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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고민우 ]


최근 텔레비전이나 OTT 플랫폼에서 부부 사생활을 주제로 하는 이른바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 다수 방영되고 있다. 이는 현대사회에 맞게 변화한 가족의 형태와 사회적, 문화적으로 다양한 가치관을 지닌 가정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육체·정신적 학대와 이혼 등 가정을 구성하는 데 있어 다소 자극적인 요소도 담겨있다. 그 중에서도 지나친 부부 갈등에 노출된 미성숙한 자녀의 모습과 반응을 그대로 방영하여 우려하게 된다.



「미국 뉴햄프셔대 Murray A. Straus 사회학 교수(1979)는 부부 갈등을 "부부가 서로의 대립과 불일치를 해결하기 위해 교환하는 관찰 가능한 부정적인 언어적, 비언어적 상호작용"이라 정의하고 있으며 "비난, 언쟁, 신체적 싸움, 가출 등과 같은 다양한 행동 책략들이 포함"된다고 말하고 있다.

눈여겨보아야 할 점은 부부 갈등이 부부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부부 갈등 속에 보이지 않은 부정적인 정서와 감정을 얼마나, 어떻게 표출하고 반응하는지 그리고 자녀의 특성(성별, 연령, 학업 성적 등)에 따라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이 각기 다르다고 한다. 이는 유아, 청소년, 성인기를 거치고 있는 자녀의 심리적 적응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지나친 부부 갈등이 성장기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째 자아 분화가 덜 일어난 자녀에게 부부 갈등은 부모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부모화는 부모가 자녀에게 양육을 지지하고, 가족 체계를 유지하고 지키는 책임을 과도하게 부담시키는 것을 말한다.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거나 혹은 과도한 유대관계를 형성할 경우 부적절한 부부 관계를 자신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된다. 이런 부담감은 부모와 자녀의 역할이 바뀌거나 자녀가 부모의 역할을 대신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게 될 수 있다. 부모화는 자녀가 가정으로부터 적절한 독립을 하는데 어려움을 미칠 수 있다.

 

둘째 자녀가 음주와 흡연 등 비행 행위에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직접적인 육체·정신적인 폭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폭력을 목격하는 행위만으로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부정적인 자극을 주어 긴장을 유발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비행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비행 행위는 또래 친구들의 건강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자녀가 성장하여 가정을 구성하는 과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심각성이 크다고 한다.

 

셋째 성장기 자녀가 부부 갈등을 인지하고 대처하는 양상이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시킨다. 부모 사이에 갈등 빈도와 강도가 심할수록 자녀는 슬픔, 걱정,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과 스트레스를 마주하게 되며 이러한 불안정한 정서는 심리적인 문제로 이어지게 된다. 특히 정신건강에서 강박증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우울, 신체화, 편집증, 불안 등 문제가 발생한다고 한다. 자녀가 부부간에 발생하는 갈등 지각이 커질수록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정신건강을 악화시키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성장기에 자녀는 원가정의 구성원과 처음 상호작용을 하며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사회성을 기르게 된다. 특히 이러한 경험은 광범위에 걸친 일생에서 마주하는 대인관계를 발전시키는데 바탕이 된다. 그 때문에 원가정 속에서 비추어지는 부부관계는 자녀가 적절한 상호작용 형성과 지속적인 애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가정을 구성하고 자녀와 관계를 형성하는 요소 중 부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을 경험한 부부가 갈등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나친 부부 갈등은 자녀가 부정적인 자아를 형성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사실을 바탕으로 갈등을 표출하는 상황에서 표출 방법과 적절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자녀 앞에서 부부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모습은 성장기 청소년에게 더 긍정적이고 건전한 자아를 형성하는데 소중한 양분이 될 것이다.






[참고문헌]

서은선. (2023). 초기 성인기 자녀가 지각한 부모의 부부갈등이 자녀의 부모화에 미치는 영향: 자아분화의 매개효과(석사). 한남대학교 대학원.

김오남. (2005). 청소년자녀가 지각한 부부갈등, 그 대처행동 및 정신건강과 문제행동과의 관계, 인간발달연구, 12(4), 99-119.

홍명성. (2012). 청소년 자녀가 인지한 부부갈등유형이 자아개념에 미치는 영향(박사). 대구대학교 대학원.

김주영, 장현석(2016). 부부싸움이 청소년 비행에 미치는 영향: 일반긴장이론을 중심으로(석사). 경기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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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8-25 13:49:33
  • 수정 2024-02-12 1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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