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A
[The Psychology Times=김정현A ]
놀이 이미지 / Pixabay
A: “우리 애 알파벳은 다 뗀 지 오래야.”
B: “우리 애는 영어로 회화도 가능해.”
C: “우리 애는 수학 선행학습 들어갔지.”
부모 입장에서는 시키는 대로 척척 잘 따라와 주는 자식이 기특하고 대견할 것이다. 그치만 지금 선행학습이 중요한 게 아니다. 물론 앞으로의 학습 과정에 있어 도움이 되겠지만, 공부보다 더 중요히 여겨야 할 게 있다. 바로 놀이 행동이다. 아동들은 지금 더 많이 놀아야 한다. 이 글을 보고 의아해하는 독자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학벌과 조기교육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에서 놀이를 우선시하라니 말이다. 그러나 확고하게 말할 수 있는 건 학습보다 놀이 행동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놀이 행동의 기능
아이의 발달 과정에 있어서 놀이 행동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놀이 행동은 뇌 기능의 발달에 기여한다. 따라서 아이들에게 각자의 감정과 본능을 드러낼 수 있도록 놀이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보통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희로애락을 배우고, 어떻게 노는 게 안전한지 터득할 수 있다. 이는 놀이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그 나이에 언어로는 나타내기 어려운 부정적 감정까지 분출할 수 있게끔 해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때 놀이 행동 과정에서는 전두엽이 동시에 발달한다. 전두엽은 인간에게 계획력, 실행력, 문제해결력 등을 제공하며, 유아기에서 유치원 시기에 발달하므로 이를 잘 발달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또한 놀이는 아동의 사회적 유능감과도 관련이 있다. 놀이 행동과 사회적 유능감의 관계를 조사한 결과, 긍정적인 놀이 행동을 하는 유아일수록 사회적 유능감이 높고 또래와의 관계도 원만했다. 이는 또래와 노는 과정에서 협상을 통해 규칙을 만들고 지키며 사회적 기술이 자연스럽게 발달하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유아기 때의 사회적 유능감은 향후 아이의 학교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친사회적인 놀이 활동을 했던 유아는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도 집단 활동 및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있다. 반대의 경우, 임상적 관점에 비추어 보면, 낮은 사회적 유능감으로 인한 초등학교 저학년 아동의 부적응 문제는 부정적인 또래 놀이 활동의 연장선인 셈이다.
놀이 행동의 부재와 그 결과
그런데 이 시기에 언어를 비롯해 조기교육을 받게 되면 뇌에 과부하가 오면서 언어 습득이 지연된다. 즉, 유아기에 강제적으로 지적 자극을 받으면 아이의 뇌 발달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배움을 받아들일 기본적인 토대를 쌓는 게 우선이다. 아이들의 어휘력은 3세 이후의 유아기에 늘어난다. 그중에서도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은 7~8세 이후에 발달하기 때문에 유아에게 자연스럽게 언어를 접하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 언어 교육을 받아도 늦지 않다.
실제로 비자발적 학습이 두뇌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진행된 실험이 있다. 실험자는 11세의 아동 7명에게 시간차를 두고 30분은 자유 놀이를, 또 30분은 강제 학습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후 아이들 뇌의 알파파와 베타파 변화를 측정했다. 자유 놀이를 한 뒤 아이들의 알파파는 약 433.3%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강제 학습을 하고 측정한 알파파 수치는 100이었다. 알파파는 안정적인 뇌파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습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비자발적인 학습을 수행한 뒤 아이들의 베타파는 약 130.2% 증가했다. 베타파는 불규칙한 뇌파로, 아이들의 정신 활동과 관련이 깊고, 수치가 높을 경우 뇌의 불균형이 초래된다. 뇌의 불균형은 통합적 사고에 한계점이 생겨 집중력이나 창의성이 잘 발휘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건강한 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강제 학습을 최소화함으로써 놀이와 학습의 균형이 필요하다.
조기교육이 무조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다만 교육에만 치중하다 보면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삶을 개척하지 못하고 특정 문제만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균형 잡힌 뇌의 성장을 마친 아이들이 어떤 문제 앞에서도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조기교육부터 수능과 내신 고득점 그리고 명문대 진학까지만이 성공은 아니다. 아이는 아이다워야 한다. 너무 이른 나이부터 강박과 경쟁 사회에 뛰어드는 것보다 바깥에서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오히려 아이에게 스스로 넓은 세상을 바라보는 기회를 준다면 그거야말로 성공이라고 본다. 아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즐겁고 당차게 나아갈 수 있는 사회가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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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김도희. 2021. 유아기의 또래놀이행동이 사회적 유능감 및 초등학교 적응에 미치는 종단적 영향. 학술저널. Vol. 19. No. 9. 11쪽.
EBS 놀이의 힘 제작진. 2020. 내 아이의 잠재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놀이의 힘. 성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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