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우
[The Psychology Times=장철우 ]
레시피가 필요한 직장인의 열두 번째 질문!
"외향적 성격의 사람이 영업을 잘할까?"
중고차 판매 전문기업 강남지역 총판 지점 최지점장은 고민이 많다.
최근 신차의 출고 시기가 반도체 공급 부족 문제로 자꾸 지연되고, 전반적 경기침체가 오고 있어서 중고차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중고차 판매기업이 신입 영업사원을 모집하고 있고 최지점장 지점에서도 상시로 신규 영업사원을 모집하는데 그 면접을 최지점장이 담당하고 있다.
그는 영업 성향에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분명 있다는 확실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기 어려워 하고,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스트레스받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내성적 스타일은 아무리 여러 번 기회를 줘도 영업사원으로 정착하기 참 어려운 것을 보았다.
그래서 가급적 면접을 볼 때 외향적이고 활발하고 밝은 성격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는 사람중심으로 선발을 했고 그들을 집중적으로 훈련시키는 방식으로 지점을 운영해 왔는데 요즘 그 방식이 과연 맞는가 의심스럽다.
외향적인 스타일의 영업사원들이 영업매장이나 상담실에서 상담할 때는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주도하지만 막상 최종 계약 시점에서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유머러스해서 고객들도 재미있어 하지만 결정적인 계약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계약 이후에 컴플레인도 종종 있었다.
혹시 성격을 잘못 파악한 것인가 싶어서 요즘 유행하는 성격진단지로 테스트도 몇 번 했는데 모두 제 생각대로 외향적 스타일이었다.
그런데 왜 외향적 스타일이 영업사원으로 생각보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심리학 레시피
1. 문화적 공리 (Culture truism)
“삶아 죽은 개구리”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한 변화관리 스토리이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으면 개구리는 화들짝 놀라서 도망을 가지만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온도를 올리면 개구리는 따뜻함을 느끼면서 서서히 잠이 들어 자기가 삶아져서 죽는 줄도 모르고 죽게 된다는 이야기..
진짜 위기는 재난에 처했을 때가 아니라 점점 퇴화해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잠겨 결국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다는 이 스토리는 변화를 주저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이야기로 너무 유명하다.
20년 전 어느 특강에서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나는 무언가 충격적인 느낌이 들었고 오랜 기간 잊히지 않고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현대 과학에 따르면 잘못된 이야기로 밝혀졌다.
하버드 대학교 생물학자 더글러스 맬튼은 “실제로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으면, 개구리가 뛰쳐나오지 않고 죽을 것이고, 차가운 물에 넣으면 뜨거워지기 전에 뛰어오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클라호마 대학의 빅터 허치슨은 양서류에 관한 연구를 인용하면서 어떻게 많은 개구리들이 임계열 최대치가 현대의 연구실험에 의해 결정되었는지 설명하였는데, 물이 1분당 화씨 2도씩 가열될 때, 그 안의 개구리는 탈출하려고 점점 더 활동적이 되었다가 결국 뛰어내린다고 말했다. (“The legend of the boiling frog is just a legend” 2007)
재미있는 것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이 개구리 이야기를 예전 그대로 믿고 있고, 이를 인용하고 있다. 2021년 출간된 어떤 혁신과 관련된 책에서는 아예 저자가 서문에서 이 이야기를 언급하면서 모두 삶아서 죽음을 당하는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을 하고 있다.
이처럼 전혀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그냥 그렇다고 믿고 있는 현상을 문화적 공리 (Culture truism)라고 설명한다.
“명확하지 않은 경우는 처음 쓴 것이 정답이다. 그러니 헷갈리는 경우에는 절대 처음 쓴 답을 고치지 말아라”
“칭찬을 하면 고래가 춤추니 리더는 구성원들에게 칭찬을 잘해야 팀이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상의 이야기들도 전혀 검증이 되지 않고 실험을 하면 전혀 그렇게 결과가 나오지 않지만 모두 그렇다고 믿고 있는 전형적인 문화적 공리라 하겠다.
그렇다면 외향적인 사람이 영업을 잘한다는 우리의 보편적 믿음도 혹시 문화적 공리가 아닐까?
2. 외향적 성격이 영업을 잘할까?
조직심리학자 아담 그랜트는 그의 논문 “Rethinking the extraverted sales ideal : The Ambivert advantage”(2013)에서 외향적 성격의 사람과 영업성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했다.
그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외향적 성격의 사람들이 영업, 판매직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
외향적 사람들은
1) 사교적이라 처음 보는 고객과 편안하게 상호작용을 시작할 수 있고
2)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도록 설득하기 위해 자신감이나 에너지 수준을 높여서 표현하는 경향이 있고
3) 단호하게 주장하기도 해서
고객의 태도와 행동을 바꾸도록 설득하는 영업직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외향적 성격의 판매자가 영업을 하면
1) 자신의 적극성과 열정적 에너지를 전달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쓰다 보니, 고객의 관점보다 자신의 관점에 집중하고, 고객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 너무 적고
2) 지나친 자신감 표현을 해서 고객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통제력을 침해할 수 있다는 부정적 생각을 하게 하여, 판매자의 메시지를 좀 더 세심하게 검토하고 반론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키려 하여
실제 영업에는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고 하면서 외향성과 영업 실적 간 평균 상관관계는 0.07에 불과하다는 연구를 제시하기도 하였다.(Barrick et al. 2001)
그렇다면 어떤 성격이 영업실적과 관련 있을까?
아담 그랜트는 영업실적과 외향성의 관계는 오히려 역 U자형 곡선을 나타낸다면서 양향적 성격의 사람들이 영업성과가 높다고 제안하였다.
양향적 성격의 사람들은 외향적 성격과 내향적 성격의 중간단계를 말하는 것으로
외향적 성격보다는 못하지만 어느 정도 열정과 에너지를 보여줄 수 있어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관심을 자극하고 이를 판매로 전환할 수 있으며
고객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않거나 무언가를 강요하는 것처럼 보이는 위험을 피하면서 주장과 경청 사이에서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하였다.
또한 판매와 서비스의 적절한 균형을 찾기 위해 폭넓은 행동을 할 수 있어서 고객과의 관계를 더욱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결국 외향적 성향의 사람들이 영업을 잘한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 문화적 공리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지점장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먼저 채용을 하는데 외향, 내향의 성격에 의존하는 방식을 버려야 할 것이다.
오히려 성과와 가장 관계가 높은 성격 요소인 성실성 중심으로 채용을 한 이후 영업 현장에서 양향적 스타일을 보일 수 있도록 훈련을 시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향적 성향의 영업사원은 열정을 보여주지 못해 발생할 수 있는 고객의 무관심이나 무자극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에너지 높이는 방법에 관련한 훈련을 하고
외향적 성향의 영업사원에게 기존 높은 에너지로 발생하는 문제점을 파악하게 하고 이를 적당한 수준으로 자제시킬 필요가 있다.
또한 외향적 성격의 사람들이 잘 놓칠 수 있는 경청,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기, 자신의 주장의 강도를 줄이기 등의 연습으로 실제 고객에게 양향적 성격의 사람으로 보여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은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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