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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분노에서 비롯한 범죄를 해결하는 첫걸음 - 그들은 왜 그런 선택을 하는걸까?
  • 기사등록 2023-08-29 13:49:59
  • 기사수정 2023-09-04 10:5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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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한소현 ]


출처: 연합뉴스 

  • 최근 신림역,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 살인사건이 연일 발생하면서 소위 무차별 범죄가 조명받고 있다. 위 범행을 저지른 범죄자들은 모두 경찰 조사에서 사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2019년에 발생했던 아파트 방화, 살인사건, 올해 발생한 과외 앱 살인 사건 또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사회에 대한 분노를 살상으로 표출한 사건이다. 

  • 하지만 사회에 분노를 품고 있는 모든 이가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서울 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한성 전공의에 따르면 분노는 사람이 느끼는 당연한 감정 중 하나이다. 하지만 분노에는 공격성이 내재해 있기 때문에 이를 바람직한 방법으로 해소하고, 표출할 줄 알아야 한다. 위의 범죄자들처럼 사회로부터 비롯된 분노의 화살표가 타인으로 향해 남을 해칠 경우 문제가 된다.




자극에 대처할때 작동되는 방어기제 



  • 그렇다면 올바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선 방어기제라는 개념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신 분석학에 따르면, 방어기제에 대한 이해는 곧 인간에 대한 이해이다. 방어기제란, 삶 속에서의 다양한 자극으로 인해 내적 긴장과 불안을 느낄 때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심리적 책략을 의미한다. 현재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방어기제 등급은 성숙도가 낮은 순서대로 자기애적 방어기제, 미성숙 방어기제, 신경증적 방어기제 그리고 성숙한 방어기제로 구성 되어있다. 사회적 분노를 범죄로 드러낸 위의 범죄자들은 자기애적 방어기제 내의 망상적 투사와 왜곡, 미성숙한 방어인 공격적 행동 등의 방어기제를 지니고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살면서 자극에 놓였을 때 성숙한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 사람들의 분노 대처 양상 


  • 또 두 번째로 알아보아야 할 것은 인간의 분노 표현 방식이다. 분노 표현 양식에는 ‘부적응적 분노 표현양식’과 ‘적응적 분노 표현양식’ 두 가지가 있다. 심리학에서 올바른 분노 표출로 분류하는 것은 ‘적응적 분노 표현양식’에 속하는 ‘분노 통제’이다. ‘분노 통제’란 감정적인 요인의 개입 없이, 화가 난 상태를 인지적으로 자각하고,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감정이다. 또 ‘분노 통제’가 가능한 사람들은 올바르게 감정을 해소하고 건강한 자기주장을 할 수 있다. 반면 ‘부적응적 분노 표현 양식’에 포함되는 ‘분노 억제’는 자신의 화난 감정을 외면하면서 반동효과로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작동시켜, 타인의 애매한 행동을 자꾸만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 임상 행동과학의 저자 조두영에 따르면 ‘정상인의 성격상의 특징이란, 그가 평상시와 위기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방어기제를 어느정도 두드러지게 쓰는가에 따라 결정될 수 있다’고 한다. 너무나도 당연한 진리이지만 우리는 이 사회를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나의 방어기제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원만한 대인관계 형성에 방해가 되는 경우, 혹은 자기 자신을 괴롭게 한다면 이를 잘 돌아보고 안전하고 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 방어기제에 대한 개념을 잘 모르고, 또 설령 알고 있다고 해도 무의식적으로 미성숙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또 대부분의 사람은 분노를 성숙하게 표출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 나의 방어기제와 분노를 성숙하게 만드는 방법은?


  • 올바른 방어기제를 사용해 분노를 성숙하게 표출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극에 놓였을 때 나의 어떤 무의식이 발현되는지 파악해야 한다. 그래야만 내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원인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여러 방어기제가 발현되는 일관된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이에 대한 성숙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가능해진다. 고무적이게도, 나의 방어기제를 파악할 수 있는 심리학 검사지가 존재한다. 조성호 교수가 재구성한 한국판 방어유형 질문지와, 이화여대 의학연구팀이 한국인을 위해 개발한 이화 방어기제 검사 그리고 한국 심리학회지에서 사용하고 있는K-DSQ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 하지만 현실은......


  • 하지만 현실적인 과제들이 존재한다. 우선 많은 사람이 심리상담을 자신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분노를 느끼는 것이 나쁘다고만 생각해 이 감정을 외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 더욱 그렇다. 또 대부분의 사람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의 문제를 겪는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장벽은 이뿐만이 아니다. 검사 비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검사를 통해 공격적인 방어기제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더라도 여러차례 전문가를 찾아가기에 망설여지는 비싼 가격도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적 측면에서 감기 기운이 느껴지면 주변 약국이나 내과를 찾듯이 더 나은 삶을 위해 심리상담의 문을 쉽게 두드릴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분야의 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 차원에서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해 비용적 측면의 문턱을 낮춰야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그 문을 두드릴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을 이끄는 것이 선 해결과제이다.

  • '하인리히의 법칙', 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같은 원인으로 수십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수백 번의 징후가 반드시 나타난다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는 흔히 산업 현장에서 등장하는 법칙이다. 하지만 이 하인리히 법칙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생활속에서도 경계해야 할 현상이 되어버렸다. 8월 한 달만 해도 두 차례의 무차별 칼부림 사건을 도화선으로 시작된 173건의 살인 예고, 어쩌면 이런 사인들이 우리에게 무차별 살상의 더 많은 희생자가 발생하기 전 효과적인 예방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경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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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처 
  1. 구본권. "방어기제에 관한 고찰." 論文集 25.1 (1994): 273-304.
  2. 박경화. "한국인의 자아방어기제에 관한 연구." 국내박사학위논문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1991. 서울
  3. 김혜원. "내면화된 수치심이 가해염려 사회불안 및 일반 사회불안에 미치는 영향." 국내석사학위논문 가톨릭대학교 대학원, 2018. 경기도
  4.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쌍"...'내세가불' 청년들, 시한폭탄 됐다 [흉기 든 외톨이①] . (2023).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182908#home.
  5. [정신건강칼럼 11월] 분노의 표현 방법 . (n.d.). https://www.amc.seoul.kr/asan/depts/mind/K/bbsDetail.do?menuId=4548&contentId=256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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