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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천지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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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밤이 되면 센치해질까? 평범한 하루를 보낸 날도 밤만 되면 특히 힘들고 외로운 하루를 보낸 날이 되기도 하며, 별것 아닌 일도 밤에 생각하면 후회되고 창피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낮에는 생각조차 못 하던 전 애인에게 카톡 보내는 일도, SNS에 감성 글을 적는 일도 밤에는 가능해진다. 유튜브에서 새벽 감성 노래를 찾아 듣는 것도, 유독 밤에 먹는 치킨이 맛있는 것도, 몇 날 며칠 고민하던 물건을 밤에 주문하는 것도 모두 감성의 결과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들은 밤에 일어나는 것일까? 그 원인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호르몬의 영향


사람의 기분 변화는 대부분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중에서도 밤에 나타나는 기분 변화는 '세로토닌(Serotonin)'의 영향이 크다. 세로토닌은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로, 다양한 생리학적 기능과 감정, 행동, 수면 등 여러 가지 활동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기분 조절과 관련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완화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는데, 세로토닌이 많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적게 분비되면 우울해지는 현상 때문에 일명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세로토닌은 여러 실험을 통해 일조량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따르면 햇빛을 많이 받지 못하는 흐린 날씨나 밤 시간대의 경우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하여 기분이 우울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비교적 일조량이 적은 가을이나 겨울에 우울증이 심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된 현상이다.


또한 밤에는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Melatonin)’의 분비가 촉진되는데, 멜라토닌은 세로토닌으로부터 합성되기 때문에 멜라토닌 합성이 늘어나면 반대로 이용할 수 있는 세로토닌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줄어들면서 밤에 더욱 울적한 기분이 들 수 있으며, 이 상태에서 멜라토닌이 수면을 유도하게 되면 몽롱한 느낌이 더해져 더욱 감성에 젖는 것이다.



환경의 영향


호르몬 외에 밤에 감성적인 이유를 외부 환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밤은 어둡고 조용하다. 밤의 어두운 분위기는 시각적 감각을 제한하기 때문에 내면의 감성적인 경험에 집중하게 되며, 주변 소음이 줄어들고 고요한 상태가 유지되면 조용한 환경에서 나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의 감정을 느끼기 쉬워진다. 또한 일반적으로 '밤'이라는 시간은 하루의 끝이며 마무리를 의미하기 때문에 하루 동안의 경험을 돌아보고 느끼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때 호르몬의 영향까지 더해져 울적한 기분이 들고, 감성에 빠지게 되면 그날 혹은 과거에 있었던 부정적인 경험들이 떠올라 흔히 말하는 '이불 킥'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외에도 지금껏 살면서 '밤'이라는 시간에 마주했던 경험들 때문에 더욱 이 시간이 우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드라마나 소설책을 보면 스토리의 주요 사건은 대부분 밤에 일어난다. 공포영화에서 관객에게 공포를 주는 장면은 역시 그 배경이 밤이다. 가상 세계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많은 사건들이 밤에 일어난다. 이러한 경험들로 인해 '밤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다'라는 인식이 심어지게 되어 감성과 창의력이 꽃피우는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낮에는 완성하지 못했던 감상문 과제를 밤에는 온갖 수사를 활용하여 문학적인 결과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밤은 우리의 의지와 별개로 어쩔 수 없이 우울해지고 감성에 빠지는 시간이다. 내 몸의 호르몬과 주변 환경, 경험들이 밤을 그런 시간으로 만들었다. 물론 밤에도 충분히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이 존재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감성적인 선택으로 인해 겪는 곤란한 상황은 대부분 밤에 했던 선택이 원인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선택을 앞두고 있을 때 자신의 상태가 너무 감정적이거나 충동적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고, 보다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선택을 다음 날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반대로 창의성을 요구하는 일을 완성할 때는 밤의 감성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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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Randy A. Sansone, 「Sunshine, Serotonin, and Skin: A Partial Explanation for Seasonal Patterns in Psychopathology?」(2013), Innovations in Clinical Neuro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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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11 08:4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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