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윤
[The Psychology Times=허정윤 ]
언제부터인지 시작된 MBTI 열풍은 아직도 유효하다. 요즘에도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의 대화에 빠지지 않는 주제이다.
나의 경우 새로 알게 된 사람뿐만 아니라 오랜 친구들과도 서로의 MBTI에 대해 몇 시간이고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다른 성격유형에 대해 열을 내 토론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MBTI는 과학이다.”라며 성격 검사로 사람들의 성격을 구분할 수 있음을 확신하는 사람들과, “MBTI 검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하며 MBTI의 결과가 의미 없으며 이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당신은 MBTI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
MBTI는 어떠한 검사일까?
MBTI는 외향형/내향형에 대한 지표인 E/I, 감각적인 인식과 직관적 인식에 대한 지표인 S/N,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 지표인 T/F, 판단형 생활 인식, 인식형 생활 양식을 구분하는 지표인 J/P와 같이 4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재미있게도 이 4가지 구성 요소 모두가 빠짐없이 극단적인 두 개의 선택지로 나뉘며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MBTI 논쟁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들이다.
MBTI는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줄임말로, Myers와 Briggs라는 두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검사이다.
흥미롭게도 이들은 심리 검사지를 만드는 전문적인 심리학자들이 아니었다.
Myers는 아동 추리 소설가였던 그의 사위와 집안 사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얼마 전 읽었던 융의 심리학 서적에 대해 대화하던 둘은 융이 말했던 내향성, 외향성에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검사지를 만들어 보자고 한다. 이렇게 두 사람의 합작으로 탄생한 것이 MBTI이다.
따라서 MBTI는 전문적인 검사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신뢰성과 타당성이 결여되어 있는, 과학적인 근거가 아닌 두 사람의 직관으로 만들어진 검사이다.
MBTI 검사는 기본적인 단위부터 근거가 없는 것일뿐더러 사람을 유형별로 나누는 것이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검사로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MBTI가 오래, 또 보편적으로 유행하는 것도 세계적으로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MBTI의 유행에 대한 생각
분명 MBTI가 학문적으로 과학적인 검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유형별로 사람을 분류하는 것은 행동의 빈도로 성향을 이야기하는 특질에도 동떨어진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성격의 특질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는 어떠한 행동을 더 자주 보이는지가 그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가 외향적인 사람인지 내향적인 사람인지는 외향성, 내향성과 관련된 각 행동들을 얼마나 자주 보이는 지로 가늠할 수 있다. 이는 분명 이분법적으로 외향성과 내향성을 분류하는 MBTI와 차이가 있는데, 내향적인 성향을 보인다고 해서 외향적인 행동을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며, 상대적으로 외향적인 행동을 하는 빈도가 적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MBTI로 우리의 성격을 정의하기에는 이 검사는 그 정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자칫 잘못해 우리 내면의 다양한 성격의 가능성을 우리가 스스로 규정한 MBTI라는 성격의 틀에 맞추어 간과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그동안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인간의 내면과 성격, 특질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어렵지 않은 수단으로 성격 검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성격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통해 그동안 페르소나를 쓰고 있었던 주변인들의 의외의 모습과 성격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나의 행동을 돌아보면서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특성들에 대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도 있을 것이다.
MBTI에 맞추어 나 자신을 규정하는 것은 피해야겠지만, MBTI를 통해 나 자신과 주변인들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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