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우
[The Psychology Times=장철우 ]
레시피가 필요한 직장인의 열한 번째 질문!
"개인평가를 하면 링겔만 효과를 막을 수 있을까?"
식품회사 상품기획팀 오 팀장은 마음이 편치 않다.
얼마 전 신상품 기획 공헌을 인정받아 본사 팀 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다.
팀원들 모두 축하하고 인센티브를 받아 기쁘지만 한편에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은 바로 팀의 대표적 프리라이더 양 과장 때문이다.
양 과장은 작년에 상품기획팀에 온 이후 제대로 일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신상품은 특성상 2명이 1개의 조를 이루어 제품을 론칭해야 하는데 같은 제품을 함께 담당하는 김주임에게 발로 뛰어서 자료 조사하고 검토해야 하는 일을 대부분 미루고, 본인은 손쉬운 현황 비교표 만드는 일을 했다
신상품 제작 발표회 일정으로 모두 야근을 할 때도 오후에 혼자서 업체 조사한다고 외근을 나가서 바로 퇴근한 적도 많고, 타 팀에서 자료 요청을 하면 하는 일이 너무 많아 바로 처리하기 어렵다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김주임이 모두 감당해야 하는 처지이다.
하지만 회사는 본사 업무의 경우 팀 평가를 할 뿐이지 개인 업무평가는 따로 하지 않는다.
그래서 양 과장은 항상 다른 팀원들의 고생한 결과에 숟가락만 얻어서 좋은 고과에 보너스까지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오 팀장은 이 모든 것이 개인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당장 개인 평가 시스템을 만들어 프리라이더들을 없애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싶다.
심리학 레시피
1. 링겔만 효과
링겔만 효과라는 것이 있다. 심리학자 막스 링겔만이 줄다리기를 하도록 지시했는데, 그 줄에는 참가자들이 각자 얼마나 세게 줄을 당기는지 측정할 수 있는 장치가 달려있어서 집단 전체가 줄을 당길 때의 힘과 개인이 혼자 줄을 당길 때의 힘을 비교할 수 있었다.
여럿이 당기면 당연히 혼자 당길 때 보다 총합의 힘이 커지지만, 놀랍게도 한 명의 참가자가 집단에 추가된다고 해서 집단 전체의 힘이 그와 비례하여 커지는 것이 아닌 결과가 나왔다.
2명일 때는 기대치의 93%, 3명 일 때는 85%, 8명 일 때는 49%의 힘의 크기만 작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개인의 수가 늘어날수록 혼자서 일할 때보다 노력을 덜 기울이는 것이 증명되었다.
왜 이런 링겔만 효과가 발생하는 것일까?
링겔만은 이를 조정 손실과 동기 손실로 보았는데 조정 손실이란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로 인한 손실, 즉 함께 줄다리기를 하다 보니 손이 겹치고, 다리가 부딪쳐서 등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제 힘을 발휘 못하는 현상을 말하고, 동기 손실은 참여자 각각이 사회적 태만으로 인하여 최선을 다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였다.
사회적 태만은 책임과 관련이 있다. 즉 자신의 일의 기여도가 별로 드러나지 않기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고, 책임이 불분명하며, 자신의 역할이 그다지 중요하다고 여기지 않을 때문에 링겔만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대표적인 방법으로 팀 평가와 더불어 개인평가를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개인평가를 하는 것이 태만을 벗어나게 하는 적절한 방법일까?
2. 개인평가의 어려움
스티븐 하킨스는 160명의 참가자를 모집해서 브레인스토밍 실험을 진행하였다. 하나의 물건을 주고 어떤 용도로 쓸 수 있는가에 대해 가능한 많이 작성하는 과제를 부여했다.
(Stephen Harkins(1985) “The role of evaluation in elimimating social loafing”, Personality and Socail Psychology Bulletin. )
실험은 두 번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실험은 같은 물건을 가지고 4명 1개 조로 여러 팀을 만든 이후, 어떤 팀에게는 자신이 물건의 용도를 작성하는 것을 개인별로 측정한다고 통보하였고, 어떤 팀에게는 개인별 측정은 없고 팀 단위로 합산하여 평가한다고 통보했다.
두 번째 실험은 첫 번째 실험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되 서로 같은 물건이 아닌 서로 다른 물건의 용도를 작성하게 하였다.
두 실험은 개인별 측정을 인식하고 있는가에 대한 차이와, 같은 물건의 경우 서로 결과의 비교가 가능하지만, 다른 물건의 경우 서로 비교가 불가능하다는 두 가지 측면의 차이를 밝혀 총 4가지 경우의 수를 확인할 수 있도록 반영하였다.
그 결과
1) 개인별 측정 – 비교 가능(동일한 물건) : 24.9개
2) 집단 측정 – 비교 가능(동일한 물건) : 19.8개
3) 개인별 측정 – 비교 불가능(다른 물건) : 19.7개
4) 집단 측정 – 비교 불가능(다른 물건) : 19.3개
즉 비교 가능한 동일한 물건의 경우는 개인별 측정으로 인하여 집단 측정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보여줌으로써 링겔만 효과를 막을 수 있었다.
그러나 비교 불가능한 다른 물건의 경우 개인별 측정을 한다고 해서 집단 측정보다 나은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는 개인별 측정이 모두 링겔만 효과를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계약, 판매 등 정량적으로 산출물이 나와서 직원 각각의 평가를 같은 팀 동료와 명확하게 비교할 수 있고, 평가받는 개인이 자신의 결과가 비교 가능하다고 믿는 경우는 개인별 측정으로 링겔만 효과를 막을 수 있지만 상품기획, 행정, 인사, 회계 등 같은 팀이지만 각자의 하는 일이 다르고 비교가 어려운 경우 특히 개별 직원들이 이를 비교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믿을 때, 개인별 평가가 링겔만 효과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3. 그렇다면 어떻게?
첫 번째, 우선 조정 손실을 정리해보자.
링겔만 효과는 동기 손실이 크지만 조정 손실도 만만치 않다. 개인적으로 혼자 잘할 수 있는 사람인데 팀에서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하여, 자신의 능력이 발휘되지 못하는 경우가 분명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2인 1조로 제품을 론칭하는 것은 대표적으로 자기 일을 덜 열심히 하게 하는 조정 손실이라고 하겠다. )
두 번째, 오 팀장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오 팀장이 착각하는 부분이 있는데 팀장은 성과관리를 해야 하는 사람이지 단지 성과평가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성과평가는 성과관리의 수많은 부분 중의 하나일 뿐이다.
평가야 분기, 반기에 한번 정도 하는 정기적인 업무이다. 이는 성과관리의 마지막 단계일 뿐이다.
오 팀장은 양 과장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했다면 굳이 평가이전에 명확한 업무 정의와 피드백, 지속적인 관심과 업무지시, 이 과정에서 서로 업무를 바꿔보거나 다른 사람의 일을 경험하게 하여 사회적 태만이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깨닫게 해주는 등의 노력을 했었어야 한다.
중간과정의 팀장의 노력을 좀 더 기울이고 평가는 최후의 수단이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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