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수
[The Psychology Times=정연수 ]
대부분의 우울증 환자들은 곪아 터질 때까지 혼자 조용히 품고 있던 괴로움을 가족에게 고백했을 때, 그에 대한 진심이 담긴 위로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부모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미성년자의 경우 오히려 부모님으로부터 병원이나 약물 치료를 제지 당했다는 말이 대부분이다.
사실상 우울증에 대한 인식과 이해가 거의 없는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단순히 '사춘기'처럼 보일 수밖에 없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들은 정신 건강에 관한 이야기는 가슴 깊이 숨겨야만 하였고, 말하지 않는 것이 익숙한 시대를 살아오셨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과 기록이 자신의 자녀 미래에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잘못된 걱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으로 힘들 때,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 특히 사랑하는 부모님께 따듯한 위로를 받지 못하는 건 당사자 입장에선 커다란 상처가 된다. 심지어 겪고 있는 현상을 더 극단적으로 키울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입장에서, 자녀가 "엄마 아빠, 나 우울증인 거 같아요."라고 고백해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조건 병원에 데려가는 게 올바른 것일까?
30대 정신과 전문의 5인이 모여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 '뇌부자들'의 허규형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우울증은 절대 자신의 의지만으로 극복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지금까지도 정신과적인 어려움을 의지력의 문제로 인식된다는 게 참 안타까워요. "
우울증, 즉 우울장애는 의욕 저하와 우울감을 주요 증상으로 하여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적 증상을 일으켜 일상 기능의 저하를 가져오는 질환을 말한다. 우울증은 정신과 질환이다. 우울증이 오는 원인은 크게 생물학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으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생물학적 원인으로는 뇌의 호르몬이라 불리는 신경전달물질, 즉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 등의 불균형에서 온다. 특히 세로토닌의 농도가 낮거나 불균형한 게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심리적으로는 사랑하는 대상을 잃거나 자존감의 손상, 반복되는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 발생하는 '학습된 무기력' 과 같은 다양한 원인이 있다. 또한 자신이 힘든 것을 언제든지 경청해주며 온전히 지지해줄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았을 때 찾아올 수 있다. 대체로 스트레스가 생겨도 평소에는 스스로 조절하거나 회복할 수 있지만 이러한 스트레스가 지속되면 신경전달물질이 무너진다.
이러한 우울증은 의지로만 이겨낼 수 있는 병이 절대 아니다. 우울한 상태에서는 나가서 친구를 만나고 쇼핑도 하면 기분이 나아질 수는 있겠지만 우울증은 이미 그런 걸 할 수 없는 상태이다. 오히려 그런 행동을 해도 나아지지 않는 자신에게 더욱 상처를 받고 자책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의지의 문제는 절대적으로 아니고 이미 그 정도 수준을 넘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의지와 다르게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만 피어나는 상태, 그게 바로 우울증이기 때문이다. 명백한 병인인데 사람들은 '병'이 났으니 병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쉽게 못 하는 거 같다. 흔히 마음의 병이라고 하는데 마음이 다른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 뇌의 작동으로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우울증은 뇌의 변화로 인해 생긴 질환이다. 마음가짐의 문제로만 치부하지 말고 반드시 병원에 방문하여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
참고문헌
- 우울 장애 [depressive disorder] (서울대학교병원 의학정보, 서울대학교병원)
- 우울 장애 [depressive disorders] (심리학용어사전, 2014. 4.)
- 우울증 인가요? (삼성서울병원 건강칼럼)
- 우울감 (국가건강정보포털 의학정보, 국가건강정보포털)
- 전성일,이정호,이기철,and 최영민. "청소년의 우울증과 우울 행동 장애에서의 부모 양육 태도에 관한 연구." 소아청소년정신의학 7.1 (1996): 34-43.
- 김동영(Dong Yeong Kim),박기정(Kee Jeong Park),and 김효원(Hyo-Won Kim). "한국 청소년의 우울증상과 부모자녀관계." 소아청소년정신의학 26.2 (2015): 120-128.
- 우종하(Woo Jong Ha). "학습된 무기력과 우울증에 관한 연구." 교육연구 19.- (2005): 15-43.
- 이가희. 아임낫파인 (2018). 팩토리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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