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천지영 ]


사람들은 모두 어떤 순간이나 어떤 형태를 보면서 공포를 느낀 경험이 있다. 예를 들어 무서운 귀신 사진을 보았을 때,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또는 피, 시체 등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것을 보았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그런데 누군가는 이 같은 상황에서 단순히 두려움을 느끼는 것 보다 일상생활을 지배당하고 제약받는 수준의 공포를 느끼기도 한다. 이들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는 상식적으로 위험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의 공포를 겪게 되는데, 이때 불안하고 땀이 나며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공황발작과 같은 증상을 유발하는 것이 공포증(phobia)이다.

 

공포증은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서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특정 사물과 접하거나 특정한 장소에서 나타나는 공포증을 특정 공포증(specific phobia)이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공포증이 여기에 속한다. 대표적으로는 높은 곳에 올라갔을 때 느끼는 고소 공포증, 닫혀있거나 폐쇄된 공간에서 느끼는 폐소 공포증 등이 있다. 이들은 심리학적으로나 정신질환으로 인정되어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공포증 명칭이다. 그런데 이와 달리 공식적으로 인정된 공포증은 아니지만 실제로 특정 대상에 대해 극심한 불안과 두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일상에서 말하는 특이한 공포증들은 거의 대중심리학에 가까운 비공식 공포증인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환 공포증(trypophobia)’이다.


 

환 공포증(trypophobia)이란?


환 공포증은 사전적인 의미로 ‘구멍 따위의 작은 것들이 여러 개 모여있거나, 뭉쳐 있는 것을 보면 공포증을 느끼는 증후군’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되는 명칭은 아니지만, 실제로 반복되는 작은 원들을 보고 정신적인 고통이나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심한 경우 구역질을 하거나 온몸에 가려움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에 크게 영향을 받기도 한다.


pixabay


환 공포증의 원인


그렇다면 환 공포증을 느끼는 원인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정답으로 인정되는 원인은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추측성 이론이 존재한다. 첫째로 진화하면서 생긴 반응이라는 이론이 있다.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이미지는 독을 가진 동물에게서 보이는 이미지와 유사한데, 이는 인간의 뇌가 독을 피하기 위해 환이 있는 패턴에 거부감을 느끼도록 진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독개구리나 코브라 등 독이 있는 동물들의 이미지가 환 공포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둘째로는 과거 피부질환을 앓았던 사람이나 앓고 있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질병을 연상시키는 이미지를 피한다는 것이다. 관련된 실험으로 일본 규슈대 야마다 유키 연구팀은 856명을 대상으로 환 공포증을 유발하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불편함 정도를 매기게 하는 실험을 했는데, 그 결과, 피부 질환을 겪은 경험이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환 공포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밀집된 둥근 점을 보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불편함이 시각적 패턴 자체와 관련 있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누가 봐도 징그러운 사진을 가지고 혐오감을 유발하여 환 공포증 테스트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정확하지 않은 정보 때문에 실제로 환 공포증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단순히 특정 패턴에 대해 혐오감을 느끼는 정도를 넘어서 일상에 지장이 갈 정도로 극심한 불안을 느끼거나 정신적 고통이 수반된다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아보고 치료를 시도 하는 것이 좋다.






지난 기사


나도 집을 사도 될까?

반복되는 삶이 무기력하고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질 때







[참고문헌]

Süleyman Öztürk, 「Behavioral immune system and trypophobia」, ANP Publishing, 2022.

Vargas Meza, 「A social media network analysis of trypophobia communication」, Nature Research, 2022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7213
  • 기사등록 2023-09-25 22:13:45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