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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는 엄마가 미워 - 가깝고도 먼 엄마와 나 사이, ‘모녀관계 심리학’을 통해
  • 기사등록 2023-09-05 18:4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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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김민지 ]


pixabay


 「 “저는 엄마를 보면 참을 수 없이 분노가 치밀어 올라요.”

 

   30세의 직장인이라던 A 씨가 토해내듯이 말했다.

 

   “그런데 가장 괴로운 게 뭔지 아세요? 이기적인 엄마를 보고 그 모습에 위화감과 혐오감을 느끼는 스스로의 모습을 인지하고 나면, 그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죄책감에 사로잡힌다는 거예요.”

 

   A 씨를 둘러싼 많은 다른 여성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어릴 적부터 나를 마치 엄마의 인형인 것처럼 대했죠. 내 인생을 통제하고 지배해 왔던 엄마가 너무 미운데도, 미워할 수가 없어요.”

 

 

 많은 딸들을 괴롭히는 ‘엄마를 배신했다는 자책감’.

 아무리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되었다 해도, 

 그녀들은 아직도 엄마가 밉고, 아프다. 

 

 어째서 엄마와의 거리 두기가 이토록 어려운 걸까?


 


 

 죄책감 : 엄마, 미워해서 미안해

 

 

어린 시절부터 엄마의 억압 아래에서 자라온 수많은 딸들은, 성인이 되어서는 그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곤 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실에서 대부분의 모녀관계란, 과거의 모습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어른이 되어 ‘엄마를 이겼다’고 생각하는 딸은, 또다시 엄마에게 ‘패배를 선언’한다. 

사회학자 우에노 지즈코는 “엄마의 기대에 부응하든 엄마의 기대를 저버리든, 엄마가 살아 있는 한 딸은 엄마의 주문에서 벗어날 수 없다.” 라고 말했다. 엄마의 말을 받아들이고 따르든지, 그에 반대하든지 간에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엄마의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된 딸은, 자신을 지배하는 엄마에 대해 원망하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곧 죄책감과 자기혐오로서 표현된다. 딸로서는, 엄마를 온전히 사랑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이 미워진다. 엄마가 딸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듯, 딸 역시 엄마를 자기의 분신이라 믿기 때문이다. 

딸은 엄마를 미워하는 감정이 스스로를 증오하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그렇기 때문에 엄마에게 거듭 사과를 하면서도 자기 자신에게도 ‘스스로를 사랑해 줄 수 없음’에 대해 사죄한다. 바로 이것이 딸이 자꾸만 ‘엄마에게 진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엄마는 어째서 딸에게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우에노 지즈코의 논리를 역으로 생각해 보면, ‘엄마는 자기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자신의 분신이라고 여기는 딸을 증오하지도 않고, 딸이 자신에게 미움과 원망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조차 잘 알아채지 못한다.’ 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즉, 이러한 불공평한 관계의 밑바닥에는 바로, 스스로를 미워하는 딸의 감정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엄마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까? 그 이유를 결코, 엄마가 성숙한 인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간혹 엄마들 중에는 ‘딸을 잘 키워냈으니 본인의 인생은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자신의 인생을 긍정하고, 그것으로 인해 남은 삶을 살아나갈 힘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 ‘딸을 낳았다’라는 사실 하나로 인생의 최소 조건을 갖추었다는 자기 긍정은 곧 엄마 본인에게 있어 동아줄이나 마찬가지이다. 이렇게 ‘딸이라는 분신을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나의 인생은 가치가 있다’고 굳게 믿는 엄마를 딸은 결코 상대할 수도, 이길 수도 없다. 

 

 


 

 애착 : 엄마, 이제는 멀어지고 싶어

 

 

엄마와 딸은, 각자의 욕구를 가지고 있는 명백한 ‘타인’이다. 그러나 엄마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게 되면 딸을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동시에, 딸의 인생을 지배하고 통제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다. 엄마의 과잉보호와 간섭은 딸에게 의존하는 마음, 그리고 ‘딸에게 버려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시작한다. 하지만 딸의 입장에서 이러한 엄마의 사소한 말 한마디는 무척 강한 영향력과 파괴력을 가지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엄마의 말을 적당히 거절하면서 거리를 두는 것’은, 엄마의 지배를 받는 딸에게 있어서 절대 당연한 일이 아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엄마와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상 이렇게 고착된 엄마와의 관계가 끊어지는 순간, 엄마뿐만이 아니라 딸 역시 고통받게 된다.

 

성인이 되고 독립을 한 뒤, 나름대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사이를 유지하게 된 모녀 사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딸은 평생 죄책감과 자기혐오라는 감정에 지배당한다.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한 엄마에 대한 원망을 차마 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런 엄마를 사랑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감정 속에 평생을 살아가게 된다. 

‘엄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자책감’은 몹시 위험하다. 부정적인 감정이 만들어낸 ‘엄마로 인한 우울증’은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픈 일은, 이러한 감정들은 딸이라면 필연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는 감정이라는 것이다. 


딸은 엄마가 자신을 저버리는 것을 불안해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버림받을까 두려워하는 쪽이 엄마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심지어는 ‘엄마 없이 못 살게끔 의존하게’ 만드는 것이 엄마라는 것 역시, 은연중에 알아차리곤 한다. 


엄마를 비겁하다고 생각하지만 동시에 불만을 말하게 되면 엄마가 자신을 영영 봐주지 않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딸은 끝내 그 감정을 삼키고 만다. 

 

발달심리학자인 메리 에인스워스는 ‘애착 이론’에서, "아이가 양육자에게 갖는 감정을 ‘애착’, 애착을 나타내기 위한 행동을 ‘애착 행동’이다." 라고 정의내렸다. 또한 최근 30년간의 연구에 의하면, 이러한 애착 이론은 아이뿐만이 아니라 성인에게도 적용할 수 있다. 즉, 어린 시절에 엄마에게 갖는 감정이 성인이 된 후에 '타인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정식 명칭은 아니지만, 유년기의 애착 유형이나 성인이 된 후의 인간관계 유형이 인생에 있어 장애가 된 경우를 '애착장애'라 일컫는다. 애착장애는 어른들에게도 잠재되어 있으며, 대인관계뿐만이 아니라 삶의 근본이 되는 여러 부분들에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애착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못해 어른으로서의 자립을 온전히 할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불안의 또 다른 표현으로서 '지나친 자기애'를 가진 모습을 나타내곤 한다. 이들이 보여주는 자기애적인 공상이란, 비참한 현실을 지우기 위한 생존 작전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르시시즘'은 이들이 공상을 통해 자신을 보호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렇게 모녀관계에서 시작된 감정은, 결과적으로는 엄마를 능가하는 자기애에 이르기도 한다. 혹은 그 정도까지가 아니라더라도, 타인과의 바람직하지 못한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홀로서기 : 엄마, '착한 딸' 말고 '나'로서 살고 싶어



엄마와 딸이 서로의 인생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관계의 경계선을 긋는 것'이다. 만약 엄마가 지나친 요구를 하고 필요 이상의 간섭을 한다면, 딸은 그들 사이에 관계의 경계선을 그을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관계의 경계선을 긋는다'라 함은 곧, 상대가 할 일과 그러지 말아야 할 일의 적절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분리 과정이 적절히 이루어졌을 때, 모녀관계 역시 변화가 찾아온다. 비로소 '자신만의 영역을 만드는' 기초 작업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만일 당신이 어른인데, 아직도 엄마로 인해 고통받는 중이라면, 당신에게도 변화는 필요하다. 

성인으로서 꼭 지키고 싶은 영역에 관해서는 명확하고 단호하게 의사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감정적인 동요를 하지 않기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의사를 반복해서 표현하다 보면, 당신 역시 온전히 스스로가 판단하며 결정내릴 수 있는 '나만의 영역'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엄마를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방금 나는 인생을 나답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불했다’ 라고. "






참고문헌

가야마 리카. (2018). 딸은 엄마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웅진씽크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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