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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정지혜 ]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묘한 심리가 얼핏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사람이 타인을 좀 더 유심히 바라보고 얼굴에 드러난 표정이 평소와 다르다면 우리는 이 인과관계를 이어주는 어떠한 사건이 있었으리라 추측한다. 아니면 하나의 사건을 보고 예상대로의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가령 남녀 한 쌍이 동시에 사라지면 서로에게 호감을 느껴 어떠한 관계 발전이 이루어지겠다고 판단하고, 친구가 집단에서 한 명을 제외하고 만남을 지속하면 그 제외된 누군가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추리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에게 우리는 ‘눈치가 빠르다’고 말한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눈치를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알아내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행동과 말을 통해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고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사회적인 능력이 눈치이다. 사람과 사람 속에서 살아가는 집단사회에서 눈치는 사회생활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커뮤니케이션은 언어를 통해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몸짓, 표정, 행동과 같은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도 상대방의 의도와 생각을 유추해 낼 수 있다. 의사소통은 일방향이 아니라 쌍방향이기에 어떠한 메시지를 받았다면 그에 맞는 액션을 취해 상대방에게 응답해야 한다. 즉, 직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 또한 눈치에 포함된다.

 

간혹,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도 아닌 사회적으로 합의된 상황에 따라 상대가 어떠한 행동으로 답을 하길 바라는 때가 있다. 예를 들어, 갑작스레 몸이 아픈 상황에서 같이 일하는 동료가 조금 더 나에게 배려를 해주는 것부터 매일 똑같은 메뉴를 주문하는 손님이 어떤 메뉴를 주문할지 맞추는 상황, 친구가 자신이 이룬 성취를 이야기하면 진심으로 대견하다고 말해주는 사소한 일상까지 모든 커뮤니케이션 속에는 눈치가 쏙쏙 숨겨져 있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집단에서의 조화로운 관계를 추구하기에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억누르기도 하고 상황과 대한 자신의 해석을 바꾸기도 한다. 남녀 한 쌍이 동시에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고 성급하게 둘의 관계가 미묘하다고 소문내지 않고 지켜보는 사람, 식사시간에 다들 치킨 먹고 싶다고 할 때 먹고싶은 삼겹살을 꾹 참는 사람, 분위기가 심각할 때 하품과 재채기 같은 생리현상을 삼키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눈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눈치에 대해 결함이 있는 사람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눈치를 너무 보거나, 눈치를 너무 안 보거나! 다시 말해서, 타인을 너무 의식하거나 자신만을 너무 생각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뜻이다. 모든 것은 지나쳐서도 안 되고, 부족해서도 안 된다. 눈치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회는 눈치 빠른 사람을 선호하지만, 눈치 빠른 사람이 되려고 하면 할수록 추구하는 이상향과 멀어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잘 보이기 위해 상사나 선배에게 눈치있게 듣기 좋은 말만 하는 사람이 있고 건너편에서 오는 자전거를 피하려고 눈치를 보다가 결국 자신을 배려하는 자전거와 맞부딪히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전자의 경우를 마냥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또한 후자의 사람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인간의 종 명칭인 ‘호모 사피엔스’는 ‘슬기로운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회적이고 똑똑한 동물인 인간은 단순한 메시지뿐만이 아닌 그것에 포함된 맥락까지 합하여 판단한다.

 

이는 눈치의 성공여부만으로 사람의 판단이 결정되는 것이 아닌, 눈치를 보게 되는 맥락과 의도까지 포함하여 대인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맥락과 상황에 따라 동일한 정서 표현이라 할지라도 상대가 느끼는 정서의 결과는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눈치가 너무 없어서, 혹은 눈치를 너무 많이 봐서 사회생활에 적응을 못하는 것 같아 고민이라면 걱정하지 말기를 바란다. 당신이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봐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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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진민진, 현명호. (2014). 상대방의 눈치 행위에 대한 정서와 대인평가: 눈치의 성공여부와 의도성을 중심으로. 청소년학연구, 21(5), 463-482.

이슬비, 허재홍. (2018). 눈치와 정서조절의 관계: 개인 문화성향의 조절효과. 상담학연구, 19(6), 3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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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9-15 19: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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