다시 한 번 기록하고 그에 대한 내 생각들도 덧붙이며 문장들을 더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어 좋았다.

 

세 번째 기사-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psytimes.co.kr) 

MBTI에 관한 글이지만 MBTI에 매몰되지 말자는 내용이었다. MBTI처럼 이분법적인 구분이나 간결하고 명확해야만 하는 틀에 갇혀 ‘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끊임없이 규정하려 했던 과거의 나에 대해 성찰하는 글이었다. 심리학 특성상 수많은 사람들의 유형을 몇 가지 집단으로 분류해야 하고 복잡다단한 한 인간의 경우도 하나로 간단히 규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모순적이고 변화무쌍한 ‘나’를 일정한 틀 안에 넣고 바라보다보니 내가 진짜 그 좁은 틀 같은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그곳에서 벗어나 더 넓고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자 노력했다.

 

네 번째 기사- 피하고 숨는 것도 공격이 될 수 있다고? (psytimes.co.kr)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프로그램에서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나오면 마치 내가 오은영 박사님께 상담을 받은 것처럼 많은 깨달음과 위로를 얻을 때가 있다. 이 글도 그 프로그램을 보고 회피적, 수동공격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생각에 대해 쓴 것이다. 이러한 성향을 단순히 고쳐야 할 나쁜 성격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이런 성향을 가지게 되는 이유와 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수동공격적 성향의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나아가 그러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내가 힘듦을 조금이나마 극복했던 방법들을 덧붙였다.

 

다섯 번째 기사- epochē, 판단을 멈추기로 했다 (psytimes.co.kr) 

내가 모르는 타인에 대해 판단하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내릴수록 힘들어지는 건 나 자신임을 느꼈다. ‘동의’하지는 않아도 그 사람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려는 노력이 관계를 이어나가고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함을 꽤 자주 느낀 것 같다. 인간이 가진 인지적 종결 욕구라는 심리학적 개념을 통해 우리가 타인에 대해 끊임없이 판단을 내리고자 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우리에게 보이는 작디작은 단면만으로 타인의 모든 것을 속단하지 않을 것, 꼭 명확한 답을 내리지 않아도 괜찮으니 가끔은 그저 바라보고 넘기는 것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

 

여섯 번째 기사- 현재를 사는 법 (psytimes.co.kr)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왔던 “Carpe Diem(현재를 즐겨라)”는 대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냥 좋아서 적어두기만 했던 열일곱의 내가 시간이 지나며 어렴풋이 이 말의 진정한 의미를 느꼈던 생각의 과정들을 담은 기사다. 너무 좋고 소중해서 이 순간이 지나간 후의 미래가 걱정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의 마음이지만, 그런 순간이 왔을 때는 놓치지 말고 있는 힘껏 누리고 느껴보자.

 

일곱 번째 기사- 내 삶에 집중하기 (psytimes.co.kr) 

감사일기를 쓰며 내가 가진 것들에 감사하게 되고 타인과의 비교를 덜할 수 있게 되었던 내 경험을 담았다. 지금도 꼭 손으로 기록하지는 않아도 항상 감사한 일들을 떠올리며 살고 있는 것 같다. 자꾸만 타인의 삶으로 눈길이 가곤 할 때, 내 부족한 부분들만 보여서 힘이 들 때 감사한 일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풍요로워진다. 만족은 내가 얼만큼 가지고 있냐보다 내가 얼만큼 욕심을 내고 있느냐에 따른 것이라는 걸 매번 느낀다. 

 

여덟 번째 기사- 어제 입었던 옷을 눈치 보여 또 입지 못한 적이 있나요? (psytimes.co.kr) 

학교에서 발달심리학 수업을 수강하며 청소년기 파트를 가장 재미있게 들었다. 그중 인상깊었던 개념인 ‘상상의 청중’을 통해 청소년들이 과도하게 타인을 신경 쓰는 현상을 쉽게 풀어 설명하고자 했다. 내가 타인의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아서 힘들고 이런 성격을 고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이러한 현상은 사고 능력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당연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많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독자들도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아홉 번째 기사- 다정과 친절에 대한 요즈음의 단상들 (psytimes.co.kr) 

효율과 합리라는 가치가 가장 중시되는 것만 같은 현대 사회에서 다정이라는 마음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는지에 대해 쓴 글이다.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의 웨이먼드, 개그맨 문상훈, 시리즈 ‘SKAM’을 통해 알게 된 다정의 힘을 썼다. 이 글을 쓴 후 영화 ‘엘리멘탈’을 보았는데 주인공 웨이드 또한 다정이라는 힘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라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열 번째 기사- 인생이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psytimes.co.kr) 

살면서 매 순간 해왔고 아직도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 썼다. 명확한 답을 내리진 못했지만 그 고민과 생각의 과정을 가감없이 쓰고자 노력했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자님들이 글을 읽고 생각을 많이 나눠주셔서 오히려 많은 위로를 받았다. 살면서 인생의 무게에 압도되고 나는 정말 나약한 존재임을 크게 느낄 때 다시 읽어보고 싶은 글이다. 우리는 끝없이 부족하고 한 치 앞의 삶도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우리 인간이고 그것이 인생이라는 마음을 가져야겠다.

 

열한 번째 기사- 어떻게 삶의 과정에 참여할 것인가 (psytimes.co.kr) 

책 ‘가치 있는 삶’ 속 인상깊었던 몇 문장들을 가져와 인생에 대한 고민들을 이어나갔다. 외부의 어떤 일이나 사건 그 자체보다, 그 삶의 요소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 우리는 그 과정에서 삶의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열두 번째 기사-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두려운 당신에게 (psytimes.co.kr)

마지막 기사인 만큼 꼭 다루고 싶었던 주제에 대해 쓴 기사다. 인간(人間)이라는 단어의 ‘간’은 ‘사이 간’이다.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뜻이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고 나를 보여주는 과정에서 겪었던 힘든 마음과 걱정들부터 마음을 편하게 먹을 수 있게 된 과정까지 솔직하게 썼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영화 '어바웃타임'


우리는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결국 모두 같은 인간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느끼는 한계와 그로 인한 상처와 고민들을 모든 사람이 안고 살아간다. 기사를 쓰며 힘든 사람이 당신만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내가 수집했던 문장들, 나의 생각과 고민들, 경험들에서 독자들이 단 하나의 울림이라도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6개월 간의 심꾸미 활동을 마친다.






  1. 지난기사

    문장 수집가인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들 (1)

    문장 수집가인 내가 힘들 때마다 떠올리는 문장들 (2)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피하고 숨는 것도 공격이 될 수 있다고?

    epochē, 판단을 멈추기로 했다

    현재를 사는 법

    내 삶에 집중하기

    어제 입었던 옷을 눈치 보여 또 입지 못한 적이 있나요?

    다정과 친절에 대한 요즈음의 단상들

  2. 인생이란 무엇이며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3. 어떻게 삶의 과정에 참여할 것인가

  4.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두려운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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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16 00:3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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