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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sychology Times=채수민 ]


코미디 장르의 영화나 드라마, 혹은 예능이나 유머 동영상을 보고 실컷 웃고 나면 우울했던 기분도 조금 나아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희극은 풍자와 개그로 관객을 웃게 만들고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반면에 비극적이고 슬픈 이야기를 듣고 나면 마음도 가라앉고, 사람에 따라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과 원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 이상, 타인이 고통받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사람에게 좋은 일이 생기는 것을 보고 덩달아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비극적 이야기를 찾고, 비극을 담은 창작물들이 계속 만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극적 운명과 고결한 주인공


 

자신의 가족을 신들에게 칭찬하는 눈 먼 오이디푸스, 베니뉴 가그네로

비극은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인간의 고통과 불행을 주제로 극을 만들었고 이것이 비극이다. 잘 알려진 고대 그리스의 비극에는 소포클레스가 지은 오이디푸스 왕이 있다. 이 연극은 오이디푸스 신화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오이디푸스에게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할 것이라는 운명이 주어져 있다. 주인공은 이 운명에서 벗어나려고 애쓴다. 이후 괴물을 물리치고 영웅으로 칭송받으나, 결국 예언이 실행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극의 후반부에 오이디푸스는 신이 내린 운명이 아닌 자신의 선택으로 눈을 찌른다. 주인공이 이런 불행한 삶을 살게 된 이유는 그가 악인이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영웅이었고, 마지막까지도 운명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비극을 본 관객들은 이야기가 절망적인 결말로 끝났음에도 운명에 맞서려고 한 주인공을 보며 그를 연민하고 동경하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주인공에게 이입하여 자신들이 극을 보며 느꼈던 감정을 표출하고 마음속에 있던 우울과 긴장감을 해소하기까지 한다. 이것이 카타르시스이다. 이것 때문인지 당대에는 그리스 비극이 인기 있었다.

 



주인공의 파멸과 교훈


 

맥베스, 세실 랭글리 다우티

오이디푸스 왕의 비극과는 다르게 주인공의 오만함이나 탐욕, 의심 때문에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도 있다. 고대 그리스의 비극만큼이나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비극은 등장인물들의 감정과 욕망이 어떤 식으로 비극을 맞이하는지 잘 보여준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맥베스는 오이디푸스와 같이 예언을 받고 운명이 정해진다. 두 사람 모두 운명을 바꾸기 위해 애를 썼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운명을 겸허히 받아들였지만, 맥베스는 운명을 거부하고 다른 인물들을 살해한다. 점점 타락해가는 맥베스는 결국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저렇게 살지 말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비극이 주는 강렬한 감정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 중 일부, 구스타프 클림트

셰익스피어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희극과 비극 둘 다 해당한다고 하지만, 두 주인공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 로미오와 줄리엣이나 폭풍의 언덕처럼 슬픈 결말로 끝나는 로맨스가 인기 있는 이유는 이야기가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직접 겪는다면 고통스럽겠지만, 이야기 속에서는 흥미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현실적인 비극


 

모든 것이 행복하게 끝나는 동화는 때론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비극은 현실적이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운수 좋은 날, 세일즈맨의 죽음과 같은 이야기들은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비극들이다. 독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의 주인공이 겪는 절망과 좌절을 보면, 독자는 주인공에게 몰입하게 된다. 이런 이야기가 현대 사회를 고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독자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비극의 여운


 

비극적인 이야기를 보고 듣고 난 후에는 여운이 길게 남는다. 주인공이 그런 결말을 맞게 된 것을 통해서 작가는 독자와 관객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 하여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끊임없이 생각하고 성찰하고 발전하려 하기도 한다. 그래서 고대부터 지금까지 비극이 사랑받아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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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David E. Rivas. Why tragedies are alluring. TED Ed. Why tragedies are alluring - David E. Rivas | TE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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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10-13 21:5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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