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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천지영 ]


현대 사회에서 많은 사람은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며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을 마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지독한 권태를 느끼고, 누군가는 삶에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 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지겨움은 특정 집단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주부, 직장인 모두 겪을 수 있는 문제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매일 지겨운 하루를 견디다 보면 도착하는 종점은 어디일까? 놀랍게도 죽음이다. 모든 인간의 끝은 죽음이다. 우리는 매일 죽음에 한 발짝씩 가까워지고 있으면서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매일 같은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무기력하고 허무한 상태에 빠져있는 사람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게 되는 질문이 있다.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과거부터 많은 철학자가 고민해 온 질문이기도 하다. 다들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자 노력했지만, 모든 철학적 논제가 그러하듯 정해진 답이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고대철학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만의 ‘형상’을 실현하는 것이 삶의 의미라는 목적론을 가져왔지만, 근대철학에서 니체는 '세계는 아무런 목적 없이 탄생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끊임없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말한다. 니체의 설명에 따르면 삶의 의미도 굳이 찾을 필요가 없다. 인간이 태어나고 죽는 것은 세계가 변화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의미도, 목적도 없는 삶을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허무주의(Nihilism)


허무주의(Nihilism)는 인생, 도덕, 가치, 종교 등에 대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이들의 무의미함을 강조한다. "Nihilism"은 라틴어 단어 "nihil"에서 비롯되었으며 "아무것도 아니다." 또는 "무의미함"을 나타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면서 삶이 무기력해진 사람들은 이러한 니힐리즘에 빠지기 쉽다. 이는 우리가 원래 계획했던 인생의 목표나 다짐을 잊게 하고, 살아가는 이유조차 희미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잘못 빠지게 되면 자칫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허무주의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pixabay


낙관적 허무주의(Optimistic Nihilism)


낙관적 허무주의는 허무주의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여 삶을 즐기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삶의 의미는 없기 때문에 스스로 의미 있는 삶을 찾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스크림은 달콤하지만 언젠가 녹을 것이다. 언젠가 녹아 없어질 아이스크림을 보며 절망에 빠지는 것은 허무주의이지만, 언젠가 녹을 아이스크림의 순간의 달콤함에 집중하는 것이 낙관적 허무주의라고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허무주의에 따르면 인간으로서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로 인해 무력함을 느끼겠지만, 낙관적 허무주의에 따르면 일단 살고있는 인생 속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찾고, 더 나아가 자신만의 의미를 만들 수 있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길고 긴 우주의 역사 속에서 아주 작은 지구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존재이다. 이러한 인간의 삶에 우주적인 관점에서 거창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짧고 유한한 시간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우주적인 관점에서는 찰나에 불과한 시간일지라도, 우리 개인에게는 인생이며, 전부이다. 인간이 존재하는 데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 나 자신이 존재하는 것에 스스로 목적과 의미를 두면 된다. 자신이 어떤 일을 할 때 가장 기쁨을 느끼고, ‘나’다워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삶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다.

 

만약 지금 허무주의에 빠져 삶과 존재에 대한 회의가 느껴지는 상황이라면 낙관적 허무주의의 관점에서 현재 자신에게 집중해 보고, 어떻게 하면 삶 자체를 즐기고 무기력한 일상을 즐거운 하루로 마주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는 것이 허무주의를 극복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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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안상헌, 『미치게 친절한 철학』, 행성B, 2019

이상엽, 「니체, 허무주의와 운명애」, 『동서철학연구』 98권, 한국동서철학회, 2020

최용준, 「허무주의에 대한 기독교 세계관적 고찰」, 『기독교철학』 28권, 한국기독교철학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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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12 1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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