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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채수민 ]


유독 실수가 잦은 날에는 나도 모르게 “오늘 대체 왜 이러지?” 아니면 “제발 정신 차리자.”라는 말이 튀어나온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향한 말이다. 실수를 수습하고 집에 가서 자려고 누운 순간에는 아까의 상황이 다시 머릿속에 떠오른다. “아까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나 왜 이렇게 멍청한 거지?” 그러나 곧바로 반박하는 말이 생각한다. “아니, 사람인데 실수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마치 천사와 악마가 싸우듯이 머릿속에서는 치열한 토론이 벌어진다. 한참을 자기 자신과 대화하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혼잣말을 이렇게 많이 했는데, 나 좀 이상한 건가?”

 



정서를 표출하는 혼잣말



혼잣말은 말 그대로 혼자 하는 말이다. 보통 무의식적으로 나오게 된다. 입 밖으로 내뱉는 때도 있지만, 속으로 말하는 때도 있다. 유아에게 혼잣말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스위스의 발달심리학자인 피아제는 유아의 경우 아직 발달이 미성숙하므로, 남이 듣건 말건 혼자 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자기중심적 언어라고 정리했다. 유아는 말을 타인과의 대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서 표현의 방식으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혼잣말을 성장하면서 타인의 관점을 고려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유아기를 벗어나 정상적으로 성장한 우리도 이런 맥락의 혼잣말을 쓰기도 한다. 집에서 물건을 찾을 때 “어디 보자.”라고 하거나 무언가에 부딪혔을 때 “아이고 아파라.”라고 말하는 것은 대화라기보다는 일종의 추임새라고 볼 수 있다. 즉, 자기 생각을 표출하는 것이다. 




내면의 생각을 체계화하는 혼잣말



인지심리학자인 비고츠키는 유아의 혼잣말을 다르게 설명하였다. 유아의 혼잣말은 겉으로 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내면에서 말의 형태를 띠는 사고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어떠한 문제 상황이 생겼을 때 혼잣말을 통해 자기 조절과 계획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혼잣말은 유아기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내일 7시에 일어나서 약속했던 팀 프로젝트 파일을 보내야겠다.”와 같이 중요한 내용을 기억해야 하거나 계획을 세울 때도 혼잣말을 할 수 있다. 말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보를 정리해야 해서 혼잣말하는 동안에는 이 과정이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혼잣말하면 생각이 체계화된다고 느끼는 것이다. 




자신을 지지하는 혼잣말



또한 위기의 상황에서 자신을 격려해야 할 때 혼잣말이 나오기도 한다. 특히 스포츠 선수들은 이런 식의 혼잣말을 많이 한다. 이 혼잣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는데, “괜찮아. 할 수 있어. 나 자신을 믿자.”와 같이 말하며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서 자신감을 올려주는 방식의 동기적 혼잣말과 “다리를 굽히고 자세를 낮추자.”처럼 기술적으로 자기 행동을 통제하는 지도적 혼잣말이 있다. 두 유형 모두 선수의 자신감을 향상하고 동기를 강화하며 집중력을 높일 수 있어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위험한 혼잣말



가족과 함께 살다가 독립한 후로 혼잣말이 늘어난 사람도 있다. 종일 혼자 집 안에서만 생활하다 보면 외로움을 느끼고 자기 자신과라도 대화하게 되는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면서 자극받아야 하는데, 혼자 살면 그런 자극을 느끼기 힘들다. 그러므로 김지용 정신과 전문의는 혼잣말이 많아지는 것은 다른 사람을 만나고 대화하라는, 뇌에서 보내는 경고라고 말한다. 또한,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 혼잣말도 있다. 조현병, 발달장애, 자폐스펙트럼 장애, 우울증에서 증상으로 혼잣말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망상이나 환각으로 인해 혼잣말하게 되면 위에서 설명한 여러 혼잣말의 유형과는 두드러지게 다른 특징이 보인다. 보통 혼잣말의 대상은 자기 자신이지만 환각으로 인한 혼잣말은 타인과 대화한다는 느낌이 든다. 또한, 혼잣말의 내용이 공격적일 수도 있고, 맥락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평범한 혼잣말이어도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나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다. 과거에 했던 실수를 다시 돌이켜 생각하면서 “그런 실수를 하다니,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야.”라고 말하며 자신을 스스로 자책하는 것은 오히려 자기 자신을 좀먹는 생각이다. 그러나 “다음부터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혼잣말을 한다면 이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좋은 혼잣말일 것이다. 그러니 모두 좋은 혼잣말을 하고 자기와의 대화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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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이정화. (2001). 유아들의 혼잣말에 관한 이론적 고찰: 혼잣말의 자기조절기능에 관한 제 견해 및 연구동향 탐색. 한국유아교육학회

윤기운. (2007). 운동수행 향상을 위한 혼잣말 전략개발. 한국스포츠심리학회

강선미. (2018, 5월 19일). 혼자 살면서 시작된 ‘중얼중얼’ 혼잣말, 경고 신호? 머니투데이. https://news.mt.co.kr/mtview.php?no=201805122134532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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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06 16: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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