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기사수정

[The Psychology Times=황선미 ]

 



“집에 내려가야 할까요?” 

“안 그래도 예민한데 스트레스가 심해질까 봐 걱정되어요.”

“싸우고 싶지 않은데 방법이 없을까요?”



명절이 다가오면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는다. 모든 날이 한가위만 같으면 좋겠다고 기념하는 명절인데 싱글은 싱글대로, 커플은 커플대로 고민이 많다. 오죽하면 온라인 시사 사전에 ‘명절증후군’이라는 단어가 등재되어 있을까. 명절증후군은 특수한 문화 증후군으로 분류되었던 ‘홧병(Hwabyeong)’처럼(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DSM-IV), 딱히 질병으로 불릴 수는 없으나 많은 사람이 공유하며 힘들어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명절 증후군이라고 부르는 현상 속에는 가족으로부터 상처 받지는 않을까하는 불안함, 만남을 회피하고 싶은 마음, 처리되지 않은 감정을 마주해야 하는 두려움, 불공평에 관한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있다. 이 모든 자극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 평소 자신이 가장 취약했던 증상으로 나타난다. 가령 감정을 억압했던 사람은 마음의 고통을 신체적 질병으로 호소한다. 화난 사람은 화가 증폭해서 폭발하거나 우울해 할 수도 있고, 갈등으로부터 도망가던 사람들은 가족 안에 남아있는 문제를 보고는 낙담하며 물러서는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그러니 상담 전문가의 시선으로 관찰한 ‘명절증후군’은 전에 없던 스트레스가 명절 후에 짠~하니 생겨나는 증상이 아니다. 오히려 한 동안 덮어두었던 문제가 가족 사이에 다시 등장해서 압도되고 부담되는 심리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압도되고 부담된 상태라면 도움이 필요하다. 명절 전 장을 보고 음식을 준비하는 것처럼 마음도 미리 준비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올 추석은 명절 전 마음도 대비하여 명절 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로운 추석을 즐기기를 바라며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1.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는 관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필수로 장착해야 하는 고급 기술이다. 어린이는 아직 인생의 다양한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어른이 주는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 정신분석에서는 타인의 영향을 거름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현상을 ‘내사(introjection)’라고 한다. 인간은 스스로에게 도움이 되는 행동을 지속하는 경향이 있기에 타인의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내사'조차도 어린아이들에게는 남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 좋은 전략이 된다. 그러나 청소년을 거쳐 어른이 되며 우리는 경험적으로, 타인 역시(그게 비록 부모님일지라도) 자기 인생을 사느라 바빠 남을 제대로 파악할 겨를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보다 나를 잘 알고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어른'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일은 슬프지만, 이 정도의 충격은 있어야 우리 내면의 지독한 의존성이 줄어들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은 서로의 세계를 모름에도 불구하고 만나면 도움이 되는 말과 행동을 해 주고 싶어한다. 부담과 책임감에 불필요한 말이 간섭이 되고, 덕담이 비판이 된다. 그러니 명절 증후군에 시달리지 않으려면 '나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도움을 주려고 하는구나' 하고 속으로 생각한 후, 적합하지도 도움도 되지 않는 말이 있다면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고급 기술을 사용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2.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진실보다는 유연함으로 





“아이는 잘 자라지?”

“그래, 직장을 옮겼다고?”

 


먼 친척의 이런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곤란하겠지만 사람들은 원래 오랜만에 만날수록 질문을 많이 한다. 특별히 무언가가 궁금하기 보다는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어색한 사이에서 말을 지속하지 않으면 침묵이 흐르고 이런 침묵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니까 침묵을 피하는 흔한 시도가 질문을 하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받은 질문이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상대의 시도라면 질문에 곧이곧대로 대답을 할 필요는 없다.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우회적인 대답을 한 후 당신도 질문을 하는 편이 마음도 편하고 훨씬 유연한 대처 방법이다.    





3. 헌신은 자기 그릇 만큼 하기 



 


“집에 내려가야 할까요?”


 

정확한 답은 없지만 적합한 답은 있다. 만약 당신이 내려가지 않고 그 후에 두고두고 죄책감을 느낄 사람이라면 다녀오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당신이 이번 명절에 내려가서 "이놈의 집구석은 하나도 바뀐 게 없다"며 가족을 괴롭힐 것 같다면 화를 잠시 달래고 찾아뵙는 방법도 있다. 내가 어느 쪽에 속하는가? 지난 명절들을 떠올리면 된다. 과거는 나의 그릇을 확인할 수 있는 역사적 데이터이고, 역사를 통해 우리는 원하는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러니 이번 추석에는 거슬리는 말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기! 

헌신의 정도는 상대의 필요보다는 자기 그릇에 맞추기!


우리에겐 다음 명절도 있으니까요.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sytimes.co.kr/news/view.php?idx=7262
  • 기사등록 2023-09-26 19:07:04
기자프로필
프로필이미지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